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회)
제 1 장
4
(2)
승용차는 달리고달렸다.
줄대같은 폭우를 쏟던 심술궂은 하늘도 긴긴밤에 지쳤는지 이제는 보슬비를 날렸다. 운전사는 후사경으로 김일의 동정을 살폈다. 여전히 눈을 감고 의자등받이에 몸을 젖힌 김일은 아무 기척도 없다. 다만 밭고랑처럼 패인 이마의 주름에 이슬방울이 괴여 슴배인것을 보면 장거리려행에 지친것이 분명했다. 잠시라도 바람을 쐬고 가면 좋으련만 또 차를 세우면 변함없는 그 한마디일것이다.
《가자구, 빨리…》
운전사는 시창밖을 보며 알릴듯말듯 더운 숨을 내그었다. 그리고는
승용차에 날개를 달아 하늘을 비행하듯이 달려 목적지에 무사히 그리고 한시라도 빨리 도착하는것이 급선무였다. 목적지에 가면 짬시간의 휴식도 치료도 받을수 있을것이다. 무슨 회의인지는 몰라도 휴식시간이야 있을것이 아닌가.
긴장한 눈빛으로 시창밖을 살피던 운전사가 숨가쁜 침묵을 깼다.
《저, 진통정을 잡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행히도 김일의 입에서는 《아니.》하는 말이 없었다.
운전사는 승용차를 세우고 약함에서 진통정 두알을 꺼냈다. 그리고 고뿌에 물을 담은 후 김일의 팔을 잡았다.
《진통정입니다, 잡수십시오.》
김일은 아무런 반응도 없다.
장거리려행에 피로하여 잠에 들었는가싶어 운전사는 잠시 주밋거리다가 다시 흔들었다.
《1부수상동지… 약을 잡숫고…》
전혀 응답이 없자 운전사는 와뜰 놀랐다. 황급히 승용차의 앞의자에 물고뿌를 놓고 김일의 팔을 잡아흔들었다.
《1부수상동지!》
허나 김일은 눈을 뜨지 못했다. 의식을 잃었던것이다.
《1부수상동지, 정신차리십시오. 1부수상동지!》
운전사는 밖을 살폈다. 여기가 어딘가? 인가라고는 찾을길 없는 강기슭 농촌길이다. 저쪽으로는 산줄기들이 뻗어있고…
김일에게 황급히 캄파를 놓는 운전사의 눈에 눈물이 괴여올랐다.
지금껏 불안과 초조속에 안고오던 그 시한탄이 이 무인지경에서 터질줄이야. 운전사는 땅을 치며 통곡하고픈 심정뿐이였다. 허나 통곡한다고 김일이 의식을 회복하랴. 운전사는 속수무책으로 김일의 팔, 다리를 주물러대며 목메여 부르고 또 불렀다.
《1부수상동지, 정신차리십시오! 1부수상동지!… 아!… 허헉…》
경황없이 헤덤비던 운전사가 어디로든 병원이 있는 곳을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을 수습한것은 한동안이 지나서였다. 그는 김일을 편히 눕히고 다시 운전석에 뛰여올라 발동을 걸었다.
그때였다. 앞에서 두줄기의 불빛이 눈부시게 비쳐들었다. 심심산골에서 길잃은 나그네가 불빛을 보았을 때처럼 반가왔다. 운전사는 무작정 길가운데를 막아섰다.
《세워주시오! 좀 세워주시오!》
굉장한 속력을 놓고 달려오는것으로 보아 급한 일이 있은듯싶은 두줄기의 불빛은 운전사앞에서 삐익- 소리를 내며 급정거했다.
《좀, 도와주십시오! 환자가 생겨서…》
운전사가 말을 채 잇기 전에 차문이 벌컥 열리며 한사람이 뛰여내렸다.
이런것을 보고 불행중 다행이라고 하는가. 운전사는 멎어선 차가 적십자표식을 단 구급차인것을 알아보고 하늘에 감사를 드리고싶은 심정이였다.
《혹시 김일 제1부수상동지의 차가 아닙니까?》
《옳습니다. 맞습니다. 지금 1부수상동지가 의식을…》
예술영화촬영소에서 예술영화 《유격대의 오형제》 창작과 관련한 합평회를 마치고 당중앙위원회로 돌아오신
그때로부터 두시간이 흘러갔다.
마음을 눅잦히려고 문건들을 펼치시였으나 글줄이 아니라 김일의 진통에 모지름쓰는 모습만 떠오르시였다.
반일부대에 들어가 정치공작사업을 하던 김일은 홍두산밀영에서 오매에도 그리던
그후 반일부대에서는
별없는 밤하늘에 먹장구름이 밀려오고있었다. 금시 천둥치는 우뢰를 터치며 한소나기 퍼부을듯싶었다.
이때 정적을 깨치며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