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회)

제 1 장

2

(2)

 

근엄하신 안색으로 그 이야기를 들으신 김정일동지께서 물으시였다.

《그러니 합숙에서 자고 아침에 돌아섰겠습니다?》

《아닙니다. 다음날 오전에는 현판붙이는것까지 보고 가자고 해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돌아섰습니다.》

《현판? 무슨 현판말입니까?》

《저 항일무장투쟁과 국내혁명운동을 련결시킨 유일한 거점이라고 쓴 현판인데 림시로 대문우에 붙였습니다. 앞으로는 화강석으로 표식비를 만들어세운다고 했습니다.》

김정일동지의 안광에서 활촉같은 예리한 섬광이 번뜩이였다.

그이께서는 두손을 뒤로 모으시고 하늘가 그 어딘가를 응시하시며 걸음을 옮기시였다.

당중앙위원회 선전부장 김도만의 지시로 황유탁이 리석을 끌고간 의화리의 집, 그 집을 항일무장투쟁과 국내혁명운동을 련결시킨 유일한 거점이라고까지 떠들며 사적지로 꾸리려는 목적은 무엇인가?

수령님께서는 1930년대초부터 우리 혁명발전의 주객관적조건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신데 기초하여 반일민족통일전선을 결성할데 대한 로선을 제시하시고 그 관철을 위하여 1936년 2월 남호두회의에서 상설적인 반일민족통일전선조직체를 결성할데 대한 방침을 제시하시였다. 1936년 5월 5일 동강에서 진행된 조국광복회창립대회에서는 조선인민혁명군사령관 김일성장군님을 회장으로 높이 추대한 조국광복회의 창립을 선포하였다.

조국광복의 구성이신 김일성장군님의 사상과 로선을 관철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정치공작원들이 만주각지와 국내깊이에 파견되였고 수령님께서 직접 집필하신 조국광복회창립선언과 10대강령의 구절구절을 새기며 얼마나 많은 혁명가들이 자라났던가.

김정숙어머님께서도 1937년 장백현 도천리와 국내 신파일대를 중심으로 지하정치활동을 벌리시였고 그후 풍산, 랑림, 부전, 신흥, 북청, 리원, 단천, 허천일대에까지 진출하시여 조국광복회 지하조직들을 꾸리시였다. 갑산군에서는 조국광복회 국내하부조직으로 조선민족해방동맹이 조직되였으며 그때 수령님께서는 박달, 박인진을 비롯한 국내혁명가들을 만나시여 구체적인 투쟁방향을 제시하여주시였다.

위대한 수령님의 불멸의 혁명업적에 감히 그 누구의 《생가》를 꾸려놓고 그 무슨 《유일한 거점》으로 내세우려는 목적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량강도 혜산시에 보천보전투승리를 기념하는 기념비를 건립하여 보천보전투승리 30돐을 맞으며 제막할데 대한 결정이 채택된지 여러해가 지났으나 앉아뭉개고있는 기념비건설

결정으로 채택된 대기념비건설이지만 당에서 맡아 인민영웅탑으로 건립하겠다고 수령님께 보고드리고 선전부장 김도만을 앞장에 내세운 그들이 실지로는 돌아앉아 무엇을 하고있는가?

전에는 관록있는 창작가, 예술인들을 동원시켜 《일편단심》이라는 연극을 만들게 하고 오늘은 혁명전통의 대기념비형성안을 맡은 재능있는 조각가를 끌어다가 동상까지 제작하려고 하지 않는가.

당중앙위원회에서 사업을 시작하신 그때부터 늦은 밤 청사계단을 내리시면서도, 이른새벽 정원길을 산책하시면서도 청사안에 흐리터분한 공기가 배회하고있음을 간파하신 그이이시였다. 그이의 예리한 시선은 이 흐리터분한 공기의 본질을 꿰뚫어보고계시였다.

《기념비형성안은 지금것으로 완성입니까?》

《그것도 아직 결론되지 않았습니다. 우에서 내려와보고 오늘은 이게 좋다고 했다가도 래일은 또 저렇게 하라고 하니 종잡을수 없습니다. 이번것은 또 어떻겠는지 모르겠습니다.》

《우에서 내려와 본다는것은 구체적으로 누구들입니까?》

《저…》

《됐습니다. 이름을 찍지 않아도 알만합니다.

내 얼마전에 기념비형성안을 보았는데 그렇게 좌왕우왕하고있으니 확실히 문제가 있습니다.

좀 물어봅시다. 리석동무는 우리 당의 혁명전통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리석은 어쩐지 새삼스러우신 그 물으심에 약간 주저하다가 대답드렸다.

《항일의 혁명전통입니다.》

《항일의 혁명전통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한걸음 더 파고드시는 그 물으심에는 대답을 드릴수 없었다. 항일의 혁명전통. 말로는 번졌어도 그 깊이로는 들어가보지 못했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대답을 못드리고 바재이고만 있는 리석을 보시며 이전에 당선전부에서 주관하여 혁명전통주제의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여 수령님을 모시고 함께 보시던 일을 다시 돌이켜보시였다.

영화가 끝난 다음 수령님께서는 아무 말씀없이 일어서 나가시다가 문가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시고 어처구니없으신 어조로 《영화를 보다보다 별 싱거운 영화를 다 보는구만.》하고 나가시였다. 그때 김정일동지께서는 얼굴이 컴컴하게 질려 굳어진 창작가들과 촬영소일군들에게 나직하나 근엄하신 음성으로 준절히 말씀하시였다.

《곁눈을 팔지 마시오.》

그 일이 있은 후 이미전부터 당선전사업의 제일선인 문학예술부문, 그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영화부문사업을 두고 깊은 사색을 거듭하여오신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당중앙위원회 정치위원회 확대회의도 여시였고 김정일동지에게 영화예술부문사업을 당적으로 지도할데 대한 과업을 주시였다.

그때의 격정이 다시 치밀어오르는것을 느끼시며 김정일동지께서는 결연히 말씀하시였다.

《혁명전통은 혁명의 수령이 창조한 전통이요. 그래서 그저 전통이라고 하지 않고 혁명전통이라고 하는것이요. 알겠소?

그걸 명심하고 혁명전통기념비를 창작해야 합니다. 가서 잘 생각해보시오. 후에 다시 만납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석을 보내신 다음에도 어둠이 짙어가는 촬영소구내길을 돌고 도시였다.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