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8 회)
제 4 장
불타는 지향
14
요즈음 장병식지배인의 마음속에는
신문과 방송, 텔레비죤을 통하여 도안의 여러 공장, 기업소들을 찾으시는
오늘 아침에도 신문을 읽다가
삼복철강행군, 눈보라강행군길을 끝없이 이어가시는
온 나라에 주체철, 주체비날론, 주체비료폭포를 마련해주시고 또다시 함남의 불길을 지펴주신
장병식지배인의 눈앞에는 문득 몇년전 비내리는 가을날 공장에 몸소 찾아오셨던 그날의
…
그날은 비내리는 이른새벽이였다.
밤교대 생산지휘를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서던 장병식지배인은 급히 방에 들어서는 한 일군을 띄여보았다. 그 일군으로부터
(비내리는 이 새벽에 우리 공장에 찾아오시다니…)
일군의 재촉을 받고서야 지배인은 기쁨과 놀라움을 안고 방을 나섰다.
그는 자기가 어떻게
마가을의 찬비를 맞으시며 공장에 들어서신
이윽고
그날
도안의 당원들과 근로자들의 헌신적인 투쟁에 의하여 인민들의 식생활에 크게 기여할 대규모의 축산기지가 현대화되였다고 하시면서 자력갱생본보기공장이라는 값높은 평가를 안겨주시였다.
돈보다 사람의 정신력이 더 귀중하다고, 사무실에 앉아 말공부나 하는 책상주의자들은 절대로 자력갱생에 대하여 생각할수 없을것이라고 하시며
그리도 기뻐하시던
그날
오리는 3kg이상 되여야 먹을만하다고 하시며 오리고기생산을 높이고 고기가공을 더 잘하여 인민들에게 공급하라고 하시며 가공직장현대화에
필요한 귀중한 자금까지 배려해주시고 공장을 떠나가신
잊을수 없는 그날을 그려보며 깊은 감회에 젖어있던 장병식지배인은 크게 울리는 문소리를 듣고 생각에서 깨여났다.
사무실에 들어선 사람은 김춘근당비서였다.
《지배인동무!》
김춘근은 여느때없이 흥분된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 얼굴을 쳐다보며 장병식지배인은 그 어떤 격동스러운 일이 생겼음을 직감하였다. 심장이 박동소리를 높이며 쿵쿵 뛰였다.
지배인의 마음을 읽은 당비서는 어지간히 큰소리로 말했다.
《지배인동무! 내 이자 방금 한 일군한테서 전화를 받았는데
《물고기공급을요?》
지배인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춘근당비서는 크게 머리를 끄덕였다.
《지배인동무! 난 어쩐지
지배인도 머리를 끄덕이였다.
《나도 같은 생각입니다. 며칠전에도
지배인은 뒤말을 잇지 못하고 창밖으로 눈길을 보내였다. 크나큰 기쁨을 예감하며 두 일군은 한동안 가슴을 들먹이였다.
그러나 이틀후 그들은 너무도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해들었다.
눈물의 바다… 피눈물의 바다…
믿을래야 믿을수 없는 소식앞에서 온 나라가 땅을 치며 몸부림쳤다.
하늘이 통채로 무너져내리고 지구가 깨여진것같은 민족의 대국상앞에 강산이 울고 또 울었다.
송영숙은 검은 비로도로 지은 조선옷차림에 밤새워 만든 하얀 꽃을 정히 들고 조의식장에 들어섰다. 그는 해빛같은 미소를 지으시는
이윽고 조의식장을 나선 송영숙은 한동안 마당가에 서있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것이 다 눈물만 자아냈다.
(
며칠후 송영숙은 공장연혁소개실에 들어섰다.
그는 공장에 깃든
그의 발걸음은 어느한 사진문헌앞에서 멈추어졌다.
몇년전 마가을의 찬바람에 옷자락을 날리시며 공장을 찾아주신
새 세기에 두번째로 공장을 찾아주신
새 세기의 멋이 나게 더 훌륭히 개건된 공장을 돌아보시며 아시아의 본보기공장으로 내세우겠다고 뜨겁게 말씀하신
정연한 배합먹이공급체계도 세워주시고 운수설비들도 일식으로 보내주시고도 공장에서 이룩한 그 모든 성과를 일군들과 로동계급에게 돌려주시며 기념사진까지 찍어주신 그 사랑을 세월이 간들 어찌 잊을수 있으랴. 송영숙은 마음속으로 조용히 시를 읊었다.
…
과로가 겹쌓이는 행군길에
불편하신 몸이건만
줄지어 늘어선 오리사들
제 힘으로 만든 현대적인 설비들을
더없이 만족하게 보아주시며
끝없이 걸으시던
단벌야전솜옷의 색이 바래고
혼솔이 다 닳도록
눈비세찬 먼길을 헤쳐오신분
그리도 사랑하신 인민에게
하루빨리 만복을 안겨주시려
생애의 마지막날까지
강행군길 이어오신 우리
…
가슴저린 상실의 아픔으로 송영숙은 또다시 눈굽을 닦았다.
얼마후 그는 조용히 연혁소개실을 나섰다. 그의 걸음은 운수직장으로 향해졌다. 어느덧 실험실에 들어선 그는 합성반응기의 스위치를 넣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웨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