(제 20 회)

제 1 장

10

 

승용차는 널직한 토사도로의 량옆에 3층, 4층주택들이 아담하게 늘어선 읍거리에 들어섰다.

차창밖을 살피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2층짜리 백화점 오른쪽 소로길에서 제동을 하시며 차를 세우시였다.

차에서 내리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읍거리의 여기저기를 둘러보시다가 강기슭옆에 있는 덩지큰 기와집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청기와를 얹은 조선식건물에 《국수집》이라는 현판이 붙어있는데 마당에서 숱한 사람들이 웅성대고있었다.

국수집 마당에는 《향토꾸리기중앙지휘부》라는 글발이 새겨진 표말이 세워져있었고 그옆에는 《향토꾸리기경쟁도표》가 벽보처럼 두어기장되게 그려져있는데 거기에는 각 리의 이름들이 새겨져있었다. 청년들 여럿이 경쟁도표판옆에 방금 도착한듯 한 화물차의 적재함에서 대형전경도를 내리워 세우느라 벅적대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대형전경도를 이윽히 보시였다.

청기와를 얹은 정각밑에 《삼복리 삼화정 전경도》라는 글발이 씌여져있었다. 잇달아 《삼화정》밑에 오작교와 무도장의 전경도도 그려져있었다. 한쪽에서는 청년들이 《목민심서》를 끈으로 포장한것을 퇴마루에 쌓느라 땀을 빼고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줄레줄레 모여와 겨끔내기로 혀를 찼다.

《아니, 지나가던 풍수쟁이가 세가지 화를 면치 못한다고 붙인 옛날 이름을 되살려서 삼화정을 세운다는건 뭐요?》

지팽이를 짚은 늙은이가 안경을 추슬러올리며 청을 뽑았다.

《허, 이건 뭐노? 도적으로도 소문난 우리 국수집이 뭐 향토꾸리기중앙지휘부? 그러니 이제부턴 농마국수맛도 못본다 이 소린가?》

《아, 향토꾸리기인지 뭔지 하는 지휘부야 저기 려관에 자리잡아도 되겠는데 하필 국수집을 타고앉을건 뭐람.》

《려관에 들었댔는데 려관식사가 입맛을 돋구지 못해 소문난 국수집으로 옮겼다질 않소.》

《거, 삼복리에서두 혼나겠수다. 이 바쁜 농사철에 오작교요, 무도장이요 하는걸 만드느라면

국수집 마당가를 나서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강뚝의 다리옆에 한동안 서계시였다.

허담은 오늘처럼 격노하신 그이를 뵈온적은 일찌기 없었다.

《어떻습니까? 이 군만이 아닌 전국각지의 농촌들에서 벌어지는 향토꾸리기와 혜산의 대기념비건립, 〈목민심서〉와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 왜 이런 상반되는 사태가 빚어지는지 인생대학 학생으로 생각되는바가 없습니까?》

《오늘 여기 와서야 〈향토꾸리기〉란 뭔지 표상적으로나마 알게 되였는데 확실히 문제가 있는것같습니다.》

《옳게 보았습니다. 여기엔 심각한 정치적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을 내여 지방실태를 알아보려고 왔는데 사태는 매우 엄중합니다.》

그이께서는 노란 민들레꽃들이 핀 강뚝으로 걸음을 옮기시다가 병풍처럼 둘러선 산봉우리들에 둘러싸인 하늘을 이윽히 올려다보시였다.

《외교사업을 하느라 자기 집뜨락을 살필새가 없었던것같은데 나는 외교전도 집뜨락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이의 말씀에 허담은 전류에 닿은듯 온몸이 찌르르해졌다.

수령님께서 항일의 혁명전통을 전면적으로 계승발전시켜야 한다고 교시하시였는데 그 진수를 외곡하여 혁명전통의 폭을 상하좌우로 넓힌다고 하는 그들의 주장의 본질은 무엇이겠습니까? 우리는 이것을 가려봐야 합니다.

그리고 〈10개년계획〉으로 벌리는 〈향토꾸리기〉는 혁명의 계승자들인 우리 청년들을 어느 길로 끌고가고있습니까? 아까 보지 않았습니까. 수령님의 교시를 관철하여 자기 고향을 살기 좋은 락원으로 꾸리려고 돌격전투를 벌리고있는 그 훌륭한 청년들을 정각이요 오작교요 하는데로 끌고가고있습니다.

〈목민심서〉필독바람에 대해서 말한다면 그것은 명백히 봉건유교사상을 되살리는 행위입니다. 수령님께서는 민족의 전통을 이어나가는데서 복고주의를 배격하고 우리 민족의 애국정신, 슬기롭고 재능있는 문화, 아름다운 민족풍속을 살려나가야 한다고 교시하시였지 〈목민심서〉를 따라배우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수령님의 교시를 전부 외곡집행하고있습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에!》

김정일동지께서는 두팔을 가슴우에 모두어쥐시고 낮으나 강인한 어조로 못박으시였다.

그이께서 날카롭게 헤집어보이시는 사태의 본질에 허담은 안색이 해쓱해지며 굳어졌다. 온몸에 다시금 전률같은것이 찌르르 뻗치며 우리 당은 또다시 준엄한 투쟁을 벌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예감이 엄습했다.

김정일동지의 사색은 더욱 깊어지고있었다.

혁명전통은 로동계급의 수령만이 창시할수 있는 전통이다. 때문에 로동계급의 당의 혁명전통은 곧 수령의 전통이다. 혁명투쟁과정에 수령이 창시한 사상과 리론, 방법은 곧 혁명전통의 기본내용을 이룬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창조하신 항일의 혁명전통은 그 심도와 폭에 있어서 그 어느 나라 력사에서도 류례를 찾아볼수 없는것이며 간고한 혁명투쟁의 실천속에서 검증된것이다. 수령님께서 이룩하신 혁명전통은 조선혁명의 억센 뿌리이며 우리 당과 혁명의 억년 드놀지 않는 초석이다. …

《나는 당중앙위원회에서 사업하면서 깊은 밤과 이른새벽이면 정원에 나가 사계절 변함없이 푸르싱싱한 소나무를 보며 백두산의 천고밀림을 그려보는 때가 많습니다. 소나무는 비바람, 눈보라의 광풍속에서도 변함없이 푸른빛을 잃지 않는데 부평초는 왜 흐르는 물결에 순종하며 떠살이하는가, 뿌리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소나무와 부평초의 뿌리를 두고 우리 조국과 민족의 운명인 혁명의 뿌리를 생각하군 합니다.》

우리 당 혁명전통에 대한 열렬한 사랑, 그 뿌리, 그 피줄기를 목숨바쳐 지키려는 사생결단의 의지, 그 뿌리를 대를 이어 순결하게 빛내려는 불변의 신념이 격하게 고동치는 그이의 심장에서 끓어번지고있었다. 얼마나 격하셨는지 숨소리마저 가빠지시였다.

떼장같은 구름이 련련히 뻗은 산허리를 휘감는 저 먼곳을 응시하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에게 하시듯 못박아뇌이시였다.

《조선혁명은 수령님의 혁명사상, 수령님의 혁명전통만을 옹호고수하는 유일항로를 따라나가야 합니다.》

좀처럼 흥분하는 일이 없는 허담은 너무도 강렬한 충동에 휩싸였다. 거기에 그이의 말씀 한마디한마디가 그대로 절벽을 들이치는 격랑과도 같이 허담의 심장을 쾅쾅 격동시키고있었다.

유일항로!

그이를 처음 뵈온 때로부터 10여년 되여오는 오늘까지 그이의 말씀을 명언으로 자자구구 마음속에 새겨왔지만 《유일》이라는 말씀은 처음 받아안았던것이다

《내가 오늘 유일이라는 말을 처음했는데 나는 이 말을 마음속에 새긴지 오랩니다. 유일이라는 말은 수령님밖에는 그 누구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그이께서는 수령님께서 창시하신 백두의 혁명전통을 대를 이어 순결하게 계승할 때만이 수령님의 유일사상체계를 세울수 있다고, 바로 이것이 우리 혁명에서 주선으로 틀어쥐고나가야 할 생명이라고 말씀하시였다.

《나의 한생은 조선혁명의 이 유일항로에 바쳐질것입니다. 이것은 수령님의 전사로서, 당원으로서, 빨찌산의 아들로서 나의 본분이고 의무이기때문에 그 어떤 고난과 시련이 막아나선다 해도 굴함없이 실천해나갈것입니다.》

그이께서는 이윽고 승용차에 오르시여 운전대를 잡으시였다. 승용차는 쾌속으로 달렸다. 허담에게는 길가의 가로수들을 누비며 달리는 승용차가 대양의 세찬 격랑을 산산이 부시며 전진하는 함선과 같이 생각되였다. 그 함선의 조타를 잡으신 김정일동지의 영상은 참으로 숭엄하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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