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0 회)

제 5 장

사랑의 힘

1

(2)

 

두사람은 다같이 말이 없었다. 원주필뒤등으로 책상을 다독이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있던 관리국장이 눈길을 들었다.

《하지만 오리공장은 과학기술측면만이 아니라 생산에서도 자랑할만한 일을 많이 해놓지 않았소? 알깨우기직장을 새롭게 현대화한것만도 얼마나 큰 성과요?》

그는 좋은 기회를 놓쳐버리는것이 제켠에서도 아쉬운듯 송영숙의 생각을 튕겨주었다. 알깨우기직장의 현대화를 새롭게 완성하여 알깨우기률을 높이고 생산장성에 크게 기여한데 대하여 그는 관리국산하 일군들의 모임에서도 여러번 소개했었다.

송영숙은 빙그레 웃음지었다.

《국장동지! 전 그저 제 생각을 이야기했을뿐입니다. 공장에 돌아가 지배인동지와 다시 의논해보겠습니다.》

국장도 농업성 부국장도 다같이 머리를 끄덕이였다.

《참! 공장첨가제를 연구한다는 그 기사동무 이름이 뭐라구 했던가요? 정…》

젊은 부국장이 송영숙을 건너다보며 물었다. 국산화된 우리 식의 새로운 첨가제를 연구하고있는 기사에게 마음이 끌린듯한 얼굴이였다.

《정의성동무입니다.》

송영숙은 또박또박 발음하면서 말을 이었다.

《몇년전까지 연구소에서 연구사로 있다가 새로운 첨가제를 연구완성하고 생산에 도입하기 위해 우리 공장에 아주 내려온 동무입니다. 그 동문 오래지 않아 첨가제를 꼭 완성할겁니다.》

공장의 기술자에 대하여 열렬히 보증하고 연구성과를 확신하는 송영숙을 보며 부국장은 크게 감동하였다.

《결국 훌륭한 연구사가 좋은 일군을 만난셈이군요.》

그는 관리국장을 건너다보며 한마디 하였다.

국장도 이때라싶게 머리를 끄덕끄덕하며 말했다.

《훌륭한 일군의 뒤에 그보다 더 훌륭한 일군이 있는 법이지요.》

두 일군의 치하에 송영숙의 얼굴은 화끈 달아올랐다.

이윽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국장은 그에게 점심식사를 함께 하자고 말하였다. 송영숙은 고마움을 표시하면서도 그의 권고를 친절히 거절하였다. 자기를 기다리는 일감들을 생각하면 잠시도 지체할수 없는 그였다.

그는 공장에 돌아가 첨가제문제에 대하여 일군들과 다시 토론한 다음 전화로 알려주겠다고 말한 다음 가볍게 머리숙여 인사를 하고 국장사무실을 나섰다.

송영숙은 승용차를 타고 공장으로 돌아오면서 국장과 나는 이야기를 곰곰히 되새겨보았다. 전국보여주기라는 쉽지 않은 문제를 두고 지배인이나 당비서가 자기와 다른 의향을 표시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장에 도착한 그는 곧장 지배인의 방으로 갔다. 그런데 빈방이였다.

문앞을 지나던 그는 마주오는 생산과 부원을 만났다.

《지배인동진 좀전에 생산부기사장과 함께 가공직장에 나갔습니다.》

인상이 칼칼한 그는 례의를 지켜 깍듯이 인사를 하며 말하였다.

송영숙은 말없이 머리만 끄덕였다.

그는 사무청사를 나서 가공직장으로 걸어갔다. 자전거를 타고다니던 길을 걸어서 가자니 몹시도 힘들었다. 길옆에라도 앉아 다리쉼을 하고싶었다.

(봄날씨여서 그런지 더 맥작하구 피곤하구나. …)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내처 걸음을 옮겼다.

가공직장마당에 들어선 그는 서정관과 함께 털가공장을 돌아보고나오는 장병식지배인을 만났다. 송영숙은 가볍게 목례를 하며 다가갔다.

《관리국에 갔다가 언제 돌아왔소?》

장병식지배인은 어째서인지 심기가 불편해보이는 얼굴로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

지금 막 도착하는 길이라는 대답을 들은 그는 《관리국에서 무슨 일때문에 찾는다오?》하고 석쉼한 목소리로 심드렁하게 물었다.

《우리 공장에서 전국적인 보여주기를 조직하겠다면서 저의 의향을 묻지 않겠습니까?》

《전국보여주기를? 무슨 일로?》

그만에야 지배인은 다우쳐물었다.

《공장자체로 첨가제를 연구하고 생산에 도입해서 고기생산을 높였기때문이랍니다. 그래서 전국 축산부문일군들에게 우리가 연구생산한 첨가제도 보여주고 생산장성의 비결도 자랑하라더군요.》

송영숙은 관리국장과 농업성 부국장을 만났던 이야기를 지배인에게 구체적으로 말해주었다.

《그래 기사장동문 뭐라구 했소?》

장병식지배인은 무척 호기심이 동하는 눈치였다.

《지배인동지랑 일군들과 토론해서 대답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저의 생각은 첨가제를 더 완성한 다음 보여주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첨가제를 더 완성한 다음에?》

지배인은 다시금 퉁명스럽게 물었다.

지배인에게서 아쉬워하는듯한 인상을 받은 송영숙은 제꺽 말을 이었다.

《그 문젠 아직 결정된 일이 아니니 지배인동지의 생각이 그렇다면 관리국에 다시…》

그는 말꼬리를 흐리였다.

다음순간 송영숙은 지배인과 자기의 얼굴을 재빨리 번갈아보는 서정관의 얄미운 눈길을 느끼였다. 몹시 불쾌하였다.

언제나 사람들의 감정변화를 예민하게 살펴보면서 마음들을 저울질하고 신속히 자기의 위치를 정하군 하는 서정관이였다.

송영숙은 그를 외면하면서 지배인을 쳐다보았다.

지배인은 인츰 소탈한 어조로 말했다.

《아니, 아니! 좋은 기회를 놓치는건 아쉽지만 기사장동무 생각이 옳은것같소. 사실 채 완성되지 않은 첨가제를 놓구 자화자찬하는건 잘된 일이 아니지. 그렇지 않소? 부기사장동무?》

장병식은 곁에 선 서정관에게 물었다.

서정관은 송곳이를 드러내며 《예, 그야 그렇지요.》하고 제꺽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이쪽저쪽 다 좋도록 싱긋 웃었다.

송영숙은 말없이 빙그레 웃었다. 자기의 생각을 헌헌히 지지해주는 지배인이 고마왔다.

송영숙은 이번 계기를 통하여 첨가제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하여 생산에 더 적극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말을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얼마후 그는 지배인과 함께 극동실을 돌아보았다. 오리고기보관실태를 장악하며 칸칸이 돌아보던 그는 곁으로 다가온 방인화에게 눈길을 돌렸다.

《래일부터 공급단위들에 내보내겠지요?》

그의 물음에 방인화는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하더니 문득 《요새 어디 아픈 모양이지요? 얼굴이랑 영 축간걸 보니… 지배인동지도 혈압이 올라서 겨우 출근하신다던데…》하며 서정관과 나란히 앞서 걷는 지배인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방인화의 말을 듣고야 송영숙은 오늘 지배인의 얼굴이 다름아닌 그의 신병때문에 어두웠음을 깨달았다.

《기사장동지도 공장에 처음 왔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건강에 마음 써야 할것같습니다.》

방인화는 여전히 근심어린 얼굴이였다.

진정어린 그 말에 송영숙은 무랍없이 밝게 웃어보였다.

《생각해주어서 고마워요. 하지만 요즘은 봄날씨여서 그런지 여느때보다 몹시 피곤하군요. 아마 날씨탓일거예요.》

별치않은듯 말하는 그의 대답에 방인화는 머리를 끄덕거렸다.

하면서도 이따금 기사장의 얼굴에 근심어린 눈길을 보내군 하였다.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