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4 회)

제 3 장

봄의 의미

3

(2)

 

양복저고리를 벗어놓으신 김정일동지께서 군인들과 함께 향나무를 받아내리고계시였다. 내의팔소매를 걷어올리고 비날론실로 뜬 하얀 작업장갑을 끼시였는데 그이의 발치에 놓인 삽자루와 그 가까이에 우멍하게 패운 구뎅이로 보아 지금껏 나무를 심을 준비를 하고계신것이 분명했다.

그러고보면 저 누운향나무는 우리 집 향나무가 아닌것이 적실하군. 그이께서 이 최현이도 모르게 우리 집뜨락에 서있는 나무를 다른곳에 떠옮기실수야 있는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최현은 자기가 못올데를 온것만 같아 마음이 별스러워졌다.

그러면서도 한껏 호기심이 동하는것을 어쩔수가 없었다.

추녀가 건듯이 들린 청기와지붕아래 창문마다 조선식살창을 단 2층가옥은 넓다란 마당에 세워놓은 정원등이며 차가 들어올수 있게 만든 커다란 대문이며 벽돌을 쌓아놓은것처럼 무늬를 꾸민 울타리우에까지 청기와를 곱게 얹은 품이 필경 보통살림집같지는 않은데 대체 어떤 중요한 집이기에 그이께서 몸소 나무구뎅이까지 파고계시는가?

이때 나무를 부려놓은 차를 뒤로 물리시던 김정일동지께서 대문앞에 엉거주춤 서있는 최현을 발견하고 반색을 하시였다.

《아, 최현동지가 오셨구만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장갑을 벗고 다가오시며 최현의 손을 뜨겁게 잡아주시였다.

《먼길에 수고를 하셨습니다. 얼굴색이랑 퍽 좋아지신걸보니 온천물이 몸에 맞았던 모양입니다.》

《예. …》

《최현동지가 보내준 산천어를 당중앙위원회에서 함께 일하는 우리 동무들이랑 정말 맛있게 들었습니다. 난 그 산천어를 보면서 그렇게 먼곳에 가서도 저를 잊지 않고 마음쓰는 최현동지에게 어떻게 인사를 할가 하고 계속 걱정했습니다.》

《과하신 말씀입니다. 제 원체 나이가 조금만 더 젊었어두 산천어만이 아니라 사슴까지 한놈 잡아오는건데

김정일동지께서는 놀라시였다.

《아니, 거기 료양소골안에 사슴이 다 있더란 말입니까?》

《있다뿐이겠습니까? 제가 꽁무니를 물고 굴밑에까지 갔댔는데요. 벼랑이 하도 높아서 더 근접을 하지 못하긴 했습니다만…》

《사슴이 굴에서 산다는 말은 처음 듣습니다. 그게 혹시 사향노루가 아닙니까?》

《글쎄… 뿔이 없는걸 봐선 노루같기도 하구… 점이 박힌걸 봐선 사슴같기도 한데…》

최현이 자신없어하는것을 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아무래도 사향노루가 옳겠다고, 생김새도 그렇고 우리 나라의 사슴이나 노루가운데 굴에서 사는것은 사향노루뿐이라고 하시였다. 그이께서 잠간 말씀을 끊으신 사이 최현은 향나무를 구뎅이에 밀어넣느라 역사를 하고있는 군인들쪽에 얼핏 눈길을 보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눈길을 느끼고 미소를 지으시였다.

《이거 주인의 승낙없이 나무까지 떠와서 정말 안됐습니다. 오진우동지가 제손으로는 못하겠다고 나가넘어지길래 제가 손을 대고말았는데 나무는 아마 별일없을겁니다.》

최현이 의아해하는데 대문안으로 오진우와 김철호가 들어섰다.

《아니, 당신은 또 왜 왔나?》

최현의 물음에 김철호는 대답대신 손으로 입을 가리며 고개를 꺾었다. 김정일동지께서 최현의 팔을 붙드시였다.

《안주인이 제 집에 왔는데 왜 왔는가가 뭡니까? 이게 바로 최현동지의 집입니다.》

최현은 꿈쩍 놀라 그이에게서 물러서며 오진우쪽을 바라보았다.

오진우는 최현의 꼿꼿한 눈살을 피하느라고 모자를 벗어 이마전을 가리며 2층가옥의 높은 추녀를 능청스럽게 올려다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우선우선한 웃음을 띠우고 최현을 바라보시였다.

《최현동지, 수령님께서는 최현동지가 물도 잘 나오지 않는 낡은 집에서 불편을 느끼고있다는것을 아시고 얼마나 가슴아파하셨는지 모릅니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빨찌산때부터 싸워온 오랜 투사들은 황금으로 륙간대청을 지어주어도 아깝지 않을 우리 당의 귀중한 보배들이라고 하시면서 본인이 아무리 반대한다고 해도 당에서 책임지고 잘 돌봐주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오진우동지를 나무람할 생각은 마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앞으로 며느리를 맞아 함께 데리고 살아야 할 아들도 있고 여름에는 시원한 방도 있어야 할것같아 집은 2층으로 지었지만 아래층은 난방을 하지 않고 구들을 놓았다고 하시면서 성의를 다하느라고 했는데 주인들의 마음에 들겠는지 모르겠다고 하시였다.

그러시고는 원래 새집은 바깥주인보다 안주인의 마음에 먼저 들어야 한다고 하시며 김철호를 부축하여 먼저 집안으로 들어가시였다.

저켠에서 딴전을 피우고 서있던 오진우가 최현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사이 여기에 몇번이나 나오셨댔는지 모릅니다. 장판지의 색갈이랑 도배지의 문양이랑 하나하나 직접 골라주셨지요. 어제두 이사짐을 다 실어오면서 뜨락에 심은 향나무를 떠오지 않았다는걸 아시구 품을 들여서라두 꼭 떠와야 한다구 곱씹어 당부하시길래 내가 군인들을 데리구 나왔댔습니다. 그이 말씀대루 원래집에 있던건 꽁지비자루 하나 남기지 않구 다 가져왔수다.》

최현은 오진우쪽을 더 바라보지 않고 말없이 집안으로 들어갔다.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