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0 회)

제 3 장

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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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께서 수령님의 집무실에 들렸다가 나오시다보니 비행장으로 나가려고 계획하셨던 시간이 약간 지체되였다. 결국 최현은 평양비행장이 아니라 련못동입구에서 만나게 되시였다.

민족보위상의 승용차를 먼저 알아보신 그이께서 차를 멈추고 내리시자 깜짝 놀란 최현이 차를 세우고 허둥허둥 달려왔다.

김정일동지께서도 마주 달려나가며 로장의 손을 잡으시였다.

《수고했습니다. 그사이 앓지는 않았습니까?》

《앓다니요. 이렇게 정정해서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최현은 우툴두툴한 두손으로 략수가 주르르 달린 자기의 군복앞가슴을 툭툭 쳐보이며 벌씬벌씬 웃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최현의 뒤로 차에서 내려서 맵시있게 거수경례를 올리는 담당간호원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보내시고나서 리철봉과 김순일부총장은 왜 보이지 않는가고 물으시였다.

《철봉이는 저기 갈림길에서 김순일이와 함께 곧장 해군사령부로 갔습니다. 당에서 바라는 대규모함선집단타격방안을 내놓기 전에는 장군을 뵈올 면목이 없다고 하면서… 아마 이번 길에 많은 생각을 한 모양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철봉이 자신을 만나지도 못하고 해군사령부로 내처 달려간 심정이 리해되신듯 크게 고개를 끄덕이시며 멀리 갈림길쪽을 점도록 바라보시다가 먼발치에서 이쪽만 바라보고있는 간호원을 손짓해부르시였다. 가뜬한 단발머리아래 석줄짜리 령장이 박힌 날씬한 처녀간호원이 가까이로 달려왔다.

《자, 이젠 도착보고를 해야지. 임무수행은 제대로 했소?》

갓 스물이나 났음직한 처녀는 두손을 가슴노리우로 쳐들더니 오른손 지시손가락으로 왼손가락들을 하나하나 꺾어접으면서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대답올렸다.

《매일 아침운동도 꼭꼭 하고 혈압도 꼭꼭 재고 그때 주신 보약도 꼭꼭 잡쉈습니다. 쉬기 전에는 찔광이약술도 한잔씩 꼭꼭 마셨습니다.》

처녀가 《꼭꼭》하고 그루를 박을 때마다 발기우리한 두볼에 인상적인 보조개가 쏙쏙 패였다. 김정일동지께서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시자 곁에 서있던 최현이 목덜미를 슬슬 문다지였다.

《글쎄, 요 꼬매가 이번에 가선 별스레 그악스러워졌다 했더니… 어떻게나 찰거마리처럼 따라다니며 성화를 먹이는지 아주 학질을 뗐습니다. 하두 시끄럽게 굴어서 너 조국에 돌아가면 담당간호원자리에서 철직이다. 하구 엄포를 놨는데두 코방귀만 탕탕 뀌지 않겠습니까. 허허허…》

간호원이 곱게 눈을 흘기며 앵두같은 입술을 뾰조롬하게 내밀었다.

《보위상동진 절대루 날 철직 못시킵니다. 내뒤엔…》

처녀는 김정일동지쪽을 슬쩍 바라보며 입을 가리고 캐드득거리다가 문득 무엇이 생각난 모양 손바닥을 딱 마주쳤다.

《참, 한가지 고발할게 있습니다. 와르샤와에 도착한 다음다음날…》

최현이 바빠나서 《야!》하고 소리를 쳤지만 처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종알거렸다.

《혈압이 180에 160까지 올라가구 체온두 37° 8부까지 올라갔는데 제 말을 듣지 않구 참관을 나갔댔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부러 엄한 표정을 지어보이시였다.

《허, 그건 잘된것같지 않은데요. 참관을 좀 못해두 건강관리가 기본이라고 제가 당부하지 않았습니까?》

최현이 난감한 표정으로 혀를 차는것을 본 간호원처녀는 손으로 입을 감싸쥐고 고개를 폭 수그리며 소리없이 웃는다.

김정일동지께서도 이내 미소를 지으며 최현에게로 돌아서시였다.

《제 부탁두 잊어버리구 참관을 나가셨댔다는걸 보면 뭐 구경할만한게 많았던 모양입니다?》

《예, 요란합디다. 유럽나라들이라는게 기계제작공업이 발전해서 그런지 함선들도 크고 무장도 볼만하더군요. 그런데…》

최현은 입귀를 실그러뜨리며 실망어린 빛을 띄웠다.

《숱한 함선들을 바다우에 일직선으로 띄워놓구 와와 밀고나가는데 그게 어디 군사연습입니까? 수정주의라는게 뭔가 했는데 이번에 제 눈으로 똑똑히 보구왔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우선 그 나라 사람들에게는 제국주의와 끝까지 싸워 결판을 내겠다는 사상적각오가 없기때문에 현대적인 무장장비가 아무리 많아도 소용이 없다고 최현의 말을 긍정해주시였다.

《사상이 없는 총대는 막대기만도 못합니다!》

사상이 없는 총대! 하고 최현은 속으로 되뇌여보았다.

독립군시절에나 빨찌산시절에나 손에 든 총은 꼭같았지만 그 위력은 천양지차였다. 그것은 바로 수령님을 따라 항일전에 나선 그날에야 비로소 자기의 총에 총탄과 함께 사상을 만장약했기때문이 아니였던가!

《참으로 지당한 말씀입니다!》

최현은 환희에 흠뻑 젖어올라 희슥희슥한 머리를 쓰다듬어올리였다.

《제 이번에 그 사람들이 만든 현대적인 미싸일이라는것도 좀 보았는데 별게 아니였습니다. 그 사람들자체가 미싸일은 탄도를 유도해야 하기때문에 장애파와 맞다들면 목표를 포착하기 힘들고 속도가 떠서 일단 레이다에 걸리면 요격당하기도 쉽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제가 현대적인 군사기술을 무시하는것은 아니지만 미싸일과 같은 무장도 결코 환상적으로 대할만큼 만능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주체전법으로 잘 무장하고 군인들의 사상정신만 옳바로 심어주면 지금 있는 재래식무기를 가지고도 얼마든지 그런 현대적인 무장을 갖춘 적들과 싸워 이길수 있다고 봅니다.》

《옳습니다. 적과 사생결단으로 싸우겠다는 각오와 의지가 중요합니다. 물론 우리는 앞으로 발전된 나라들을 릉가하는 현대적무장장비들도 더 많이 만들고 적들이 상상할수 없는 전략무기들도 개발해내자고하지만 적을 때려부시겠다는 각오와 의지가 없으면 우선 그런 무장을 갖출수도 없거니와 갖춘다고 해도 무용지물입니다. 수령님께서는 일부 사람들이 어디에 한번 갔다오기만 하면 거기에는 무엇도 있고 무엇도 있더라 하면서 사대주의병에 걸려가지고 오는것이 탈이라고 하셨는데 최현동지는 확실히 다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최현의 손을 맞잡으시고 한참동안이나 시원스럽게 웃으시다가 이제 자신과 함께 당중앙위원회로 가서 어버이수령님을 만나뵈와야 하겠다고 말씀하시였다.

《아마 어버이수령님께서도 최현동지의 그런 보고를 받으시면 무척 기뻐하실겁니다.

《그럴가요?》

《자, 어서 떠납시다. 어버이수령님께서 기다리고계십니다.》

김정일동지께서 먼저 차에 오르시였다. 최현도 간호원과 함께 차에 올라 그이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하였다. 곧 수령님을 만나뵙게 된다고 생각하니 최현의 가슴은 구름처럼 부풀어올랐다. 그러나 최현은 당중앙위원회에서 어떤 명령이 자기를 기다리고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알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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