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4 회)

제 5 장

사랑의 힘

9

(1)

 

《첨가제생산을 중지하다니? 무엇때문에 중지한다는거요?》

정의성은 첨가제생산실의 기대공에게 벌컥 성을 내였다.

기대공청년은 정의성을 쳐다보며 《그건 딴게 아니라…》하고 자초지종을 말하였다.

《변질된 콩은 아무리 발효처리해두 입맛에 예민한 오리들이 잘 먹지 않는다누만요. 아, 거기에 기호성이 낮은 공장첨가제까지 섞으면 오리들의 먹성이 아예 떨어질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변질된 콩을 다 먹일 때까지 당분간은…》

기대공청년의 말에 정의성의 눈찌는 다시금 마뜩지 않게 번뜩였다.

듣고보니 첨가제생산을 중지시킨 원인은 전적으로 처남인 서정관에게 있었다. 결국 첨가제생산이 중단된것은 변질된 콩을 발효먹이로 먹여야 하기때문이였다.

그것은 사실 생산과 관계되는 심각한 문제였다.

정의성의 분노는 서정관에게로 화살처럼 날아갔다.

(언제는 첨가제연구를 훼방하더니 오늘은 또 생산에까지 큰 지장을 주누나. …)

정의성은 배합먹이를 변질시킨 장본인이 다름아닌 처남이라는것과 그가 처벌로 배합먹이직장 창고작업반에서 일하게 되였다는것을 알았을 때에는 그저 응당한 처벌을 받았다고만 생각했다.

그 일을 두고 안해가 밤잠도 잊고 마음쓸 때에도 앞으로 그런 일이 다시 나타나지 않으면 될텐데 뭘 그다지 심란해서 그러는가고 핀잔투로 말했었다.

그 말이 섭섭한지 안해는 돌아앉아 눈굽을 닦기까지 했다.

(녀자들이란 참… 하긴 친오빠의 일이니까. …)

정의성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뿐이였다. 하면서도 처남이 이번 기회에 단단히 자기를 비판하고 새 출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지금 발효먹이때문에 첨가제생산까지 중지했다는 말을 듣고는 처남을 무섭게 저주했다.

하지만 아무리 저주를 퍼부어도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지기만 하였다.

변질된 콩으로 하여 먹성인자가 없는 공장첨가제의 약점을 더욱더 절감했기때문이다.

(먹성인자! 먹이유인제! 하루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

정의성은 이렇게 강심을 먹었다.

오리의 먹성을 자극하고 생육에 좋은 영향을 주는 먹이유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는것은 이제 더는 미룰수 없는 일이였다.

첨가제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는 비타민과 미량원소, 항생물질을 모두 천연제와 원료원천이 풍부한 화합물로 되게 한 다음 마지막전투로 먹성인자연구를 결심했었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종합해보면 첨가제에 필요한 성분들이 거의 모두가 천연물로 되여가고있다.

그러니 이제는 마지막전투를 개시해야 한다. 어떤 방법으로 찾아내겠는지는 아직 알수 없다. 오직 찾아내야 한다는 필요성뿐이다.

먹성인자만 찾아내면 당당히 수입첨가제를 물리치고 공장첨가제로 생산을 보장할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떠나온 대학연구소와 가금학계에 대고 큰소리로 성공을 웨칠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성공이며 참다운 발전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자기의 인격이고 존엄이였다.

정의성은 바로 이 남다른 야심을 안고 지금껏 살아온것이다.

그는 지그시 아래입술을 깨여물었다.

(먹성인자연구! …)

그의 심장은 쿵쿵 박동소리를 높이였다.

《무얼하구있소?》

먹이조리실에서 소금밭이끼를 보드랍게 분쇄하고있는 안해와 관리공처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던 정의성은 문가에서 울리는 유상훈박사의 목소리에 눈길을 들었다.

유상훈박사는 책같은것을 싼 묵직한 보자기와 자그마한 약병을 량손에 쥐고있었다.

정의성은 얼른 다가가 보자기를 받아주며 박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웬간해서는 자기의 속마음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박사였지만 오늘은 흥분을 억제하는것만 같은 심중한 빛이 흐르고있었다.

《이건 뭡니까?》

정의성은 보자기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실험일지들이요.》

《실험일지라니요? 무슨 실험일지 말입니까?》

정의성은 보자기를 한켠에 놓으려다말고 다시금 그 무게를 가늠해보듯 두손으로 받들어들며 성급히 물었다.

《그건 차차 이야기할테니 우선 이걸 보오.》

소장은 자그마한 약병과 함께 여러장으로 된 문서같은것을 내주었다.

영문을 모르고 그것을 받아든 정의성은 첫 페지를 몇줄 읽었다.

다음순간 그는 번쩍 머리를 쳐들었다. 화학공장 페설물에서 찾아낸 먹성인자 베타인의 합성과정이 구체적으로 서술된 기술공정표였던것이다.

그는 자기의 눈을 의심하며 다시금 기술공정표를 활활 번지였다.

《이게 어떻게 된겁니까? 이걸 어디서 받았습니까?》

그는 흥분된 목소리로 다우쳐물었다. 그에게는 모든것이 놀랍기만 하였다. 먹성인자를 찾기 위한 마지막전투를 선포한 때에 바라던것이 눈앞에 떨어졌으니 기쁨보다 놀라움이 더 컸다.

정의성은 서둘러 약병을 열었다. 그리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비릿하면서도 향긋한 냄새가 온몸으로 속속들이 흘러들었다.

(바로 이것이다! 바로 이것이 먹성인자 베타인이다! …)

정의성은 환성이라도 지르고싶은 심정이였다.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박사는 심중한 얼굴로 의자를 당겨놓고 앉았다. 무안할 정도로 정의성의 얼굴을 올려다보던 그는 크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기사장이 동무에게 보낸거요.》

《기사장동무가 나한테요?》

정의성은 소장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도무지 무슨 말인지 그 뜻을 리해하기가 어려웠다.

《나도 방금전에야 알았지만…》하고 유상훈박사는 여전히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기사장은 동무의 첨가제연구를 돕기 위해 오래동안 운수직장 창고에서 화학공장 페설물로 이걸 연구했소.》

《운수직장 창고에서요?》

정의성은 성난것처럼 큰소리로 물었다. 격심한 충격으로 그의 가슴은 활랑거렸다.

박사는 머리를 끄덕이였다.

《이걸 연구하느라고… 머리카락이 다 빠졌다누만.》

《머리카락이 다 빠졌다구요?》

정의성은 누군가에게 힘껏 떠밀치운것처럼 휘친하며 자기의것 같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신음소리는 한켠에 서있던 안해의 입에서 튀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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