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6 회)

제 3 장

봄의 의미

4

(1)

 

당중앙위원회 집무실앞에는 로일수부국장과 김량남이 기다리고있었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두 일군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오래 기다렸는가고 물으시며 두 일군을 집무실안으로 이끄시였다.

《이렇게 함께 나타난걸 보니 혹시 군가가 완성된게 아닙니까?》

로일수와 김량남은 환희에 찬 눈길을 서로 마주하더니 거의 동시에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로일수가 가방에서 록음테프 하나를 정히 꺼내드리였다.

《인민군협주단에서 새로 형상완성한 조선인민군가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악보를 받아드시면서 로일수와 김량남을 미소속에 번갈아보시였다.

《얼굴이 밝은걸 보니 이번엔 자신이 있다는것이겠습니다?》

《전번에 지적하신대로 서주와 간주부분도 수정하고 성악적인 울림도 더 풍부하게 형상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성공할것같습니다.》

김량남의 확신에 넘친 대답이였다. 지난해에 새로 창작된 군가를 보다 더 품위있게 형상하는것은 김량남이 인민군협주단으로 나가던 날 그이께서 처음으로 주신 과업이였다.

그날 김정일동지께서는 우리 나라 군가창작의 력사와 그 발전과정을 가사와 곡까지 실례들어 설명해주시면서 새로운 군가가 가지는 중요성과 의의에 대하여 세심히 가르쳐주시였다.

우리 인민군대의 첫 군가에 대하여

전후 미제를 쳐부신 영웅적인민군의 기개와 사회주의건설을 앞당기고 그 전취물을 보위하는 투쟁에서 이룩된 위훈이 두번째 군가에 어떻게 반영되였는가에 대하여.

《인민군대는 창건된 첫시기부터 오늘까지 조국의 자유와 인민의 해방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위대한 수령님을 옹위하고 우리 당을 보위하여 청춘도 생명도 아낌없이 바쳐 싸웠습니다. 수령께 충실하고 당에 무한히 충직한 혁명적무장력, 바로 여기에 이 세상 그 어느 나라 군대에도 비길수 없는 인민군대의 불패의 힘의 원천이 있고 그 특유가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김량남에게 이것은 결코 저절로 이루어진것이 아니며 간고하고 시련에 찬 투쟁속에서 마련된 고귀한 전통이라는데 대하여서도 이야기해주시였다.

우리 인민군대가 갓 창건되고 전쟁의 불비속을 헤치던 시기에 우리 혁명대오에 숨어있던 반당반혁명종파분자들이 군대에 대한 당의 령도적역할을 약화시키기 위하여 어떻게 책동하였는가. 전후시기에 비렬한 야심가들이 혁명전통의 폭을 상하좌우로 넓혀야 한다고 떠벌이며 인민군대가 《의렬단》이나 《독립동맹》의 전통도 계승해야 한다고 들고나올 때 우리 수령님께서 그러한 궤변들을 어떻게 물리치시였는가. 얼마전에 폭로분쇄된 군벌관료주의자들은 또 어떤 반혁명적인 행위로 인민군대를 당의 품에서 떼내려 하였는가.

이미 한해전에 창작완성된 새 군가가 아직까지 군인들속에 널리 보급되지 못한것도 바로 군벌관료주의자들의 이러한 책동과 적지 않게 관련되여있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이제부터 이 노래를 널리 보급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는것으로 문제가 다 해결되는것은 아닙니다. 노래가 세상에 나가자마자 우리 군인들의 심금을 틀어쥐고 전군이 와와 들끓을수 있게 형상을 잘하여 내놓아야 합니다. 인민군협주단에서는 군가를 새롭게 형상하는 과정을 통하여 자기 집단안에서부터 사상정신적인 변모를 일으키고 나아가서 전군에 당중앙을 결사옹위하는 신념의 불길을 일으켜야 합니다.》

김량남이 인민군협주단에 내려간지 한주일만에 록음테프가 올라왔다. 맥박이 있고 격동적인 합창이였으나 김정일동지께서는 아직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시며 자신의 의견을 또다시 피력하시였다.

가사에 《항일의 빛나는 전통》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것은 그저 항일혁명투쟁시기에 창조된 전통이라는 뜻이 아니라 어버이수령님께서 창조하신 백두의 혁명전통이라는 뜻이다. 때문에 이 첫 부분을 보다 더 숭엄하고 긍지가 넘치게 형상하여야 한다. 인민군대에서는 1960년대초에 벌써 《경애하는 김일성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라는 좋은 구호를 내놓았다. 수령님께서 이끄시는 당, 이것이 핵이다.

얼마 안있어 두번째 록음테프가 올라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이께서는 쉽게 승인하지 않으시였다.

합창이 비교적 잘된것같지만 당중앙을 보위하자는 대목에 너무 치우치다보니 인민군대의 계급적성격이 잘 안겨오지 않는다, 창작가들을 책상우에만 박아두지 말고 현실에 내보내야 한다, 105땅크사단같은데 가서 우리 땅크들의 동체에 어떤 구호를 새겼는지 제눈으로 보고 오게 해야 한다, 지금 사회주의진영안에서 제국주의자들과 평화적공존을 하자는 얼빠진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나라들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있는데 우리 군대의 절대불변의 의지가 어떤것인지 군가에 명백히 나타나야 한다. …

그후에도 여러차례나 합창형상을 지도해주시였는데 록음테프를 가지고 올 때마다 조마조마한 기색으로 방에 들어서던 김량남이 로일수부국장까지 데리고 희색이 만면하여 나타난것을 보니 성공에 대한 희망이 불같이 끓어오르시였다.

그이께서는 로일수가 꺼내놓은 록음테프를 집무탁우에 놓인 록음기에 끼워넣고 스위치를 누르시였다. 열병대오의 씩씩한 발걸음소리와도 같은 박력있는 전주에 이어 가슴을 쭉 펴고 목청껏 터치는 인민군협주단 배우들의 합창소리가 군단포의 뢰성처럼 울렸다.

 

    항일의 빛나는 전통을 이어

    …

 

첫 문구부터가 심장을 쿵 울리며 안겨든다

《백두산》이라는 문구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천고밀림우에 우뚝 솟은 거대한 산악이 우렷이 안겨오고 그 산정에 몰아치는 세찬 칼바람이 귀전에 휘휘 불어오는것만 같으시였다.

총탄에 찢긴 군복과 고무바닥이 다 떨어져 맨살이 드러난 발로 차디찬 눈속을 헤치면서 어깨겯고 탄우속을 뚫고가는 행군대오가 보이는가 하면 오각별 빛나는 군모아래 산뜻한 행전을 치고 혁명군가를 높이 부르면서 환호하는 인민들속으로 보무당당히 행진하는 조국진군대오가 보이기도 하시였다. 인민들이 군량에 보태라고 준 한마리의 부림소를 다시 끌어다주고 밭머리에 얼어붙은 배추시래기를 칼로 뜯어내던 유격대원의 손이 보이기도 하고 어린 대원의 솜옷속에 자기 군복솜을 다 뜯어넣고 자기는 맨살로 령하 40°를 오르내리는 혹한을 한달동안이나 견디여냈다는 한 투사의 퍼렇게 얼어든 얼굴이 안겨오기도 하더니 지금으로부터 10여년전 어느 건군절날에 어느한 인민군부대를 축하방문하시였던 어버이수령님의 음성이 들려오시였다.

《…우리가 왜 항일유격대의 전통을 계승하자고 하는가? 그것은 아무리 둘러봐야 우리에게는 그보다 더 훌륭한 전통이 없기때문입니다. 항일빨찌산들이 아주 어려운 시기에 백두산에서, 압록강연안에서 조국의 해방과 민족의 해방을 위하여 악전고투한 그런 혁명전통을 고수하는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입니까? 우리가 혁명전통을 내세우는 목적은 지난날 투쟁한 몇몇 사람들을 자랑하자는데 있는것이 아니라 항일빨찌산과 같은 정신을 가지고 투쟁한다면 어떤 적과도 능히 싸워이길수 있다는 신심을 매 전사들에게 깊이 심어주자는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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