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7 회)

제 5 장

사랑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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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병우는 끝내 미생물발효법으로 오리털단백질을 얻어내는데 성공하였다.

오래전에 알카리분해법에 의한 털단백질먹이를 얻어냈지만 미생물먹이가 세계적인 추세로 되고있는 현실에 맞게 연구방향을 바꾸고 고심어린 노력을 바쳐온 그였다.

《…십여차례에 걸쳐 비교실험도 해보았는데 오리증체률을 10~12%로 높이면서도 콩깨묵을 30% 대용할수 있었습니다. 그리구 종금에게도 먹이면서 생태조사를 해보니 알낳이률도 훨씬 높았습니다. …》

수정이 남편을 대신해서 사람들에게 설명하였다.

리병우와 가정을 합친 후 도서보급을 마치고는 거의 종금직장에 나와 살다싶이 하는 그였다.

송영숙은 크게 머리를 끄덕였다.

《축하해요! 축하해요!》

그는 멋적은듯 웃음을 짓고 서있는 리병우와 차수정을 번갈아보면서 그들의 성과를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기사장사업을 시작한이래 오늘처럼 기쁜 날이 있었던것같지 않았다.

털단백질먹이를 내려다보는 송영숙의 눈앞은 뿌잇하게 흐려지기까지 했다. 이것을 위해 바쳐온 수의사의 고심어린 수고와 사연많은 나날들이 한순간에 떠올랐다. 이제는 옛말처럼 된 그 날과 날들이…

《난 믿었어요. 그리구 다 알아요. 두 가금전문가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사랑의 열매라는걸 말이예요.》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는 남편곁에 서서 웃음을 짓고있는 수정에게로 다가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고마워! 우리 공장을 위해 정말 큰일을 했구나.》

그의 말에 종금직장장도 벙실거렸다.

《옳습니다. 보급원동무가 아니면 절대 성공할수 없었지요.》

진심이 담겨진 그 말에 리병우도 차수정도 다같이 얼굴을 붉혔다. 그 붉어진 얼굴들에는 자기들의 재결합과 성공을 위해 마음기울인 송영숙과 모든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담겨져있었다.

얼마후 송영숙은 보급실로 가는 수정과 나란히 종금직장을 나섰다.

그들은 서로서로 가정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정에겐 자랑거리가 많았다.

진철에게 시집을 간 봄순이도 임광일직장장이 사업하는 종금직장에서 관리공으로 일하면서 짬짬이 친정집에 찾아온다고 했다.

수의사도 요즈음엔 기분이 좋은지 이따금 코노래를 부른다고 자랑삼아 말했다.

송영숙은 깜짝 놀랐다.

《정말?》

《정말이야. 웃는 신경이 영 마비된 사람인가 했는데 그렇지 않아.》

수정의 말에 송영숙은 호호 큰소리로 웃었다.

자기들의 가정생활에 대하여 즐겁게 말하던 수정은 약간 걸음을 늦추며 송영숙을 쳐다보았다.

《영숙아! 나 임신했어.》

속삭이듯 말하는 그를 보며 송영숙은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그게 정말이니? 거짓말 아니지? 응?》

그는 수정의 손을 잡으며 흔들기까지 했다.

수정은 쑥스럽게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그의 입가에 발그스레한 꽃잎이 곱게 피여났다.

《축하해! 갓 마흔에 첫 버선이라더니… 남편도 기뻐하겠지?》

남편말이 나오자 수정의 입귀는 다시 실그러졌다.

그이야 좋아하든 말든… 하지만 난 아일 낳구싶어. 그건 완전히 내것이니까.》

그의 말에 송영숙은 수정의 어깨를 가볍게 밀쳐버렸다.

《독설쟁이! 넌 그저…》

문득 장난기어린 심술이 살아나 부러 엄포를 놓듯 말했다.

《난 네가 두번다시 수의사를 괴롭히면 그땐 용서치 않겠어. 출판물보급원두 못하게 하구 공장에서 내쫓아버리구 또…》

다음말이 잘 떠오르지 않아 갑자르자 수정이 제꺽 말꼬리를 이었다.

《공장마을에서두 추방하구?》

《그래! 물론 추방해야지. 그다음엔…》

《그다음엔 또 어쩔테냐? 때려주겠니, 응?》

차수정이 먼저 까르르 웃음보를 터뜨렸다. 요즈음 웃음이 많아지고 생기에 넘쳐있는 수정이다. 항상 보기싫게 실그러뜨리군 하던 입가에도 예전대로 고운 꽃잎이 피여나군 했다. 행복한 생활이 가져다준 웃음꽃이였다.

그들은 커다란 느티나무그늘아래 나란히 앉아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다시 꿈많고 웃음많은 녀학생시절로 돌아간듯 싶었다.

얼마후 수정이 웃음을 거두고 심각해진 눈빛으로 물었다.

《영숙아! 너 어디 아프지 않니? 요즘 완전히 딴사람이 됐어. 환하던 얼굴이 살이 빠져 조막만해지구 지난해까지 팽팽하던 옷들은 남의것을 빌려입은것처럼 헐렁해졌어.》

수정의 눈길은 송영숙의 몸에서 떨어질줄 몰랐다.

송영숙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호호 웃었다.

《넌 꼭 해부학자같구나. 찌르는것같은 눈으로 투시하면서… 하지만 걱정마. 걸구처럼 밥두 잘 먹구 잠두 잘 자니까. 그저 바쁘구 또 여름을 타서 그러는거야.》

송영숙은 수정을 안심시키듯 다시금 빙긋이 웃었다.

수정은 미심쩍은 마음으로 머리를 기웃하더니 다시 말했다.

《참! 너 요즈음엔 시험호동에 가보지 않는다지?》

《?!》

《정옥이가 섭섭해하더구나. 네가 요즘 달라졌다는거야. 공장에 처음 왔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몇달째 한번두 찾아오지 않는다면서…》

《요즘 너무 바빠서 그래.》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일군들의 얼굴에서 자기에 대한 평가를 읽으려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수정의 가벼운 충고에 송영숙은 심중한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이때 보급원을 부르며 달려오는 기술준비소 분석공처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가봐!》

송영숙이 턱짓으로 가리켰다.

《그럼 또 만나자.》

수정은 다정한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분석공처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행복으로 충만된 그의 마음에 날개가 돋친듯 수정의 발걸음은 경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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