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0 회)

제 3 장

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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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셨다가 정 그렇다면 자신께서 그리로 가겠다고, 그런것은 작전탁우에서 보아야 제격이 아닌가고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매번 자기의 걸음을 막으시는 그이의 마음을 뻔히 알고있는 최현이지만 그는 이번에도 그이의 론박할수 없는 말씀앞에 수그러들지 않을수 없었다.

그로부터 10분후에 김정일동지께서는 민족보위성청사현관앞에 도착하시였다. 최현과 오진우, 리철봉과 우병국해군사령관이 그이를 맞이하였다. 그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시는데 리철봉이 그이가까이로 다가서며 인사를 올리였다.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 집사람때문에 귀한 산짐승까지…》

아마 임철정치위원이나 누군가가 벌써 전화를 걸어온 모양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이야기는 이따가 따로 하자고 하시며 타격방안이 잘되였다고 하는데 수고가 많았겠다고 치하부터 하시였다.

《저는 크게 한 일이 없습니다. 김일성군사대학 김순일부총장동지와 김광진포병사령관이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리철봉은 당에서 유능한 포병지휘관을 보내주어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진심어린 감사를 드리였다.

《나야 해군에서 함상포때문에 말썽이 많다기에 포병에 밝은 광진동무에게 해군에 한번 가봐달라고 부탁한것뿐인데 무슨 큰일을 한게 있다고 그럽니까. 수고는 동무들이 했습니다.》

사실 함상에 ××포를 올려놓는 문제는 그이께서 이미전에 구상하신것이였다. 연형묵이 군수공장 로동계급과 함께 당중앙위원회에 올라왔을 때 제일 처음으로 떠오르신것이 대규모함선집단타격에 그들이 만든 포를 리용할수 없겠는가 하는 착상이였다. 해군에서 적지 않은 지휘관들이 포를 배제하고 미싸일을 주장하는 원인이 사격시 함선에 작용하는 반충과 관련되는것만큼 그렇게 하면 반충문제는 자연히 해결되게 될것이기때문이였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자신의 그러한 구상을 잠시 묻어놓고 리철봉을 와르샤와에 보내시였다. 리철봉이 돌아온 다음 김광진을 해군사령부에 보내시면서도 미싸일과 ××포의 원리가 동일하다는데 대하여서만 론리적으로 말씀하시였지 그것을 꼭 작전에 동원해야 한다고는 하시지 않았다.

어떤 일에서나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선택하며 스스로 가진 신념이라야 굳건하다는것을 좌우명으로 안고계시는 그이이시였다. 영화예술부문을 지도하시면서도 다시한번 확신하시였지만 인간은 자각성에 기초할 때에만 자기의 무궁무진한 창조력을 발휘하게 되는것이다.

지금껏 그이께서는 작품의 어느한 대사, 어느한 화면구도, 어느한 연기에 대해서도 결코 자신의 주장을 창작가들에게 그대로 피력하지 않으시였다. 또 창작가들도 그렇게 하도록 요구하시였다. 이전시기에는 배우들이 연출가의 연기를 그대로 모방하군 하였다면 지금은 배우도 창조자라는 관점을 가지고 그들에게 작품이 요구하는 감정세계와 생활론리를 인식시켜 그들자신이 그에 맞는 연기를 찾아내는 체계를 세워나가시였다. 그 정당성과 생활력은 지금 뚜렷하게 나타나고있다.

전쟁도 하나의 예술로 간주하고계시는 그이께서는 군사지휘나 작전에 있어서도 상관이 부하에게 자기의 구상과 의도를 명령이라는 단순한 말마디로 내리먹이는 경우 그것이 파국적인 후과를 가져올수 있다고 생각하시였다. 물론 군대는 명령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에 의하여 유지되고 그것을 생명으로 하고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볼 때 상관의 명령은 부하에게 사상적으로 납득되여야 하며 물리적으로는 그 타당성과 필연성이 세부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으로 인식되여야 한다. 일찌기 어버이수령님께서는 항일무장투쟁시기에 그 누구에게 어떤 임무를 주시여도 그것이 가지는 의의와 중요성에 대하여, 그 임무를 수행하는데서 생길수 있는 난관과 그 극복방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시였다. 그렇게 맡겨준 임무는 반드시 수행되였고 언제나 성공적이였다.

상관의 기도와 부하의 창조적적극성을 하나로 일치시키는것, 이것이야말로 군사에서의 주체이며 우리 수령님께서 창조하신 인간중심의 우리식 군사예술이였다.

새로 작성된 대규모함선집단타격전술방안에 대한 해설은 총참모장의 방에서 진행되였다. 각이한 부호들과 점선들, 굵고 가느다란 화살표시들이 꽉 들어찬 대형지도우에 리철봉이 손에 든 커다란 지시봉이 원을 그리기도 하고 빗사선을 그리기도 하면서 부지런히 오고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은근한 자부에 넘친 리철봉의 설명을 들으시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곁에 선 우병국사령관에게 짤막한 물음을 던지기도 하시였다. 30분이 거의 걸려서야 설명을 끝낸 리철봉이 지시봉을 내리워 총창처럼 세워들고 차렷자세로 그이를 우러렀다. 그이께서 손을 들어 박수를 쳐주시자 최현도 오진우도 우병국도 격정에 넘쳐 박수를 보냈다.

《좋습니다. 제 생각에는 타격방안이 현실성도 있고 우리 실정에 맞게 기본적으로 완성된것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땀에 푹 젖은 리철봉의 손을 잡아주시며 열정적으로 말씀하시였다.

《특히 마음에 드는것은 이전시기처럼 화력 대 화력으로 힘내기를 할 생각을 하지 않고 부단한 기동과 여러가지 령활한 전술을 배합하여 적들이 미처 정신을 차릴수 없게 하려는 대담한 시도를 한것입니다.》

그이께서 리철봉의 손에서 지시봉을 받아쥐고 지도를 짚어가며 여러가지 실례를 들어 평가하시자 뒤전에 서있던 최현이 자기도 그런 면을 좋게 보았다고 말씀올렸다. 미소어린 안광으로 최현을 바라보던 그이께서는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것은…》하고 말씀의 뒤끝을 흐리시였다.

그이의 손에 가로놓였던 지시봉이 바로 일어서더니 지도의 한중간을 짚었다. 긴장된 시선들이 지시봉의 한끝에 모여들었다.

《아군함선들이 이렇게 돌격한다면 타격에서는 성공할수 있겠지만 허위기동에 참가한 다른 함선들은 어떻게 됩니까? 그들의 안전은 담보할수 없지 않습니까?》

리철봉은 눈앞이 캄캄해지는것같았다.

적함들의 기동속도와 배치, 돌격침로상의 각도변경과 그에 따르는 적함들의 반응시간, 은페위치와 수로의 길이…

한달남짓하게 그 많고많은 수자들과 조건들을 따지고 또 따져서 최후타격수단들이 안전하게 공격위치를 차지한 순간에 이름할수 없는 희열을 느꼈던 철봉이였다.

이제 발사단추만 누르면!

리철봉은 완성된 작전지도우에서 장쾌한 물기둥, 불기둥과 함께 산산이 찢겨져나가는 적함들을 그려보았고 비명과도 같은 싸이렌소리를 울리며 좌충우돌하는 대규모함선집단을 보았다. 이것으로 작전은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타격전에 참가한 모든 함정들이 안전하게 빠져나올수 있는가고 물으신다.

이제 나는 무엇이라고 대답올려야 하는가?

어떤 불가사의한 기적으로 지금까지 보아온 달의 뒤면이 나타난것과도 같이 리철봉은 자기가 세운 타격방안의 뒤면과 마주선것이였다.

모두가 대규모함선집단의 결정적파괴에 정신을 모으고있다나니 그이여의것은 누구도 작전의 구성안에 넣지 못하였다. 리철봉은 피발이 콱 몰려드는듯싶은 눈으로 지도를 올려다보며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부호들과 점선들을 허물고 상상속에서 다시 그려보았다.

안전하게… 우리 함정들이 안전하게…

그러나 그렇게 점선을 긋고 부호들을 옮겨보면 모든것이 헝클어지고 나중에는 적함선집단을 타격할수 있는 위치에 그 어느것도 가닿지 못하였다. 희생과 성공, 이것이 동전의 앞뒤면처럼 불가분리의것으로 맞붙어버린 전술안이였다. 소름이 끼쳤다. 지금까지 왜 이것을 보지 못했는가.

그이께서는 이 타격방안에서 한가지가 아쉽다고 하셨지만 결국 전면적인 실책이고 전체적인 부정이 아닌가. 그런데 그이는 어쩌면 저렇게 밝게 웃고계시는가. 방금 하신 말씀을 음미해보면 이 방안은 휴지장이 된것이나 다름없는데 마치도 성공한 전술안을 들여다보듯 미소를 짓고계시는것은 어인 일인가. 자기뿐 아니라 최현민족보위상도 오진우총참모장도 그이의 그러한 미소를 의아하게 바라보고있는것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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