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회)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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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잠시 동안을 두고 어둠에 잠긴 창밖으로 눈길을 주시던 그이께서 나직이 물으시였다.

《아동단원 김금순이를 알지요? 항일혁명이 낳은 나어린 투사말입니다.》

뜻밖의 화제에 김태호는 일순 당황해졌다가 생각을 가다듬었다.

《예, 당시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졌고 이번에 수령님께서 혁명전통주제의 문예작품들을 많이 만들어 인민들을 교양할데 대한 교시를 하실 때 금순소녀에 대하여 깊이 회억하시였습니다.》

김태호의 귀전에는 금시 그날의 수령님 음성이 울려오는듯싶었다.

우리가 동만에서 투쟁할 때 유격구에 김금순이라는 9살나는 소녀가 있었는데 그 애가 비밀련락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오다가 백초구에서 일제놈들에게 체포되였습니다. 일제놈들은 아이가 어리다고 얕잡아보고 얼리기도 하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위협도 하면서 유격구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하였으나 그애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사형장에 끌려나가서까지도 일제헌병놈들이 비밀만 대면 놓아준다고 얼렸으나 소녀는 도리여 놈들의 낯짝에 침을 뱉으며 욕설을 퍼붓고 장렬하게 최후를 마쳤습니다. 9살난 소녀가 적들에 의하여 총살당하는 순간까지 꿋꿋이 싸운 이 영웅적사실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수령님의 교시를 마음속으로 더듬는 김태호에게 김정일동지께서는 교시문헌에서 펼쳐놓고계시던 페지를 천천히 읽어주시였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아동단원 금순이의 혈육을 찾지 못했습니다. 해방후부터 계속 찾았지만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것으로 보아 아마 모두 잘못되였는지. 그 애에게 한점 혈육이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김태호는 눈시울이 달아올랐다.

금순이가 희생된 때로부터 30여년 옹근 한세대가 지난 오늘까지 아홉살난 아동단소녀를 잊지 못하시는 수령님의 의리의 세계가 다시 가슴을 울렸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시여 김태호가 앉아있는 옆걸상에 다가와 나란히 앉으시였다.

수령님께서 잊지 못해하시는 김금순소녀의 혈육을 찾읍시다.》

김태호는 순간 얼떠름해졌다.

《금순이혈육을 말입니까?》

그러니 자기를 부르신것은

그이께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시며 김태호가 무릎우에 포개얹어놓은 두손에 자신의 손을 꼭 가져다대시였다.

《내가 이밤중에 과장동무를 찾은것은 그것때문입니다. 나는 어쩐지 금순이의 혈육이 분명 어디선가 살아있을것만 같은 그런 예감이 자꾸만 드는군요. 왜냐면 한번도 보지 못한 금순이의 얼굴이 점점 또렷해지고 들어본적 없는 그 목소리까지 방불하게 들려오군 하는것이 참 이상하단 말입니다.》

갑자기 그이께서는 가볍게 웃으시였다.

《내 말이 좀 우습게 들리지 않습니까?》

《예? 아니, 무슨 말씀을

김태호는 어정쩡해져서 정답을 드릴수가 없었다.

《금순이가 나에게 무엇인가 끊임없이 소곤거리는것같단 말입니다. 금순이뿐 아니라 그 나날의 아동단원들의 모습이 자꾸만 눈앞에 얼른거립니다. 앞으로 유격대의 오형제란 영화가 나오는데 한번 보십시오. 거기에 아동단원들의 생활을 그린 장면이 많이 나올겁니다.》

그이의 안광에서 내뿜기는 빛과 열은 김태호의 가슴에 뜨겁게 와닿았다.

그는 김정일동지를 처음 만나뵈온 그때부터 그이의 인간적풍모에 매혹되여있었다. 그이를 한번 뵈옵고나면 심신의 피로가 강바람에 날리는 안개처럼 사라지고 이름할수 없는 의욕과 열정이 샘솟았으며 갑자기 나이를 한두살 더 먹은듯 쑥쑥 성장한것처럼 느껴지는것을 여러번 체험했다.

혈육처럼 다심하신 그이의 정에 끌려 마음속에 품고있던 사생활까지 죄다 터놓고 말씀올리군 하는 그였지만 오늘과 같은 경우는 또 처음이였다. 더우기 금순이의 혈육을 찾는 일은 해방후부터 수소문을 많이 하였고 여러해전에 당에서 규모가 큰 항일무장투쟁전적지답사단을 조직하였을 때 그자신도 연길현 왕우구에까지 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알아보았으나 끝내 알수가 없어 단념하였었다. 그때 김금순의 혈육을 찾는것과 함께 아이를 다리밑에 놓고 무장투쟁에 참가하였던 강철숙이라는 녀투사의 생사여부도 끝내 알길이 없어 단념했었다.

수령님께서는 며칠전에도 현지지도의 길을 가시다가 학생소년들이 지나가는걸 보시고 금순이 생각이 난다고 하셨습니다.》

그이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시며 깊은 명상에 잠기시여 말씀을 이으시였다.

《아홉살 그 어린 나이에 왜놈들의 총구앞에서 조선혁명 만세!〉를 불렀으니 얼마나 장합니까. 우리 학생소년들도 장차 그런 금순이가 돼야겠는데 아니, 될겁니다. 꼭!》

그이의 말씀을 새기는 김태호에게는 지금껏 길가에서 무심히 스쳤던 학생소년들의 모습이 금순이라는 나어린 렬사의 모습으로 새롭게 떠올랐다.

《혁명의 수령이 이룩한 혁명력사, 혁명전통을 옹호고수하는것이 오늘 우리 혁명의 최대중대사입니다. 그래서 혜산에 보천보전투승리를 기념하는 대기념비도 건설하고있지 않습니까. 그 탑의 군상엔 금순이와 같은 아동단원들도 형상하여야 합니다.》

그이의 안색에 언뜻 어두운 그늘이 비꼈다. 잠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시였던 그이께서는 사색깊으신 눈길로 김태호를 이윽히 마주보시였다. 깊은 명상에 잠기신것같기도 하고 뭔가 물어보실것만 같은 눈길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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