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8 회)

제 3 장

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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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정일동지께서는 로일수의 말을 막으시며 김량남에게 말씀하시였다.

《아니, 그러지 말고 뭘 제기할것이 있으면 하시오.》

김량남은 로일수쪽을 얼핏 바라보고나서 다른 제기는 할것이 없고 협주단순회공연을 한번 조직했으면 한다고, 이것은 창작가들의 일치한 의견이라고 말씀올리였다.

《협주단동무들은 자기들이 이때까지 순회공연을 많이 했지만 군인들의 사기를 높여준다고 하면서 예술본위, 흥미본위에 많이 치우쳐왔는데 이번에 당의 지도를 받아 군가를 완성하면서 공연에 당정책을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가를 잘 알았다고들 합니다. 이번에 새로 형상한 군가를 기둥작품으로 해서 공연형식을 개선해보자고 열의들이 대단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하시며 로일수에게 시선을 보내시였다.

《부국장동무도 같은 의견입니까?》

《그렇습니다.》

로일수가 한발 나서면서 차렷자세를 취하였다.

《만약 반대가 없으시다면 이번에 새로 형상한 군가를 가지고나가 전군을 한번 들었다놓자고 합니다. 리오송정치위원은 벌써 신청까지 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로일수의 입에서 리오송의 말이 나오자 무척 반가와하시면서도 약간 놀라시는 어조로 물으시였다.

《지금 한창 ㅎ제강소 회관건설을 지휘하고있을 리오송동지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협주단에 손을 내민단 말입니까?》

《아마 회관건설이 오늘래일중으로 마감되는 모양입니다. 리오송동지는 군대가 인민들을 도와 건설한 회관인데 이왕이면 첫 개통식도 군대가 해야 의의가 있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협주단 명배우들을 꼭 보내달라고 부탁해왔습니다. 》

김정일동지께서는 21군단정치위원으로 임명받던 날 자신을 찾아왔던 리오송의 얼굴이 떠올라 미소를 지으시였다. 정치위원사업을 못할것 같다던 사람이 얼마나 멋들어지게 사업하고있는가. 번듯하게 꾸려놓은 회관에서 병사들과 인민들이 어깨를 붙이고 앉아 인민군협주단의 공연을 보며 들썩거릴 광경이 금시 눈앞에 보이는것만 같으시였다.

《나는 절대찬성입니다! 제강소회관에서 첫 공연을 하겠다는것은 좋은 생각입니다. 수령님의 교시관철에 떨쳐나선 로동계급을 고무하는 의미에서도 좋고 군민관계를 일층 강화하는데서도 의의가 큽니다. 포를 쏘려면 그렇게 요진통에 대고 쏴야 합니다.》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짓고 손을 흔드시던 그이께서는 21군단쪽에 나간김에 석도진지공사에 동원된 동무들에게도 꼭 공연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거기에 가서 공연을 할 때는 종목을 좀 바꾸어서라도 어버이수령님께서 석도를 얼마나 중시하고계시는가 하는것을 군인들이 뼈에 새길수 있도록 선동을 잘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시였다.

《알겠습니다. 말씀대로 집행하겠습니다.》

로일수와 김량남을 바래주고 집무실에 들어서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출입문옆에 걸린 달력에 시선을 멈추시였다.

조선로동당 제5차대회가 열리게 될 날까지 얼마나 남았는가.

계획하였던 사업들은 무엇이고 그것은 얼마나 진척되고있는가.

공장과 농촌, 경제부문과 과학부문, 예술단들과 체육단들…

수많은 단위들의 사업이 반영된 수자들과 낯익은 일군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중에서도 제일 유표한 자리를 차지하는것은 역시 군복을 입은 사람들의 얼굴이다. 그들의 얼굴과 군복, 군사칭호와 나이는 각이하여도 거의나 꼭같은 하나의 특징-일단 무슨 일을 맡기면 군소리가 없고 불이 번쩍 나게, 모가 나게 해치우는 기질로 하여 못견디게 정이 가는 사람들이다.

총참모부 국장 고창렬…

그를 생각하면 제일먼저 떠오르는것이 지금 조선예술영화촬영소에서 쓰고있는 바람일구는 기계였다. 언제인가 촬영소에 나가셨다가 강한 바람을 일으키는 기재가 없어 현지촬영에서 애를 먹는다는 사실을 료해하시고 그에게 공군에서 직승기를 한번 더 동원해주어야 하겠다고 하시였는데 그는 이틀만에 비행기발동기로 전문촬영용배풍기를 만들어가지고 나타났다. 그 덕에 이제는 촬영소에서도 바람부는 장면이 필요할 때마다 군대에서 직승기를 빌려쓰던 옹색을 덜게 되였다.

젊은 포병사령관 김광진…

구두솔같은 눈섭밑에 번뜩이는 두눈이 자리잡고있어 보통사람들은 첫 대면에 기가 질리군 한다는 구척의 무관이다.

하지만 그의 눈찌가 사납다고 하는것은 그저 들리는 말뿐이고 자신께서는 한번도 그런것을 느끼지 못한것이 이상하시였다.

부드럽고 소박한, 어딘가 순박하게까지 여겨지던 그의 눈빛…

그러나 그의 성미가 얼마나 드세찬가 하는것은 연형묵부부장의 《신소》만 놓고도 잘 알수 있다. 그가 군수공장에 장비를 접수하러 나타나기만 하면 검수일군들이 모두 숨어버린다는것이다. 티 한점이라도 걸려들었다가는 된 졸경을 치른다던가.

그래, 포병사령관은 응당 그래야 한다.

그런 세심성과 높은 책임성, 강한 요구성으로 인민군대의 무장장비를 최상의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

문득 얼마전에 그를 만나셨던 일이 떠오르시였다. 와르샤와에서 돌아오자마자 김순일과 함께 곧장 해군사령부로 내려간 리철봉이 아무래도 포병전문가의 도움까지 받는것이 좋을것같아 그에게 부탁을 하시였는데 지금 어쩌고들 있는지…

이제는 무슨 소식이 있음직한데 왜 이렇게 조용한지 모를 일이다.

전화를 들어 해군사령부 참모장을 찾아달라고 교환수에게 이르시였다.

퍼그나 시간이 흘러서야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것은 리철봉이 아니라 임철정치위원이였다.

《안녕하십니까, 임철동지. 그새 건강은 일없습니까?》

《저는 건강합니다. 전화를 늦게 받아 정말 미안합니다. 병원에 면회를 갔다가 방금 들어오다나니…

《면회라니, 누가 앓습니까?》

그이께서는 마음이 바싹 긴장해지시였다.

《저… 철봉동무의 안해가… 오늘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젊은 녀인이 무슨 일로 병원에 갔는가, 치료대책은 어떻게 세우고있는가를 물으시고나서 나직이 말씀하시였다.

《그러니 철봉동무는 병원에 가있겠군요.》

《아니, 아닙니다. 철봉동무는 완성된 해상타격방안을 가지고 방금전에 사령관동무와 함께 역전으로 나갔습니다. 오늘중으로 평양에 들어갈겁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득 안색을 흐리시였다.

앓는 부인을 병원에 두고 훌쩍 떠나오다니… 아직 의식도 없다는데…

그이께서는 오른손에 드시였던 송수화기를 바꾸어잡고 다른 전화기의 번호판을 돌리며 급하게 말씀하시였다.

《이렇게 합시다. 정치위원동지는 이제 역전으로 나가서 참모장동무를 돌려세워 병원으로 데리고가십시오. 저도 곧 내려가겠습니다.》

《아니… 그렇게야 어떻게?》

《사람의 생명이 경각을 다투고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합시다.》

급히 송수화기를 내려놓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방금 번호판을 돌리신 다른 송수화기를 들고 자신께서 소속되여 생활하시는 당세포의 세포비서를 찾으시였다.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는다는 보고를 받으신 그이께서는 이제 곧 방으로 가겠으니 기다려달라고 말씀하시고나서 서둘러 집무실을 나서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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