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3 회)
종 장
마흔번째 봄날에
(1)
봄.
아름다운 만경대의 봄이다.
만경봉의 솔숲은 이날따라 푸른빛이 짙고 소나무의 검붉은 기둥사이로 다복다복 피여오른 연분홍진달래의 꽃잎들이 부드러운 바람결에 하들거렸다. 흰구름이 무럭무럭 피여오른 하늘로는 이름모를 뭇새들이 날아오르며 겨끔내기로 쪼르릉거린다. 순화강쪽으로 뻗은 큰길량옆에는 겨우내 누렇게 묵은 황금빛잔디밭에 새싹들이 파릿파릿하게 돋기 시작했는데 그 길로 승용차 한대가 미끄러지듯 달려왔다.
해빛을 마주하고 달려오는 승용차는 보석을 뿌려놓은듯이 온통 반짝거렸다. 그 승용차가 만경대생가로 들어오는 길목의 주차장입구에서 멎어서더니
검회색닫긴깃양복을 단정히 입으신
주차장휴식터에서
《아, 벌써 와있었구만요. 반갑습니다.》
고창렬은 얼굴을 붉히며
《철봉동무도 오래간만입니다. 진성동무네 중대에는 들렸댔습니까?》
지금 4. 25경축열병식에 참가하기 위해 18군단을 대표하여 올라와있는 김철환영웅중대에 들려보았는가고 물으시는 말씀이였다.
《예, 어제밤 평양에 도착하자마자 가보았습니다. 모두 기세들이 대단합니다. 이번 열병식까지 참가하면
《
바로 이틀전, 조선인민혁명군창건 40돐 경축행사에 참가할 인민군지휘성원들이 모두 평양에 올라왔는가를 알아보시던
《가만, 인차
그렇게 말씀하셨던
《밤새 생각을 좀 해보니 아무래도 오늘 만경대에 빨찌산출신들만 모이는것보다 새세대 지휘관들을 몇명 더 참가시키는게 좋을것같소. 내 나이 벌써 예순이고 다른 동무들도 다 나이들을 먹었는데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고 대를 이어 계속해야 하거던. 내가 열네살에 만경대를 떠나 혁명의 길에 나설 때만 해도 마흔살이나 쉰살때쯤 되면 마련을 볼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혁명을 해보니 결코 간단한것이 아니였소. 오래지 않아 군대간부들을 새세대들로 바꾸어야 하겠는데 그들에게 혁명의 계주봉을 똑바로 넘겨주지 않으면 십년공부 나무아미타불이 될수 있소. …》
어버이수령님의 그 음성을 되새겨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께서 타신 승용차가 주차장쪽으로 들어오는것을 보시고 급히 곁에 선 사진사에게 촬영준비를 하도록 이르시였다.
차에서 내리신 어버이수령님께서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지으시고 젊은 장령들이 서있는쪽으로 활달하게 걸어오시였다.
그뒤로는 최현, 오진우, 전문섭, 한익수와 같은 빨찌산출신의 장령들이 죽 따라서고 사복을 입은 김일제1부수상과 녀투사들도 뒤따랐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차렷자세로 거수경례를 올리는 로일수네들에게 답례를 하시고 곧추 강반석어머님의 묘소쪽으로 향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반갑게 달려오는 최현의 손을 마주잡으시며 나직하게 말씀하시였다.
《며칠전에 만수대언덕에 새로 모신 어버이수령님의 동상에 갔다가 최현동지가 동상주변에 심어놓고간 누운향나무를 보았습니다. 댁에서 애지중지 가꾸시던 향나무를… 정말 고맙습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 나무인즉 수령님을 한생 변함없이 모시려는 내 마음을 얹어보았던것인데… 이제는 수령님동상곁에 오래오래 서있게 됐으니 제 당장 죽어두 여한이 없을것같습니다.》
이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소년단넥타이를 맨 여라문명의 조무래기들이 《아버지원수님이시다!》하고 소리치며 저만치 앞서신 수령님께로 와르르 달려왔다. 수령님께서는 하얀 샤쯔를 입은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걸음을 멈추시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이의 허리에도 겨우 미치는 꼬마들은 오구구 모여들어서 고개들을 뒤로 난딱 제끼고 저저마다 《원수님!》, 《원수님!》하고 재잘거렸다. 호위를 맡은 전문섭은 어쩔바를 몰라 아이들의 등뒤에서 설레를 쳤다. 수령님께서는 아이들의 어깨를 한아름 그러안으시고 너희들은 어느 학교 학생들인가고 물으시였다.
《옛! 붉은거리중학교 학생들입니다!》
《그래? 그럼 너희들 학교에서 공부 잘했는지 한번 시험쳐볼가?》
《예!》
쨍쨍한 합창소리가 터져올랐다.
《너희들 4월 25일이 무슨 날인지 아는냐?》
그러자 이번에는 아이들의 머리우로 곧게 편 손바닥들이 일제히 솟아오르며 《옛!》, 《옛!》하고 싱갱이를 벌렸다.
《오, 그럼 네가 한번 대답해봐라.》
수령님께서 그중 키가 작아 다른 애들속에 파묻히다싶이 한 처녀애를 짚으시자 소녀는 신바람이 나서 대답올렸다.
《아버지원수님께서 항일유격대를 창건하신 날입니다!》
그이께 집히우지 못한 학생들은 대답을 하지 못한 봉창이라도 하려는듯이 《그렇습니다!》하고 일제히 웨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