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2 회)
제 4 장
불타는 지향
12
(1)
(또 한가지 찾아냈구나!…)
정의성은 문평역 기다림칸에 앉아 비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며 마음속으로 이렇게 웨쳤다.
첨가제의 중요미량원소인 망간(Mn)을 대용할수 있는 천연물인 망간토를 찾아낸것이다.
세차례에 걸치는 시료분석결과 오리공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인흥농장 뒤산에 함량이 높은 망간토가 많이 매장되여있다는것을 밝혀내였다.
삶의 기쁨과 희열로 그의 마음은 마냥 부풀어올랐다.
창조의 기쁨, 탐구자의 기쁨을 그 어디에 비길수 있으랴!
시료분석을 위해 문평제련소에 왔다가 이틀만에 돌아가는 그였다. 기차시간을 맞추어 어뜩새벽에 제련소합숙을 나온 그는 짬시간마다 읽군하는 책도 꺼낼념하지 않고 그냥 앉아있었다.
차거운 가을비는 련 사흘째 내렸다.
그러나 지금 그의 마음은 찬비내리는 쓸쓸한 마가을날씨와는 정 반대였다.
도농촌경리위원회에서 사업하는 동창생과 련계를 맺고 도안의 여러곳을 종횡무진하면서 토양분석을 진행하느라 반년가까이 모지름을 써온 정의성이였다.
(드디여 성공의 날도 멀지 않았구나!…)
어제 저녁 분석공처녀에게서 받은 시료분석표를 다시 꺼내보며 그는 마음속으로 웨쳤다.
지금까지 오리에게 필요한 미량원소가운데서 제일 많은 량을 차지하는 망간을 수입품인 류산망간이나 과망간산칼리움으로 대용해왔다.
먹이가운데서 망간이 많이 들어있는것은 쌀겨나 밀기울이지만 그 원천이 부족하여 화학제로, 그나마 수입제로 대용했던것이다.
첨가제의 모든 성분들을 사람들의 건강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원료원천이 풍부한 천연제나 화합물로 되게 할 때에라야 국산화된 우리식의 첨가제라고 당당히 말할수 있는것이 아니겠는가.
도농촌경리위원회와 탐사관리국을 비롯하여 도안의 군과 리들을 찾아헤매던 날과 토양분석을 위해 밤길을 걷던 그때를 그려보는 정의성의 마음은 마냥 설레이기만 하였다.
진정할수 없는 기쁨으로 간밤을 거의 뜬눈으로 보내고 이른새벽 찬비를 맞으며 역으로 나온 그였다.
그는 지금 역기다림칸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기의 기쁨을 목청껏 터놓을수 없는것이 안타깝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일심으로 첨가제연구의 성공을 바라는 공장사람들에게 한시바삐 기쁜 소식을 알려주고싶었다.
다정다감하면서도 순진한 안해는 복스러운 얼굴에 웃음을 담고 아이들처럼 손벽을 칠것이다.
요즈음 웃음이 많아진 봄순은 그 특유의 얌전한 목소리로 《축하합니다, 기사동지!》하고 말할것이다.
유상훈박사는 미더웁게 바라보며 머리를 끄덕일것이고. …
정의성은 평양-청진행차표를 팔겠다는 역사방송원의 목소리를 듣고 생각에서 깨여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차표파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한시바삐 공장으로 달려가 실험과 연구를 다그치고싶었다.
문득 《100리길을 가는 사람은 90리를 절반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언제인가 김춘근당비서가 해준 말이다.
(그래! 나는 아직 먼길을 가야 한다. 먼먼 길을… 그러니 지금의 성과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
그는 잠시라도 들떠있던 자기를 꾸짖었다.
그는 더욱더 신들메를 조이고 성공의 령마루를 향해 달리고 또 달리리라 다시금 마음다지였다.
평양-청진행 급행렬차는 제시간에 역구내에 들어섰다.
홈을 나선 정의성은 곧 기차에 올랐다.
가을비 내리는 차거운 바깥날씨와는 달리 렬차안은 후끈했다.
지정된 좌석을 찾아간 그는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었다. 함께 동행할 손님들도 모두 새 손님을 친절히 맞아주었다.
앞좌석에 앉아있던 얼굴이 길쑴하고 이목구비가 큼직큼직한 사람은 그의 배낭을 받아 차창우의 당반에 올려놓아주었고 돌격대제복을 입고 옆자리에 앉은 청년도 그가 불편해하지 않도록 이모저모로 마음써주었다.
정의성은 푹신한 의자에 편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기차가 떠나자 그는 이미전부터 읽고있던 《수의축산》잡지를 꺼내여 읽기 시작하였다.
가금의 날개를 잘라 알생산을 높이였다는 흥미있는 상식자료에서 그는 한동안 눈길을 떼지 못했다. 자료에는 수칠면조의 날개를 자르니 정액량이 훨씬 증가되였으며 먹이소비도 적어졌다고 씌여져있었다. 날개를 자른 어미닭과 어미게사니, 어미칠면조에서 알생산은 종전보다 더 높아졌다는것이 수자자료로 씌여져있었다.
(이런 방법을 우리 공장에서도 적용하면…)
생각을 이어가던 그는 삽시에 졸음이 밀려오는것을 느끼였다.
공장을 떠나기 전부터 토양분석준비때문에 뛰여다녔고 제련소에 분석을 의뢰하고는 또 긴장해서 이틀밤을 꼬박 새운 그였다.
정의성은 책을 덮어 창턱에 올려놓고 의자등받이에 몸을 기대였다. 절로 눈이 감기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가. …
정신을 차리고 앉아 시간을 보니 한시간정도 잔것같았다.
머리도 맑아지고 기분도 다시 좋아진 그는 차창밖을 내다보았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있었다. 이제 두어시간 달리면 공장에 도착하리라는 생각으로 마음이 즐거워졌다.
(빨리 가자. 기차여!)
정의성은 느닷없이 수송전사들의 기쁨과 랑만을 담은 노래구절이 떠올라 싱긋이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