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4 회)

마흔번째 봄날에

(2)

 

골안을 들었다놓는 씩씩한 대답을 들으신 수령님께서는 아이들에게 뒤쪽을 가리켜보이시였다.

《자, 봐라. 이분들이 항일무장투쟁에 처음부터 참가한 혁명투사들이다. 우리가 오래동안 혁명투쟁을 하다보니 이제는 이분들이 이렇게 다 늙었구나. 우리 혁명위업은 끝나지 않았는데 앞으로 누가 혁명을 계속한다?》

《우리가 계속하겠습니다!》

총알같이 튀여오르는 대답소리

투사들속에서 와 하고 웃음이 터져올랐다.

《보시오, 이 애들이 자기네가 혁명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 혁명의 대가 이렇게 굳건하거던.》

뒤에 모여선 투사들쪽에 대고 큰소리로 말씀하신 수령님께서는 다시 아이들을 내려다보시며 너희들이 혁명의 대를 이으려면 공부도 잘하고 조직생활도 잘해서 저분들처럼 훌륭한 혁명가가 되여야 한다고 말씀하시였다.

《알겠습니다, 원수님!》

《자, 그럼 이젠 그만 가서 놀아라.》

《항상준비!》

조무래기들은 씩씩하게 소년단경례를 올리고 잔디밭너머 솔밭속으로 나타날 때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버렀다.

이윽고 화강석계단을 올라 어머님의 묘소앞에 먼저 이르신 어버이수령님께서는 투사들이 다 올라오기를 기다리시며 어머님의 반신상을 점도록 바라보시였다. 뒤따라 계단을 올라온 투사들이 차례차례 그이의 가까이로 모여들어서는 숭엄한 눈길로 강반석어머님의 반신상을 우러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맨나중에 올라온 투사들을 수령님가까이로 떠밀어주시고 자신께서는 젊은 군단장들과 함께 뒤쪽에 서시였다.

겹겹히 둘러선 투사들의 어깨너머로 강반석녀사의 근엄하면서도 인자한 영상이 안겨왔다. 금시라도 화강석대돌우에서 내려서시며 투사들을 한사람한사람 안아주실것만 같은 녀사의 모습을 우러르노라니 단 한번도 가보신적 없으나 늘 한폭의 그림처럼 안겨오군 하던 안도의 소사하등판이 떠오르시였다. 원쑤들의 삼엄한 경계속에서 사생결단의 각오로 무기들을 날라오시고 광목천에 풀물을 들여 새 군복을 지으시며 혁명군의 첫 탄생에 자신의 온넋을 깡그리 바치신 조선의 위대한 어머님

병환으로 하여 엄습해오는 모진 고통을 미소로 가리우시고 항일전의 첫 총아들을 대견하게 바라보시던 소사하의 등판에 어머님의 축복처럼 내리쪼이던 그 봄빛이 이 만경대에 고이 내려쪼이고있는것은 아닌가.

저기 앞쪽에서 수령님의 우렁우렁한 음성이 울려왔다.

《우리가 첫 무장대오를 창건하고 이렇게 어머님앞에 섰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벌써 40년이 흘렀구만. 그때 어머님께서 우리 대원들의 얼굴을 한사람한사람 다 쓸어보시면서 이게 우리 군대로구나. 우리 조선군대야.하고 눈물을 흘리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오.》

목이 갈리신듯 잠시 말씀을 멈추신 수령님께서 손수건을 꺼내여 눈굽을 닦으시는 모습이 바라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항일전의 옛 전우들과 함께 어머님의 묘소앞에 서신 수령님의 심중이 가슴에 마쳐와 눈굽이 저려나시였다. 아마도 수령님께서는 몇십명의 항일투사들이 아니라 이 나라의 장병들을 이 묘소앞에 다 데리고오신 심정이시리라. 청소한 무장대오를 그리도 대견하게 바라보시던 어머님께서 오늘의 우리 인민군대를 보신다면 얼마나 기뻐하셨으랴. 앞쪽에서 수령님의 갈리신 음성이 다시 울려왔다.

《앓고계신 어머니를 뒤에 두고 첫 남만원정을 떠날 때에 비하면 우리는 정말 수천, 수만배로 장성강화되였다고 말할수 있지. 하지만 그때부터 우리와 함께 싸운 동지들은 정말 얼마 남질 않았소. 빨찌산을 하면서 숱한 동지들을 언땅에 묻고 민생단바람에 또 숱한 사람들을 뺏기고 전쟁을 하면서 또 잃고… 사실말해서 우린 살아남은 사람들이 아니라… 죽다가 남은 사람들이라고 말할수 있소.》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말씀을 들으시며 얼마전에 수령님께서 종이우에 써놓으셨던 투사들의 이름을 생각하시였다. 대성산에 하루빨리 혁명렬사릉을 일떠세워야 하겠다고 하시며 희생된 투사들의 이름과 생년월일, 입대날자와 희생날자, 그들의 인상특징같은것을 써놓으시였는데 점심시간에 잠간 짬을 내여 쓰신것이 60여명을 넘었다.

김책, 오중흡, 차광수, 김혁, 최창걸, 최금산, 안순화, 박록금

그 수많은 동지들을 땅이 아니라 가슴에 묻으신 수령님이시였다.

이윽고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어머님의 묘소앞을 떠나 고향집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였다.

《…우리가 그렇게 떠난 사람들의 뜻을 제대로 잇자면 후대들이 든든해야 하는데 그만하면 우린 지금 바통을 든든히 물려주고있다고 할수도 있지. 저기 젊은 동무들을 좀 보오. 저 고창렬이네는 몇해전에 쏘련사람들도 못잡았다는 미국놈정찰기를 단방에 쏴떨궜지. 그리구 저 김광진이는 못만들어내는 포가 없소. 포는 전쟁의 신이라는데 저 광진이는 그 포물계에선 귀신이요. 철봉이는 또 이번 당대회때 해상연습지휘를 잘했고… 18군단에 가서두 일을 잘해. 내 요전번날 나가봤는데 모두 펄펄 날더란 말이요. 우리가 왜놈들과 싸울 때는 몇십명밖에 안되는 인원을 가지고 수백명의 적들이 둥지튼 성시같은것도 식은죽먹기로 까부셨고 전쟁때는 겨우 한개 대대력량밖에 안되는 구분대를 들여보내서 서울을 죽탕쳐놨는데 저 철봉이네는 군단이요, 군단! 대단하지! 새세대들이 대단해! 륙해공군이 다 그쯘하거던!》

수령님의 우렁우렁하신 음성이 맨뒤에서 따라오는 철봉이네들에게도 다 들려왔다.

《그러나 우리가 더 자부할수 있는것은 지난 40년동안 숱한 사람들이 곁을 떠나고 새 사람들이 들어왔어도 우리 군대의 혁명적본태가 변하지 않은것이요. 김창봉이나 허봉학이 같은 놈들때문에 곡절을 좀 겪긴 했어도 지금 우리 군대는 당에서 바라고 의도하는대로 잘 나가고있소. 그런 면에선 새세대 지휘관들도 아주 체계가 섰소.》

수령님!》

불쑥 최현의 거센 목소리가 울렸다.

《우리 인민군대가 오늘처럼 강화된데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공이 제일 큽니다. 김정일동지는 어버이수령님의 뜻을 이으신 또 한분의 걸출한 령장이십니다.》

최현동지의 말이 옳다고 이구동성으로 떠드는 투사들의 목소리를 누르며 수령님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하늘가에 메아리쳤다.

《이태전에 주은래가 왔을 때 중국에서 림표라는 사람을 모택동의 후계자라고 당규약에 쪼아박았다고 하기때문에 그건 잘하는것같지 않다, 후계자라는것을 그렇게 문서에다 써놓는다고 되는게 아닌데 하고 속으로 생각했더니 어떻게 되였는가 보시오. 그놈이 잔뜩 교만해져서 누가 비판 한번 한걸 꿍지구 있다가 끝내 자기 조국두 배반하구 역적이 되질 않았소? 혁명의 계승자는 문서장에 이름을 써서 넘겨주는게 아니라 사상과 정신을 차곡차곡 심어주면서 키워야 하는거요. 동무들 말마따나 지금 당에서 이 사업을 아주 잘하고있소.》

수령님께서 만경대생가앞에 이르시였을 때 한 장령이 헐레벌떡 뛰여왔다. 얼마전에 만경대혁명학원 원장으로 임명받은 리오송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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