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2 회)
제 5 장
사랑의 힘
8
(1)
장병식지배인은 요즈음 기사장이 달라졌다는것을 느꼈다.
사무실에 들어와서도 늘 앉던 자리가 아니라 뒤켠에 앉군 하는 기사장이였다.
몸은 눈에 띄게 수척했고 걸음걸이도 힘겨워하는것이 알리였다.
얼마전까지도 싱싱한 젊음으로 녀성의 전성기를 자랑하던 그였다. 건강미 넘치는 얼굴이며 열정적인 몸가짐과 걸음걸이마다에서 생의 활력이 발산되던 그 모습이 지금은 간곳없이 사라져버렸다.
더우기 오늘 아침에는 수건까지 눌러쓰고 주눅이 들어보이는 눈길로 앉아있었다.
(초가을날씨에 수건은 왜 쓰는걸가? …)
아침모임때에는 썼던 수건도 벗는것이 초보적인 례의와 도덕이라는것을 기사장이 모를리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기사장은 한겨울에도 수건을 목도리처럼 감고 다니군 했었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미심쩍은 생각만 앞섰다.
아침모임을 끝내고 마당으로 나온 장병식지배인은 동력부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설비부기사장을 띄여보았다.
《부기사장동무!》
지배인은 걸걸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동력부원과 헤여져 청사안으로 들어가려던 최금천이 성큼성큼 큰걸음으로 다가왔다.
장병식은 포도나무넝쿨아래 그늘진 곳에 앉으며 옆자리를 가리켰다.
《요즘 기사장동무한테서 무슨 별다른걸 느끼지 못했소?》
그는 의자에 큰 체구를 내려놓는 최금천에게 직방 물었다.
《별다른거라니요?》
최금천은 농립모를 쓴 머리를 기웃거렸다.
장병식지배인은 큼직한 주먹으로 두무릎을 꾹 짚고 앉아서 최금천을 건너다보았다.
《내가 잘못봤는지 모르겠는데 요즘 기사장동무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것같더구만. 그렇게 뵈지 않습데?》
그의 물음에 최금천은 그제야 머리를 끄덕끄덕했다.
《나두 기사장이 훌렁한 작업복을 입은걸 보구 몸이 무척 약해졌다구 생각했는데… 오늘은 수건까지 썼더군요.》
최금천은 녀자들이 아이를 키울 땐 모두 힘들어하구 쇠약해진다고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생각에 잠겼던 그는 뭔가 짚이는데가 있어 머리를 들었다.
《기사장동무가 오늘 미용을 한것같습니다. 우리 집사람두 미용을 하구선 늘 수건을 쓰더군요.》
《미용?》
장병식은 귀설게 들리는 그 말을 듣고 눈섭을 찌프렸다.
최금천은 머리를 끄덕이며 크고 두툼한 손을 머리우에 올리고 굽실굽실 물결모양을 형상해보였다.
그만에야 지배인은 씨물 웃음지었다. 말을 듣고보니 그럴듯 싶었다.
가정생활을 통채로 친정어머니에게 떠맡기고 휴식날도 없이 뛰여다니는 기사장이여서 미용실에 찾아갈 시간을 내기도 헐치 않을것이다.
(하지만 몹시 축간것만은 사실인데…)
장병식지배인은 무거운 생각을 털어버리지 못하였다.
그날 낮시간에 차수정이 지배인을 찾아왔다.
장병식은 수정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공장의 생산과 기술에 이바지하기 위해 도서보급사업을 책임성있게 잘하면서도 남편의 연구를 도와 남모르는 수고를 바친 그였다.
장병식지배인은 그에게 가정생활과 보급사업에서 제기되는 일이 없는가를 알아본 다음 무슨 일때문에 왔는가고 물었다.
수정은 말없이 들고온 작은 약병을 내보였다.
장병식은 하얀색가루가 담겨진 약병과 수정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
《지배인동지!》
차수정은 가쁜듯 심호흡을 하며 저으기 흥분된 어조로 말하였다.
《이게 뭔지 압니까? … 오리의 먹성을 높여주는 베타인이라는겁니다. 공장첨가제에 넣을 먹이유인제 말입니다.》
《먹이유인제? 헌데… 이걸 어디서 가져왔소?》
지배인은 흥미있는 눈길로 수정과 약병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건 영숙동무가, 송영숙기사장이… 화학공장 페설물속에서 얻어낸겁니다.》
《우리 기사장동무가?》
수정은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는 기사장이 이것을 연구하기 위해 운수직장창고에 실험실을 꾸리고 거기에서 독성이 센 화학공장 페설물과 씨름하면서 먹성인자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그 연구로 온몸이 쇠약해지다못해 머리카락이 거의다 빠졌다고 말할 때에는 목소리까지 떨리였다.
장병식지배인은 눈을 흡떴다.
《머리칼이 다 빠졌다구? 그래서 요즈음 수건을 쓰구 다녔소?》
그는 어지간히 큰소리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