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5 회)

제 3 장

열매는 어떻게 무르익는가

6

(2)

 

얼마후 주사약검사결과가 전해졌을 때 온 공장이 경악하였다.

그것은 방역대에서 제조한 면역혈청주사약때문에 오리의 무리죽음을 냈다는것이 밝혀졌던것이다.

《혈청주사때문에? 정말이요?》

지배인과 당비서는 꼭같이 곱씹어 물었다.

《정말입니다. 혈청에 포르말린을 잘못 넣어서 그렇게 되였습니다.》

송영숙은 놀라서 굳어진 그들에게 또박또박 말했다.

지배인과 당비서는 말없이 마주보기만 했다.

이윽고 그들은 서로가 무리페사를 낳은 무질서와 무책임성을 자기자신에게서 찾으며 심각한 얼굴로 묵묵히 생각에 잠기였다.

비루스성간염예방을 위한 면역혈청주사는 도살오리의 피를 받아서 공장자체로 만드는 주사약이다.

혈청을 분리하고 려과시킨 다음 포르말린이나 페니실린 또는 스트렙토미찐을 넣어서 만드는 이 주사는 오리나이에 따라 량을 조절하여 다리피하 근육주사하였다.

이 주사를 맞은 오리들은 병에도 잘 걸리지 않고 키우기률도 높았다. 혹시 주사량이 많으면 흡수가 늦어지면서 지속적인 스트레스작용으로 먹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주사약검사결과는 혈청에 넣는 포르말린의 희석배수를 잘못 계산하여 주사약을 제조하였다는것이 밝혀졌던것이다.

온 공장은 주사약제조에 대한 이야기로 또다시 들썩하였다.

온몸이 귀가 되여 시험호동에만 신경이 가있던 진철은 또다시 리병우에게로 뛰여갔다.

《수의사동지!》

그는 문기척소리와 거의 동시에 문을 벌컥 열어제꼈다.

어깨를 구부정하고 넋없이 배양탕크앞에 앉아있던 리병우는 이번에도 폭탄같은 소식이 날아온것같아 겁기어린 눈을 겨우 돌리였다.

그러나 히쭉벌쭉 웃고있는 진철을 보고 그리 운수나쁜 소식은 아니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시험호동에선 아무 잘못도 없답니다. 방역대에서 글쎄 주사약을 잘못 제조했기때문이래요.》

《정말인가?》

《예! 이자 방금 내가 방역부원한테서 직접 들었어요.》

사실은 방역부원이 직장장에게 하는 말을 귀동냥해 들었지만 수의사를 안심시키느라 약간 보태여 말했다.

리병우는 련속 후유후유 긴숨을 내그었다. 반나절사이에 턱수염이 꺼칠해지고 얼굴빛이 더욱더 누렇게 된 그였다.

《고 안타깨비가 이제야 숨이 나가겠는데?》

진철은 봄순을 눈앞에 세워놓고 저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나 온 공장이 주사약제조에 대한 말로 술렁거릴 때 서정옥이와 리봄순이만은 아무것도 모르는채 그냥 죽지부러진 새처럼 처량하게 앉아있었다.

그들에게 주사약검사결과를 알려준것도 송영숙이였다.

끼니까지 번져가면서 새벽부터 온종일 초긴장상태에서 뛰여다닌 송영숙은 관리국에 사업정형과 사고원인을 보고한 다음에야 사무실을 나섰다.

저녁시간도 퍼그나 지났는지 밤하늘에는 보름달이 떠올라 온 누리를 밝게 비치며 곱게곱게 웃고있었다.

하지만 송영숙은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온몸이 땅으로 잦아들것만 같았다. 빨리 집으로 가서 자리에 눕고만싶었다.

그는 자전거를 탈념도 못한채 휘친거리는 다리를 옮기며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소로길에서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시험호동에서는 아직도 이 소식을 모르고있겠구나. …)

눈앞에는 억울하고 분한 생각으로 슬피 울던 서정옥이와 봄순이의 모습이 다가들었다.

그는 곧 자전거를 돌리였다.

송영숙이 호동에 들어서자 정옥이와 봄순은 여전히 애처로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기사장에게서 주사약때문에 일어난 사고라는것을 알게 된 그들은 처음 깜짝 놀라 한동안 서로 마주보기만 하였다.

《그게… 정말입니까?》

얼마후에는 풀썩 주저앉아 흑흑 흐느끼는것이였다.

송영숙은 그들에게 사고원인이 밝혀졌으니 마음을 놓으라고 이른 다음 호동을 나서려다가 다시 돌아섰다.

《참! 오늘은 정월대보름날인데 우리 호동앞에 나가 달구경을 하자요. 품고있는 소원이 뭔지 맘속으로 말하면서 말이예요. 자! 어서 나가자요.》

그는 먼저 출입문을 열고 나왔다. 뒤따라 정옥이도 봄순이도 나왔다.

금쟁반같은 보름달은 시험호동지붕우에서 밝게밝게 웃고있었다.

송영숙은 호동옆 감나무에 기대여 보름달을 이윽토록 올려다보았다.

그에게는 어쩐지 두귀를 쫑긋한 달나라의 옥토끼가 정옥이와 봄순이의 마음을 담아 열심히 절구질을 하고있는듯이 생각되였다.

송영숙은 밝고 아름다운 보름달을 올려다보며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달아! 밝고밝은 보름달아! 우린 지금 첨가제의 성공만을 바란단다. 너의 밝고 아름다운 빛이 비치는 여기 우리 공장을 위해 그리고 우리 부모, 우리 형제, 우리의 정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땅을 위해 첨가제의 성공을 간절히 바란단다. …)

송영숙은 지친 몸을 감나무에 기대인채 하염없이 보름달을 올려다보았다.

정옥이도 봄순이도 말없이 달을 쳐다보고있었다.

송영숙은 그들도 첨가제의 성공을 마음속으로 빌고있다고 믿었다.

그들모두의 마음을 읽은듯 보름달은 더 밝게, 더 곱게 웃고있었다.

잊을수 없는 정월대보름날이였다.

 

사랑을 다 바쳐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