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 회)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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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붉은 땅이 내뿜는듯한 습윤한 허연 안개발이 서리서리 엉켜드는 산기슭으로
이름모를 잡관목들이 꽉 들어찬 기슭으로는 싱그러운 새벽바람이
산촌의 이 새벽을 관망하시는
꾸바혁명이 승리한 후 체 게바라는 볼리비아에서 반동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아바나를 떠났다. 그는 피델과의 작별에서 에스빠냐어로 번역된 우리
나라의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를 보며 국제유격대를 조직하여 싸우겠다고 하였다. 그것은 그가 꾸바경제대표단 단장으로 평양을 방문하여
꾸바대사는 체 게바라가 지금 조선의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를 정신적량식으로 삼고 사생결단의 전장에 나섰다고 하면서 이 사실을
목천복로인의 청원은
보천보! 그 이름만 뇌여도 심장의 피가 끓어오르고 가슴엔 열정이 솟구친다. 백두의 향기를 한껏 발산하는 아름답고 유서깊은 고장 보천보. 이 나라 북변 산기슭의 자그마한 고장으로 지도에서도 그 이름을 찾기 어려웠던 땅이 일제의 식민지통치를 밑뿌리채 흔들어놓은 력사의 땅으로 떠올랐다.
보천보혁명전적지를 눈앞에 그려보시며 계곡을 내리신
우리는 자랑찬 사회주의건설자
천리마 타고서 번개처럼 달린다
…
산굽이를 돌아오는 뜨락또르적재함에서 청년들이 손을 흔들며 목청을 뽑는데 웬만한 합창단 못지 않았다.
처녀운전수가
《동지, 우리 마을로 가시면 타세요. 어디서 오시나요?》
첫눈에도 인정미가 샘처럼 솟구치고 활달한 그 성미가 대뜸 심신을 휘여잡는 처녀의 모습에 눈길을 박으시며
《평양에서 오오. 동무넨 어데로 가오?》
적재함우에 있던 청년들이 흥이 나서 목청을 뽑았다.
《비탈밭을 다락밭으로 개간하는 야간전투를 하고 마을로 들어갑니다. 저기 보이지요? 저 비탈밭들을 다 다락밭으로 만들면 알곡소출에서 우리 농장은 도적으로 단연 1등이 될수 있답니다.》
《대단하구만!》
《
청년들의 기세넘친 대답에서
《야간전투장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발표모임도 하겠지, 응? 선동원 차성희동무!》
《어마나! 나를 어떻게 아세요?》
《며칠전 신문에 사진까지 받쳐서 나지 않았소. 〈삼복리의 종달새 선동원 차성희〉! 맞지?》
《야! 우리 성희동무가 대단한데?! 평양사람들두 알지 않나!》
《왜 평양사람들만이겠소? 온 나라 청년들이 알지!》
그러자 청년들은 와- 환성을 지르며 박수까지 쳤다.
그런데 얼굴이 새빨개졌던 차성희는 볼부은 어조로 투덜거리였다.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 새 권이 나왔다고 해서 며칠전에 군책방에 가보니 그 책은 출판부수가 너무 적어서 리에까지는 배포 못한대요. 그래서 한 제목이라두 베껴오려구 군도서관에 갔더니 거기서두 부수가 적어서 줄을 섰지요 뭐.》
《출판부수가 적어서 받지 못했다?》
《예. 〈목민심서〉라는 책은 간부들의 필독도서라면서 매장에 쌓여있던데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는 왜 그만큼 많이 찍지 못하나요? 종이가 없어서 그러나요?》
그 물음에
《목민심서》. 김도만이 간부들의 필독도서로 그 구절구절까지 외우도록 하는 옛날 책자.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 출판은 손시려하고 《목민심서》엔 성수가 나서 돌아가는 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