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06 회)
제 5 장
북두칠성 빛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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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윽고 그를 자신의 옆자리에 앉히신 김정일동지께서는 한동안
깊은 침묵에 잠겨계시다가 무거운 음성으로 말씀을 떼시였다.
《량남이, 언젠가 우리 어머님묘소에 나하고 함께 갔던 일이 생각나오? 그날도 말했지만 우리 어머님은
산에서 싸울 때 얻은 병때문에 늘 앓으셨소. 그러면서두 수령님께서 아실가봐 한번도 내색을 하지 않으셨지. 언제인가 집에
왔던 의원이 무슨 약인지 이름을 대주면서 한번 써보라고 했는데 그때 의원이 부른 약값이라는게 고작 70전이였소. 난 어머님께
내 손으로 약을 지어드리자구 그때부터 한푼두푼 돈을 모아서 우리 집에 있던 오또기의 배속에다 넣어두었소. 그렇게 모아서 50전이 되였는데… 하루는
집에 들어와보니 그 돈이 말짱 없어지질 않았겠소? 알고보니 우리 어머님께서 집에 온 한 유자녀에게 공책을 사서 공부하라고
주어보내셨다는거요. 내가 몹시 섭섭해하는것을 보신 어머님께서는 나를 꼭 껴안고 말씀하셨소.
〈나는 항일무장투쟁때
지하공작을 나갔다오던 길에 화룡유격대 정치위원을 하던분의 집에 들린 일이 있었다. 그 집에는 아버지얼굴도 모르고 자란 철봉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마침 내 손에 돈 50전이 있어서 그걸 주었구나. 많은 돈은 아니였지만 그애가 얼마나 좋아하던지… 이제는 그애가 다 자라서 종합대학엘 갔는데
지금도 나를 만나면 그때일을 계속 외운다. 오늘 집에 찾아온 유자녀를 보니 철봉이 생각이 불쑥 나질 않겠니? 적후에서 싸울 때두 그애 손에
쥐여줄게 있었는데 해방된 조국땅에서 나를 어머니처럼 믿고 찾아온 아이에게 아무것도 줄것이 없다고 생각하니 왜 그렇게 가슴이 아프던지… 그렇게
안타깝던차에 오또기속에 있는 돈을 보았구나. …〉 난 섭섭했지만 하는수없이 또 돈을
모았소. 어린 나이에 돈을 모으자니 헐치를 않더구만. 그런데 그 70전을 다 채우기 전에 어머님께선 이 아들의 지성을
끝내 받아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소. 난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내가 왜 그때 그 돈을 좀더 깊이 감춰놓지 못했을가, 그때 왜 내가 좀더 커서
어머님께 이 세상 귀한 약을 척척 구해다드리지 못했을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터지는것같소.》
김량남의 눈에서 눈물이 쭈르륵 흘러내렸다.
그이의 눈가에도 맑은것이 고였다. 이 순간에 그이께서는 18군단장으로 임명받고 북천에
가있는 리철봉의 얼굴이 절로 떠오르시였다.
어머님께서 생의 마지막까지 잊지 못하시던 철봉이…
그렇게 정을 기울여 키워오신 《쇠몽둥이》가 오늘은 병사들과 함께
산발을 누비고 훈련장을 달리며 군단을 빨찌산식으로 강화하기 위하여 침식을 잊고 산다고 한다. 그이께서는 문득 떠오르셨던
리철봉의 땀젖은 얼굴을 지워버리시고 량남의 손등에 다정히 손을 얹으시였다.
《…난 이렇게 어머님을 잃고나서 이제 더이상 귀중한 사람들을 병때문에 잃어서는 안되겠다고 결심했소. 그래 그런지 난
동무병에 좋다는 약은 세상을 다 뒤져서라두 구해오고싶소. 그런데 동무는 내 마음을 절반도 모르거던. 본인이 마음먹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요.》
그이께서는 오열을 참느라 모대기는 김량남의 어깨를 두손으로 꽉 그러잡으시였다.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하지 않으려거든 정말이지 꼭꼭 이 시간에 나와 운동을 하오. 내가 안본다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량남이는 내 동지가
아니야. 알겠소?》
그러시고는 잊으셨던듯이 품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드시였다.
《참, 그리고 이건 말이요. …》
그이께서 꺼내드신것은 애용하시던 소형록음기였다.
《내 언제부터 동무가 이걸 부러워하기에 주자 주자 하면서두 주지 못했댔소. 아까워서가 아니구 이걸 주어버리면 음악감상을 구실삼아 내 방에
드나들던 량남이가 발길이 끊어질것같아서 말이요. 하지만 이젠 이걸 동무가 가지오. 항상 록음기를 켜놓구 노래를 들으면서 오늘 내가 하던 말을
생각하오. 량남이가 이제 또 쓰러지면 난 견디지 못하오.》
그이께서는 눈물에 푹 젖은 량남의 손에 휴대용록음기를 쥐여주시고도 내가 량남이에게 무엇을 더 주지 못했던가 하고
한동안이나 생각하고 또 생각하시였다. 그러면서도 오늘따라 이 록음기를 꼭 김량남에게 주고싶은 자신의 속마음을 그가
눈치채지나 않았을가 하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까스로 누르시였다. 다행히도 량남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것같았다.
이윽고 운동을 마친 김량남과 함께 청사안으로 들어가시려는데 신인하부부장이 급히 달려와 어버이수령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고 알려드렸다. 그이께서는 김량남을 신인하에게 부탁하고 급히 집무실로 달려올라가시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내각에서 전화를 걸어오시였다.
《래일 당중앙위원회 정치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북천에 다녀올 일이 있는데… 갔던김에 새로 조직한 18군단을 좀 돌아보자고 하오. 철봉이가 그새
일을 많이 했다지?》
김정일동지께서는 힘주어 대답하시였다.
《수령님! 철봉동무는 수령님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병사들과 함께 밤낮이 따로없이 훈련을
다그치고있습니다.》
《그런 대답을 들으니 기쁘구만. 내 정치위원회 위원들에게 18군단자랑을 많이 했는데 실지 가보고 생각보다 못하면 되겠소? 그러니 동무는
철봉이네를 장담한단 말이지?》
《수령님, 공든 탑이 무너지겠습니까? 수령님께서 그처럼 품을 들이셨는데 군단에 가시면 꼭
만족하실것입니다.》
수령님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더니 18군단장은 자신보다 김정일동지가
더 많은 품을 들였다고 하시며 급한 일이 없으면 래일 함께 가보는것이 어떤가고 물으시였다.
《알았습니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기운차게 대답을 올리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