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4 회)

제 5 장

사랑의 힘

3

(2)

 

사실 지금 정의성의 마음은 개운치 않았다.

그는 안해나 방송화가 생각하듯이 송영숙이 첨가제연구를 가로챈다거나 또는 그 어떤 감정을 품고 전국적인 보여주기에도 못나서게 하려고 잔꾀를 부리는 야비하고 흑심많은 녀자라고는 절대로 생각지 않았다.

더우기 그런 일들이 있다는것도 몰랐고 또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는 오직 자기 일에만 전심할뿐이였다.

지금 그의 마음이 불쾌한것은 점심시간부터 시작된것이였다.

정의성은 오늘 점심시간에 운수직장에 들려 망간토운반에 대하여 알아보려고 그곳에 찾아갔었다.

첨가제와 관련한 문제는 모두 공장참모부의 지령에 따라 진행되지만 소금밭이끼수송때처럼 주인은 자기자신이라고 생각하는 그였다.

보리장마가 시작되기전에 실어와야 한다는 초조감을 안고 운수직장으로 들어가려던 그는 자극적으로 울리는 자전거의 신호종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았다. 기사장이였다.

정의성은 약간 주춤거리며 걸음을 멈추었다.

《어떻게 여기 왔어요?》

송영숙은 자전거에서 내려서며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그의 얼굴과 목소리에는 경계심같은것이 내비껴있었다.

정의성은 터무니가 없었다.

《내가 오지 못할데 왔는가요?》

그는 쓰겁두루한 표정을 지으며 마뜩지 않게 되물었다.

그의 말에 송영숙은 부드럽게 반응하였다.

《오지 못할데 왔다는게 아니라 무슨 용무인지 알고싶어서지요.》

《망간토운반에 대해 알아보자고 그럽니다. 인차 보리장마가 시작된다는데 수송조직이 어떻게 되였는지 알아보자구요.》

정의성은 여전히 뻣뻣한 자세로 내뱉았다.

《망간토운반을요?》

송영숙은 그의 말을 되물었다. 하더니 곧 나무람조로 말하였다.

《아이참! 그 문제를 왜 동무가 들고다녀요? 소장동지에게 보고해서 공장계획에 물리면 될텐데요. 참. …》

송영숙은 한심하다는듯 악의없이 흘겨보기까지 하였다.

정의성은 할 말이 궁해졌다. 기사장의 말대로 사업체계를 어기고 중뿔나게 뛰여다니는 자기가 면구스러워졌다.

그렇다고 그냥 돌아서자니 멋적기도 했다.

《자기 사업의 주인은 자기자신이 아닙니까? 그리구 책임성이 높은건 좋은 일이라구 보는데요.》

정의성은 까박이라도 붙이듯 여전히 만만치 않게 말했다.

송영숙은 허심하게 접수했다.

《옳아요! 책임성이 높은건 참 좋은 일이지요. 하지만 망간토수송은 제가 맡아 하겠으니 마음놓구 돌아가보세요.》

송영숙은 그를 안심시키듯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곧 운수직장쪽으로 자전거를 끌었다. 이어 그는 다시 돌아서더니 《지금은 점심시간이 돼서 운전사들도 없어요.》하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제켠에서 미안했던 모양이군. …)

정의성은 이렇게 속으로 생각하였다. 그는 별수없이 정문앞에서 돌아섰다 .

몇발자국 걸음을 옮기다가 뒤를 돌아보니 운수직장안으로 이미 들어간줄 알았던 송영숙이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들어가며 자기를 그냥 지켜보고있었다.

그 눈길에 어린 경계심같은것을 느낀 정의성은 쓰거운 웃음을 지었다.

지금도 정의성은 운수직장앞에서 만났던 송영숙의 그 모습을 그려보며 불쾌한 생각을 털어버리지 못하였다.

(망간토운반조직을 하겠다면서 시험포전건설에 내보내는건 또 뭐람. …)

생각에 잠겨 서있던 그는 자기에게로 다가오는 안해를 보고 눈길을 돌렸다. 안해는 금시라도 울음을 터뜨릴것같은 얼굴이였다.

《여보! … 난 오늘 저녁… 기사장동지를 찾아갈가 해요.》

《?!》

《기사장동진 당신에 대해 너무해요. 그래서 내가 직접 찾아가 말해볼가 해요. 전국보여주기를 그만두게 한거랑 그리구 첨가제연구를 따로 하는거랑… 거기에다 이번엔 또 작업동원까지 내보내니 이거야 정말 너무하지 않나요? 그래서…》

순간 정의성의 눈가에서 불찌가 탁 튕겨났다. 그는 안해의 말꼬리를 홱 나꾸어채며 신경질적으로 되물었다.

《뭐가 너무하다는거요, 응? 그리구 기사장이 뭐 구세주라도 된다오? 기사장이 뭐길래. …》

이윽고 그는 랭소를 머금었다.

《쓸데없는 생각은 싹 그만두구 제 할 일이나 하오.》

단마디로 잘라 말한 그는 씽 돌아서서 소독실쪽으로 걸어갔다.

남편의 뒤모습을 바라보는 서정옥의 눈가엔 가랑가랑 맑은것이 고여올랐다. 그것은 마침내 뚝을 넘어 량볼로 흘러내렸다. 억울하고 원통한 생각으로 한동안 어깨를 떨며 흐느꼈다.

그에게는 기사장도, 자기의 마음을 몰라주는 남편도 다같이 원망스러웠다.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