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 회)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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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는 꼭 보아야 합니다. 내 그 책들을 구해서 동무들에게 보내주겠소.》
차성희가 볼웃음을 지으며 용수철에서 튕겨나듯 운전칸에서 날듯이 뛰여내렸다.
《야, 좋다! 꼭 보내줘야 해요. 약속하자요!》
처녀는 방긋 웃으며 손가락을 내밀었다.
《약속하오.》
《고맙습니다.》
《자, 이젠 떠나오. 빨리 가서 아침식사들을 하고 밭으로 나가야겠지?》
차에서 굳잠에 들었다가
이때 《짜르릉- 짜르릉-》 종소리를 요란히 울리며 달려오던 자전거가 《삐익-》하고 멈춰서는 바람에 뜨락또르가 급정거했다.
자전거에서 뛰여내린 관리
《성희야, 아침밥은 좀 있다 먹구 너희들 다 저기 〈삼화정〉 말뚝 박은데 들렸다 가자.》
《거긴 왜요?》
《벼락이 떨어졌어, 〈향토꾸리기〉벼락이!》
리만길의 난데없는 복닥소동에 청년들이 왁 떠들어댔다. 차성희가 뜨락또르에서 훌쩍 뛰여내려 내쏘았다.
《관리
이마살을 찌프리며 귀구멍을 후벼대던 리만길이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휘저었다.
《아, 〈향토꾸리기지도소조〉가 군에서 로력을 동원시켜주겠다더니 공장, 기업소들에서 생산계획이 바빠 로력을 못내겠다구 나눕는다누나. 헌데 전국적인 방식상학은 하겠다지.
그러니 별수 있냐? 오작교두 무도장두 다 너네가 쌍쌍이 춤추고 노래부를 곳인데 너희네가 맡아서 하는거야 응당하지.》
《관리
차성희의 오돌찬 말에 리만길이 미간에 주름발을 곧추 세우며 손을 내저었다.
《나두 모르겠다. 무슨 갈래판인지. 엊그제 새루 온 군당
〈향토꾸리기〉두 다 우에서 중시하는 사업이란다. 삿대질 말구 냉큼 가자.》
지금껏 저쪽에서 바라만 보고있던 허담이 리만길의 앞에 다가섰다.
《관리
가뜩이나 심기가 언짢은 판에 알지 못할 길손이 끼워들어 참견하니 청년들에게 몰리우던 리만길의 눈섭이 대뜸 곤두섰다. 그는 허담의 아래우를 아니꼽게 훑어보며 물었다.
《거긴 뉘시오?》
외교무대에서 《표정없는 외교관》이라고 불리우는 허담은 그 물음에는 대답않고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이 동무들의 마음도 다락밭농사에 가있지 않습니까, 내 생각에도 이 동무들과 군당
리만길은 《허-》하고 어이없이 마주보다가 퉁명스럽게 면박을 놓았다.
《보매 한자리 하는 사람같은데 발언을 삼가해야겠수다. 중앙당에서 부장어른이 〈향토꾸리기〉때문에 곧 내려온다는데 이 산골에 농사때문에는 내려오는적 없는 중앙당부장이 〈향토꾸리기〉 보러 내려온다니 어느게 더 중한 일이겠소? 참견말구 갈길이나 가시우다.》
허담이 더 말을 못하고
《냉큼 떠나지들 못해?》
청년들의 표정이 시들해졌다. 허담이 다시 리만길을 멈춰세웠다.
《관리
어조는 담담해도 비수처럼 날카롭게 가슴을 째고들어오는 그 말에 리만길은 흠칫 굳어졌다.
《헌데 거긴 도대체 뉘시오?》
《외무성 부상동지입니다.》
《외무성 부상이요?》 리만길의 눈살이 찌프러졌다.
《글쎄 어쩐지… 우리 농장에도 외무성에서 과장까지 하다가 꼭지썩은 사과알처럼 굴러떨어진 녀석이 있는데 그녀석도 우에서 하란대로 하지 않고 제멋대로 놀다가 된벼락을 맞았다는가 봅디다. 외무성 부상이라니 그녀석일두 잘 알겠구려.》
리만길은 자전거에 훌쩍 올라 발디디개를 와락와락 밟아 떠나며 운전대를 잡은 차성희에게 소리쳤다.
《야, 성희, 너두 오빠꼴이 되지 않겠거든 냉큼 따라와!》
뜨락또르가 차성희의 뾰로통해진 심기를 담아 탕탕탕탕!… 귀따가운 소리를 련발하더니 적재함을 훌쩍 잡아채며 왈칵왈칵 멀어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