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9 회)

제 3 장

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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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정일동지께서는 밤이 퍽 깊어서야 집무실에 들어서시였다. 평양에는 늦은 점심녘에 도착하시였지만 먼저 내각에 들려 김일 제1부수상을 만나고 또 조선2. 8예술영화촬영소에 들려 예술영화 《한 간호원에 대한 이야기》의 진척정형을 알아보다나니 퍼그나 늦어지시였다. 원래 그이께서는 은률군의 일군들을 직접 만나 최광동지의 가정살림에 무관심한 옳지 못한 사업태도에 대하여 단단히 비판할 작정을 하시였으나 결코 이런 현상이 최광의 가정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시여 김일 제1부수상을 만나기로 하시였다.

그이께서는 김일 제1부수상에게 은률에 갔던 일과 오늘 아침 최광의 집에서 목격한 사실을 다 들려주시고나서 지금 지방당조직들과 정권기관 일군들속에서 누가 과오를 범하고 혁명화를 내려왔다고 하면 그들을 외면하고 박대하는것이 혁명적원칙인것처럼 생각하는 편향이 있는것같다고 심중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김일은 그이의 말씀을 다 듣고나서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 못하였다. 결코 과묵한 성미때문만은 아니였다.

김일자신도 조국해방전쟁시기에 어버이수령님의 작전적의도를 잘 받들지 못하여 엄중한 실책을 범한 일이 있었다. 그때 당안에 있던 허가이나 박헌영과 같은자들은 때를 만난듯이 접어들어 김일을 당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완전히 매장시켜버리려고 날뛰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내가 김일이를 떼버리자고 생각했다면 무엇때문에 그렇게 가슴아픈 비판을 했겠는가, 열두밤을 새워도 시간이 모자라는 이런 전쟁판에서 몇시간씩 붙들어두고 비판을 할 필요가 무엇인가, 내가 김일이를 어떻게 만났고 그와 어떤 사선을 헤쳐왔기에 그런 말을 쉽게 하는가, 누구니누구니해도 김일이는 내가 더 잘 안다고 추상같이 꾸짖으시며 다시는 그런 잡소리를 못하게 눌러버리시였다.

그렇게 되여 김일은 준엄했던 전쟁시기에 민족보위성 부상의 군복을 벗고 체신성 정치부장으로 사업하게 되였다.

열사람, 백사람의 몫을 대신하여 어버이수령님의 군사전략을 받들어야 할 자기가 최고사령부를 떠나 후방에 들어온 죄책감으로 모대기던 그때 수령님께서는 매일과 같이 전화를 걸어오시여 적들과 싸워이기는데서 체신부문이 중요하기때문에 동무를 거기로 보냈다고, 싸우는 전사들에게 후방인민들의 소식을 전해주자고 해도 그렇고 또 후방에 전선소식을 알려주자고 해도 체신사업은 중요한 정치사업이라고 크나큰 믿음을 안겨주시였다. 그 믿음이 아니였다면 아무리 《바위》라는 별칭을 가진 김일도 자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주저앉았을것이다. 그런 뼈아픈 체험을 가지고있으면서도 일시 과오를 범하여 자기와 같은 곡절과 아픔을 겪고있을 동지들을 잊고 살았다고 생각하니 그이앞에 얼굴을 들수 없었다.

최광이뿐인가. 그런 동무들은 량강도와 무산에도 있지 않는가. 그들모두가 의기를 잃지 않고, 어버이수령님과 당의 기대를 잊지 않고 꿋꿋이 살며 자기의 과오를 하루빨리 씻고 혁명대오에 떳떳이 들어서도록 이끌어주고 보살펴주어야 할 도덕적책임과 의리를 벌써 다 잊었단 말인가.

김일의 심각한 표정과 침묵속에서 로투사의 속마음과 결의까지 다 읽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이 문제는 자신께서도 당적으로 대책을 하겠지만 제1부수상동지도 깊은 관심을 돌려주기 바란다고 말씀하시고나서 그의 방을 나서시였다.

그이께서는 집무실에 들어서시는 길로 연형묵부부장을 전화로 찾으시였다.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전화를 걸어온 연형묵은 지금 ㅈ공장에서 전화를 받는다고 말씀올리였다.

《아, 그렇습니까? 그러지 않아도 ㅈ공장에 대하여 알아보자고 했는데 마침입니다. 지금 자동차부속품생산이 어떻게 되여가고있습니까?》

연형묵은 이곳 로동계급과 기술자들이 힘을 합쳐 다음달부터는 대량생산에 들어갈수 있게 흐름식생산공정과 자재준비를 완료하고있다고 하면서 일부 전기장치는 수입하는것이 더 효률적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하나 자체로 해결하는 방향에서 완성하겠다고 보고드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인민군대의 전쟁준비는 한시가 급한 문제인것만큼 공장일군들과 로동계급을 불러일으켜 한시라도 더 빨리, 더 많은 부속품을 생산하도록 해야 하겠다고 하시면서 말씀을 이으시였다.

《아직도 일부 군대자동차들이 부속품이 없어 운행도중에 도로에 멈춰서군 한다고 합니다. 어떤 차들은 정 급하면 사회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고도 하는데 군대가 인민을 도와주어야지 거꾸로 도움을 받아서야 되겠습니까. 이렇게 놓고볼 때 인민군대에서 차부속품문제는 전쟁준비만이 아니라 군민관계와도 관련되는 중요한 정치적문제입니다.》

그이께서는 지금 영화예술인들이 나라의 경제전반을 활성화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선동을 준비하고있는데 완성되면 ㅈ공장에 제일먼저 보내주겠으니 혁신의 불을 한번 본때있게 지펴보자고 말씀하시고나서 전화를 마치시였다. 송수화기를 내려놓으시는 찰나에 다른 전화기에서 신호종소리가 울렸다. 민족보위성과 련결된 전화기였다.

전화를 걸어온것은 최현민족보위상이였다.

최현은 반가움에 젖은 목소리로 문안인사를 올리고나서 오늘 아침일찍부터 계속 찾았는데 방이 비였더라고, 어디 계시는지 몰라 안타깝게 찾았다고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최광의 집에 들렸던 이야기를 하시려다가 아무래도 최현이 별스럽게 여길것같아 그만두고 그저 잠간 볼일이 있어 지방에 나갔다왔다고만 대답하시였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기에 그렇게 안타깝게 절 찾으셨습니까?》

《철봉이가 대규모함선집단타격방안을 완성해가지고 올라왔습니다.》

무척 흥분한 어조로 보아 해군에서 완성했다는 전술방안이 최현의 마음에 흠뻑 든것같았다. 어려운 과제를 맡아안고 앓는 안해도 돌볼새없이 뛰여다녔을 리철봉의 얼굴이 떠오르시였다.

《그러니까 그것때문에 절 찾으셨단 말입니까? 민족보위상동지가 보기에는 새 전술방안이 어떻습니까?》

《제 보기엔 그만하면 괜찮은것같습니다. 오진우총참모장도 아주 대담하고 기발한 착상이라고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 그러면 됐다고 하시며 만족한 미소를 지으시였다.

그러자 저쪽에서 다된것이 아니라고, 장군이 보고 좋다고 해야 진짜 완성품이라고 서둘러 말하는 최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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