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4 회)

제 4 장

붉은 단풍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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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령님의 바른켠에 서서 쌍안경으로 이 광경을 보고있던 김일제1부수상이 과묵한 제 성격에 어울리지 않게 발을 텅텅 구르면서 《야, 야!》하고 탄성을 올리였다.

수령님! 정말 굉장합니다! 저건 무슨 함선입니까? 저렇게 몇분만 깨면 섬이 아주 없어지고말겠습니다.》

《저게 바로 해군에서 새로 만든 함선이요. 동무말마따나 저런 배를 여라문척 끌고나가서 적들을 답새기면 살아남을 놈이 하나도 없을게요.》

김일은 연방 혀를 차며 전투함선들의 일제사격을 바라보더니 최현의 팔을 툭 잡아당겼다.

《동무네 저런걸 꿍지구있으면서두 이 김일이한텐 왜 한마디 말두 안했소? 내각에다가 기름을 내라, 천을 내라 손내밀 땐 낮추붙으면서. 사람들이 엉큼하단 말이요.》

김일은 흡족한 웃음을 지은 최현을 밉지 않게 흘겨보며 《푸에블로》호사건때 수령님께서 적들이 대규모함선집단을 끌고오겠으면 오고 전략폭격기를 들여보내겠으면 들여보내라고 하셨지만 자기는 속으로 은근히 걱정을 했드랬다, 품을 적지 않게 들여서 나라살림을 좀 일궈놓았는데 이제 전쟁이 일어나면 수령님고생이 또 수포로 돌아가겠구나 하는 생각에 분통이 터지더라, 그런데 저게 뭐냐, 저런 벼락불이 있는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그런 걱정은 하지도 않았을게 아니냐며 꾸릉꾸릉한 웃음을 터뜨렸다.

《아, 그러게 수령님께서두 새로 만들었다고 하시질 않습니까? 이 민족보위상두 저 배를 구경하는게 오늘 겨우 두번쨉니다. 그나마 김정일동지께서 일일이 방향을 주구 세심한 지도를 주셔서 완성한게지 우리끼리는 어림도 없었을겁니다.》

최현이 배포유한 대답을 하는 사이 하청도쪽으로 뻗었던 불빛무지개의 색갈이 재빛으로 죽어갔다. 사격이 끝난것이였다.

그러자 관람대 바로 앞쪽에 대기하고있던 함선들이 연기와 먼지가 끄실끄실 피여오르는 섬을 향해 노도같이 진격해나갔다. 간격이 그리 멀지 않은 함선들사이에 일어난 물갈기가 서로 솟구치고 부딪치면서 바다가 온통 하얀 물거품으로 뒤번져지는것같았다.

맨앞으로 삐여져나간 네척의 어뢰정들에서 각각 두발씩 8개의 어뢰가 일제히 돌격하였다. 갑판우의 발사관을 튀여나와 바다물속으로 철썩 뛰여들었던 기다란 어뢰들이 물면우에 불쑥불쑥 떠오르더니 곱등어들처럼 밋밋한 등어리가 슬쩍슬쩍 올리떴다 내려섰다 하면서 한절반 곤죽이 된 섬을 향해 무섭게 미끄러져들어갔다.

하청도어방에서 하늘을 찌를듯한 물기둥이 솟아오르고 그와 때를 같이하여 어뢰정들이 그어놓은 반원모양의 물갈기를 뚫고나간 또 다른 포정들이 련달아 포문을 열어제꼈다.

불기둥…

폭음…

불기둥…

이어서 어디엔가 설치된 고성기에서 《조선인민군가》의 장쾌한 취주악곡이 울려나오고 해상사격에 참가하였던 함선들이 종류별로 렬을 지어 주석단앞으로 지나갔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손을 높이 쳐드시고 영용한 군함들에 따뜻한 축복을 보내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이 뿌듯해옴을 절감하시며 오진우총참모장과 나란히 서서 박수를 치고있는 최현에게로 다가가시였다.

《인민군대가 오늘 수령님께 큰 기쁨을 드렸습니다. 대만족이십니다. 그사이 최현동지랑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

최현은 손을 내저으며 뒤로 물러섰다.

《제가 무슨 한 일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김정일동지가 보살피신 덕입니다. 이건 인사말이 아닙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직도 주석단앞을 계속 지나가고있는 함선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며 말씀하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일찌기 함선건조에서 우리 나라의 구체적실정에 맞는 전투함선을 자체의 힘으로 만들데 대한 방침을 제시하시였습니다. 오늘 해상사격을 하는것을 보니 수령님께서 무르익히신 해군무력강화구상이 드디여 현실로 되고있다는것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는 해군을 강화하는데서 남들처럼 하지 않고 우리 나라 실정에 맞는 전투함선을 만드는 방향으로 나갔는데 이것이 빨찌산식이고 우리 수령님식입니다.》

관람대 한복판에서는 수령님의 쩌렁쩌렁하신 음성이 들려왔다.

《아직은 우리 해군에 함선이 그렇게 많지 못하오. 하지만 우리에게 현대적인 조선소들이 있고 어뢰정기관을 자체로 만드는데서도 성공한것만큼 이제는 해군함선건조가 쭉쭉 진행되게 되였소. 오늘 군사연습에서 제일 좋은것은 모든것이 우리의것으로, 우리식으로 된것이요. 멀리서 덤벼드는 적들을 저렇게 초절임시켜놓고 거기서 새들어오는 놈들은 륙지에서 또 답새기면 되오. 그만하면 이제는 문제가 없소.》

수령님께서는 관람대 익측에 서있던 최현과 오진우를 가까이 부르시였다.

《석도진지공사에 참가했던 구분대가 지금 무얼하고있소?》

《예, 그 동무들은 지금 진지공사를 마무리해놓고 새로 조직되는 섬방어대에 인계할 준비를 하면서 대기중에 있습니다.》

오진우의 대답이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말씀하시였다.

《오늘 해상군사연습을 보면서 나는 우리 인민군대가 철두철미 항일유격대식으로 싸워야 하겠다는 생각을 더 굳게 가졌소. 지상전이건 해상전이건 우리식이 제일이요. 이제 구체적인 안을 세워야 하겠지만 석도에 있다는 그 중대도 새로 조직된 18군단에 보냅시다. 어떻소?》

최현이 한걸음 썩 나서며 그렇게 하는것이 좋을것같다고 정중히 대답올리였다.

《그럼 좋소. 그들이 이번에 석도진지공사를 통해서 단련도 되고 공적도 있는것만큼 그들을 당에서 중시하는 련합부대에 보내여 계속 위훈을 빛내이게 하는게 여러모로 좋소. 이제 부대가 증편되면 부대장도 젊고 능력있는 일군으로 앉히고 좀 와와 소리를 내야 하겠소.》

수령님께서 환호하는 당대회 대표들을 향해 손을 쳐들어보이시며 관람대에서 내려서시려 할 때 최현이 그이가까이에 다가들었다.

수령님, 솔직히 말하여 이번 해상군사연습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두 김정일동지의 지도를 받아 완성한것입니다. 앞으로 김정일동지께서 우리 인민군대사업을 좀 많이 지도하도록 해주십시오. 이것은 제 혼자생각이 아닙니다.》

오진우도 뒤따라 수령님가까이에 다가들며 최현동지가 깊이 생각하고 드리는 말씀이라고 보고드리였다. 수령님께서는 뒤쪽에서 김일제1부수상과 담소하고계시는 김정일동지를 바라보시며 미소를 지으시였다.

《내가 따로 당부하지 않아도 그는 결코 군대일에 무관심할 사람이 아니요. 김정일동지는 군사문제를 국사중의 국사로, 자기의 응당한 사명으로 여기고있소.》

만세의 함성…

푸르른 바다…

끝없이 맑고푸른 하늘아래 펼쳐진 바다는 해빛을 받아 금물결로 출렁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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