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7 회)

제 3 장

봄의 의미

4

(2)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께서 깊은 사색에 잠기신 사이 어느덧 합창이 2절로 넘어간것을 느끼시고 록음테프를 처음부터 다시 돌리시였다. 첫 부분이 지나고 두번째 단락에 이르러 《강철》과 《영광》이라는 두 단어가 몇번이고 곱씹어 외우고싶을만큼 힘있게 안겨오시였다.

 

    강철로 다져진 영광의 대오

    …

 

몇글자밖에 되지 않는 단순한 어휘속에 얼마나 깊은 철학적의미가 집약되여있는가.

강군이라고 하여 저절로 영광이 차례지는것은 아니다.

아득한 인류력사는 제쳐놓고 현시대에만 하여도 이 지구상에는 남들이 상상도 못할 강력한 무장력을 자랑하면서도 감히 영광을 말할수 없는 군대가 얼마든지 있는것이다.

영광! 그것은 위대한 최고사령관, 위대한 수령에 의해서만 태여나는 긍지이고 자부이다!

그이의 사색을 종결짓기라도 하듯 어버이수령님의 존함을 모신 다음 구절들이 꽝꽝 메아리쳐 울렸다.

 

    김일성원수님의 붉은 전사로

    사회주의 내 조국 지켜싸운다

    …

 

김정일동지께서는 끓어오르는 격정과 흥분으로 합창을 마지막까지 다 들으시고나서 한손을 높이 들어올리시였다.

《걸작입니다! 인민군협주단에서 명곡을 내놓았소!》

긴장한 시선으로 그이를 우러르고있던 김량남과 로일수가 눈물이 글썽하여 서로 손을 굳게 맞잡았다. 소리없이 마주잡은 손이였지만 몇천마디의 말로도 터놓을수 없는 격정이 붉은 손등우에 굵은 피줄로 울끈울끈 살아올랐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미 테프가 멎어버린 록음기를 가리켜보이시며 기쁨에 넘쳐 말씀하시였다.

《합창의 종렴부분에서 제국주의침략자 모조리 때려부시자라는 문구를 반복하여 부른것이 특별히 잘되였습니다. 백전백승의 강철의 령장이신 어버이수령님을 최고사령관으로 높이 모신 인민군대의 불패의 기상과 억센 의지가 아주 잘 안겨옵니다.》

그이께서는 형상도 잘되였지만 원작자체가 인민군대의 행진곡답게 곡도 잘 짓고 가사붙임도 리상적으로 되였다고 하시면서 특히 작곡가가 정박의 두번째 소리표를 점4분으로 설정하여 어감을 강조한것이라든가, 《모조리 때려부시자》라는 가사에 해당한 소절에서 특색있는 박자배치로 적들에게 련속강타를 안기는듯한 느낌을 살려낸것을 보면 그야말로 군대맛이 난다고 치하해주시였다.

《과분하신 말씀입니다. 창작가들을 현실속에 들여보내라고 하신 그 말씀이 아니였더라면…》

로일수는 자책의 말씀을 올리면서 이번에 김량남지도원이 창작가, 배우들속에 들어가 밤을 새우면서 정치사업도 하고 실무적인 지도도 얼마나 세심하게 하였는지 협주단동무들은 모두 《우리 지도원동지》라고 부르면서 줄줄 따른다고 보고드리였다.

《어떤 때는 막 시샘이 날 정도입니다. 저를 보면 슬슬 피하던 사람들도 량남동무만 오면 무엇을 봐달라, 무엇을 들어달라 하고 막 매달려돌아가는데 이제라도 음악공부를 좀 하든가 해야지 이러다가 부국장체면까지 잃어버릴것같습니다.》

김량남이 그런게 아니라고, 자기는 별로 크게 한일이 없다고 손을 내젓자 김정일동지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사람이 이렇게 고지식하니 어디 같이 일할 재미가 있나? 부국장동무가 량남동무를 빗대고 내 칭찬을 좀 하는건데 그렇게 도리머리를 저어버리면 나는 칭찬받아볼새도 없지 않소?》

김량남은 휘휘 내젓던 손을 멈추고 얼떠름해서 굳어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량남의 어깨우에 손을 얹으시며 로일수에게 정다운 시선을 보내시였다.

《그만하면 우리 특파원이 일을 괜찮게 시작한것같구만. 그런데 부국장동무는 뭔가 오해하고있는것같습니다.》

로일수가 의아한 시선으로 그이를 우러러보았다.

《협주단동무들이 량남동무를 좋아하는것은 결코 이 동무에게 남다른 예술적재능이 있어서만이 아닐것입니다. 이 동무에겐 부국장동무에게 없는 그런게 한가지 있단 말이요.》

김정일동지께서 오른손 지시손가락을 쳐들어보이시자 로일수는 더욱더 호기심이 나서 김량남의 아래우를 훑어보았다.

키가 구척장신인데다 미남형으로 끼끗하게 생긴 로일수는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군인다운 기질도 있어 사나이로서는 만점이라고 자부하는 터인데 예술적인 소질을 빼놓는다면 대중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데서 자기가 량남이만 못한것이 무엇이겠는지 아무래도 리해되지 않는 모양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여전히 미소를 띠우고 말씀하시였다.

《좀 보시오, 우리 량남동무가 얼마나 텁텁한가. 다른 사람들도 그렇지만 특히 예술인들은 텁텁한 일군들을 좋아한단 말입니다.》

그제서야 로일수는 얼굴을 붉히면서 약간 고개를 숙이였다.

《일군이라고 하여 또 장령이라고 하여 아래사람들앞에서 체면만 내세우면 안됩니다. 한가마밥을 먹고 사는 친형제처럼 무릎을 마주하고 속을 털어놓아야 아래실정도 잘 알수 있고 지도사업도 사람과의 사업으로 전환할수 있습니다. 가만히 보면 부국장동무는 나에게 올 때마다 늘 사업이야기만 하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적게 하는데 그것은 벌써 동무의 사업에 빈 공백이 있다는것을 말해줍니다.》

로일수는 껑충한 장신을 어떻게 주체할지 몰라 허둥거렸다.

그러고보면 자기는 지금껏 아래단위들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너무 실무적으로만 대하여왔다. 방금전에도 그이께서는 새로 형상한 군가를 내놓은 창작가들을 높이 평가하시였는데 이제 당장 그들에 대하여 물으신다면 별로 대답올릴것이 없었다.

그들의 학력과 경력, 가정환경과 생활형편, 창작년조와 창작실적

고작 기억에 있다는것은 리범수라는 작가의 이름과 라국이라는 작곡가의 이름, 그들의 얼굴과 군사칭호… 그저 그뿐이다.

로일수는 당혹해지는 마음을 애써 감추며 말씀의 뜻을 잘 알았다고, 이제부터는 아래단위에 대한 지도사업을 사람과의 사업으로 진행해나가겠다고 힘있게 말씀올리였다.

《좋습니다. 그럼 부국장동무의 결심이 어떻게 실천되는가는 앞으로 보기로 하고… 왔던김에 무엇을 제기할것은 없습니까? 협주단에서 훌륭한 노래를 내놓았는데 나도 무슨 인사가 좀 있어야 할게 아닙니까?》

로일수가 어줍은 미소를 지으며 말씀드리였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우리야 지금껏 가르치심을 주신대로 했을뿐이 아닙니까. 인사를 해야 한다면 오히려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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