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2 회)

제 5 장

북두칠성 빛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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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득히 먼 공간을 응시하시듯 추연한 빛이 흐르던 그이의 존안에 불깃한 기운이 서서히 피여오르는가싶더니 마침내 푸른 섬광이 번뜩이였다.

《찾았소!》

그이께서는 주먹으로 책상을 힘껏 내리치시며 자리에서 벌컥 일어서시였다. 어리둥절해진 연출가와 작곡가가 따라일어서고 마주서있던 설아는 와뜰 놀라 두손을 가슴앞에 모두어쥐며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이를 바라보았다. 설아와 마주서계시는 그이의 온몸은 신비의 불길에 휩싸여 활활 타번지는것같았다.

《주인공은 그것을 믿었습니다. 북극성은 절대로 북두칠성과 떨어지지 않는다는것을 믿었습니다. 이것은 한갖 자연의 현상에 불과하지만 수령님을 찾아가는 병사들의 심장속에는 그것이 불변의 철학으로 간직되였을것입니다. 그 일곱개의 별이 만유인력이라는 불가항력에 이끌려 북극성과 떨어질수 없듯이 수령과 전사는 믿음이라는 인력으로 뗄래야 뗄수없이 이어져있는게 아니겠습니까. 바로 그 믿음의 세계속에 자기들의 모습을 세워보지 않았다면 우리 인민군전사들이 어떻게 그 시련속에서 최고사령부를 끝까지 찾아올수 있었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말씀중에 찾아든 령감과 예술적환상으로 하여 몹시 격동하시였으나 그이곁에 둘러선 세명의 예술가들은 그 거세찬 흥분에 공명을 일으키지 못하였다. 아직도 무대를 꽉 채우지 못하고있는 배우의 감정을 그 북두칠성이 어떻게 끌어올릴수 있는것인지, 작품의 절정에로 치달을수 있는 내면세계형상과 어떤 련관이 있는지 재능있는 창작가들조차도 미처 상상해낼수 없었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충분한 납득과 리해에 닿지 못하여 모지름을 쓰고있는 창작가들을 둘러보시며 미소를 지으시였다.

《지금까지는 주인공의 감정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할수 있는 초점이 없이 무턱대고 배우에게 감정폭발을 요구하였습니다. 전체 인민군군인들의 열화같은 감정을 배우의 인위적인 연기만 가지고 해결하려 한것은 창작가들의 주관적욕망입니다. 이 장면에서는 전인민적감정을 담은 명곡이 울려야 합니다. 바로 그 노래로써 배우가 주인공의 내면세계뿐만이 아니라 전체 인민들과 인민군장병들의 마음을 터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관중들에게 공감을 줄수 있고 진폭을 일으킬수 있습니다!》

그렇게 열정에 넘쳐 말씀을 하셨지만 창작가들은 그이의 의도를 끝내 파악하지 못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제부터 이 부분은 자신께서 다시 나올 때까지 그냥 두고 다른 장면을 훈련해야 하겠다고 하시였다. 그런데 오늘 김량남지도원에게 이 악보를 보내주신것이였다. 정설아는 왜 자꾸 울기만 하는가고 묻는 라국을 눈물이 그렁해서 내려다보았다.

《노래를 불러야겠는데 왜 자꾸 그이 생각이 날가요? 주인공은 수령님이 그리워 울고있는데 난 왜전쟁의 포화속을 뚫고헤쳐온 간호원이 되지 못하고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할가요?》

가슴속에 서렸던 모든 괴로움을 한순간에 다 날려보내주신 그이, 그처럼 그리웠던 무대에 군복을 입혀 세워주시고 이제는 영영 헤여졌다고 생각했던 최진성이도 다시 찾아주신 그이!

애타게 바랐던것은 물론 바랄수 없었던것까지 다 안겨주신 그이!

눈만 감으면 그립고 오셨다 가시면 더욱 그리운 그이때문에 그는 지금 이 노래앞에서 간호원 강연옥이 되지 못하고 정설아라는 처녀로 그냥 남아있게 되는것이 안타까와 눈물을 흘리는것이였다.

장섭연출가가 담배불을 비벼끄며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는 눈물에 젖은 설아의 얼굴을 환희에 넘쳐 들여다보았다.

《설아동무! 이제는 작품이 살것같구만. 바로 그거요! 그런 감정으로 노래를 부르면 되겠소. 수령님을 그리는 강연옥의 감정이나 그분을 그리는 설아동무의 감정이나 무엇이 다를게 있겠소? 그분을 우리 수령님처럼 생각하고 부르면 되오. 그분이 바로 이 가사에 있는 그리운 장군님이시란 말이요!》

설아는 눈길을 번쩍 쳐들고 연출가의 상기된 얼굴을 바라보았다.

끝끝내 마지막까지 읽어내지 못했던 악보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창문으로 들어온 해빛이 투광등의 불빛처럼 악보를 비쳐준다.

 

    …

    자애로운 어버이사랑을 전하며

    아침해빛 전사들의 길을 밝히네

 

아! 이 해빛! 얼마나 밝고 얼마나 따사로운가!

시련에 찬 주인공의 길우에 비치던 그 해빛이 오늘은 이 창가에 고이 비쳐들고있나니

나의 주인공이여! 당의 참된 딸이여! 그대의 숭고한 감정을 이 정설아라는 한 처녀의 마음으로 노래부르는것을 부디 용서하시라!

설아는 눈물을 머금고 작곡가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이윽고 피아노의 격동에 넘친 선률에 뒤이어 설아의 노래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북두칠성 저 멀리 별은 밝은데

    아버지장군님은 어데 계실가

    창문가에 불밝은 최고사령부

    장군님 계신곳은 그 어데일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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