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8 회)

제 2 장

파도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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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일은 여기까지 이야기하고나서 눈굽을 훔치였다. 그의 이야기에 심취되여있던 쥬가노브도 감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첩우에 무엇인가를 부지런히 적어나갔다. 김순일은 계속 이야기하였다.

《이것은 결코 나 하나만의 이야기가 아니요. 우리 나라의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어슷비슷한 운명의 길을 걸어서 수령님품에 안겼고 그품에 안긴 때로부터 새삶을 받아안았소. 우리와 그이는 정으로 뭉쳤고 혈연으로 이어졌소. 그런 사람들이 미제와 싸웠고… 이겼소. 그때 우리에게 미국놈들보다 땅크나 대포, 비행기가 많았겠소? 이름난 군사대학에서 몇해씩 공부한 리론가들이나 군사지휘관들이 있었겠소? 우린 수령님께서 가르치신대로 싸웠고 수령님만을 그리면서 죽음도 두렴없이 싸웠소. 때문에 우리는 전쟁승리의 요인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이것을 첫자리에 놓지 않을수 없는것이요!》

기자는 손벽을 치며 감탄하였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지금껏 당신이 어떤 사말적인 이야기나 하자는것인줄 알았는데 결국은 자기가 하지 못한 토론을 하신셈이군요. 우리 나라의 저명한 작가인 레브 똘스또이는 자기의 저서인 전쟁과 평화에서 이렇게 쓴바있습니다. 군사력이란 군사의 수에 그와는 다른 그 무엇 즉 미지의  Χ를 곱한것과 같다. 그 Χ란 군대를 이루고있는 매 개인의 투지와 위험속에 뛰여들려는 의욕의 왕성여하이다. 그러니 결국…》

《아니요!》

김순일은 주먹으로 가볍게 앞탁을 두드렸다.

《물론 맑스나 엥겔스와 같은 로동계급의 수령들도 전쟁승패의 요인을 무기에서 찾고있던 시기에 군사력의 중요한 요소를 인간의 의식과 어느 정도 결부시켜 찾아본것은 레브의 진보적인 측면이라고 볼수 있소. 하지만 세계적인 대문호이며 철학가였던 그도 역시 자기가 산 시대의 력사적제한성과 철학적제한성으로부터 그 의식을 미지의 Χ라고만 하였을뿐 그것이 무엇인가에 대하여서는 정확히 밝히지 못하였소. 혁명군대에 있어서 군사력이라고 할 때 그것이 자기의 계급과 인민의 리익을 위해 목숨바쳐 싸울것을 각오한 대중의 사상의식에 의하여 결정된다는것을 처음으로 밝히고 증명하신분은 바로 우리 수령님이시오. 우리 인민자신은 그 사상의 핵이 비로 우리 수령님에 대한 충성이라고 생각하고있소.

김순일의 이야기는 그날로 《쁘라우다》에 실렸다.

김순일은 그 신문을 읽어보지 못하였지만 다음날 아침 군사과학연구토론회 주최측으로부터 토론에 꼭 참가해달라는 정중한 초청이 날아왔다. 김순일의 토론은 만장의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았다.

김순일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다. 리철봉은 깊은 생각에 잠겨 묵묵히 걸었다. 무엇인가 커다란것이 가슴을 툭툭 쥐여박는것같았다.

《나는 토론회에 참가하여 정말 이름 못할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였소. 특히 내가 산악전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는 숱한 군사전문가들이 토론을 다시 반복해줄것을 거듭 요청했소. 이 큰 나라에 원수요, 장령이요 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산악전에 대해서는 우리 대학 졸업반학생들만큼도 모르고있더군. 이것은 결코 교만이 아니요. 그들은 엥겔스의 군사리론에 포로되여 산악전의 지역적고립성과 그로부터 산생되는 물자보급의 차단, 통신의 두절, 공격방향의 로출과 같은 불리성만 보고 그 유리성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있더란 말이요. 갱도전법이나 직사포의 활용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새로 발견한 피라미드를 대하듯 하였소. 그만큼 우리의 주체전법은 창조적이고 발견적이며 위대한것이요.

리철봉은 흥분이라는것을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뚝뚝해보이던 김순일이 주먹을 내흔들며 열정에 넘쳐 이야기하는 모습을 희한하게 바라보았다. 수많은 나라의 한다하는 군사리론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선망의 눈길을 모았다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부총장동지는 군사과학자로서나 교육자로서 대성공을 거두신셈입니다. 축하합니다!》

《아니, 아니요!》

김순일은 완강하게 도리머리를 저었다.

《이것은 나의 성공이라기보다 바로 그이의 성공이고 대승리요. 당중앙위원회에서 사업하시는 영명하신 김정일동지께서 나를 이끌어주고 가르쳐주시지 않았더라면…》

리철봉은 가슴이 후두둑 뛰였다.

김순일이 언제 그이와 인연을 맺고 가르치심까지 받았단 말인가.

《나는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산악전과 같은 전법이 산이 많은 우리 나라에 국한된 군사리론이라고 생각해왔소. 때문에 나는 이것을 하나의 경험이나 특수한 지역에서의 전술적문제로 여기고 국제적인 군사과학연구토론회에 내놓을수 있는 쩨마로는 틀어쥐지 못했댔소. 그러나 그이께서는 이것을 리념화하고 철학적으로 전개해주셨소. 자기의것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출발한 사색, 그것은 불리성을 유리성으로 전환시키며 그 어떤 교조에도 구애됨이 없이 무한한 창조를 낳는다는것이요. 우리 나라처럼 산악이 많은 나라들은 물론이고 벌방이 태반인 유럽지역의 군사가들까지도 이 리론에 감탄한것은 무엇때문이겠소? 그것은 바로 여기에 어떤 전술상의 문제만이 아니라 자기 인민의 무궁무진한 힘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사랑, 거기에 기초한 무한한 창조성이 깃들어있기때문이요. 나는 지금 너무나 젊으신 그분께 제자의 마음으로 감사를 드리고있소. 그리고 좀더 일찌기 그이의 가르침을 받지 못하여 우리의 주체전법을 세상에 널리 자랑하지 못한데 대해 조선의 군사과학자로서 심한 자책을 느끼고있소.》

리철봉은 김순일의 이야기를 들으며 뼈아픈 회오에 가슴이 저렸다.

그의 이야기가 옳다. 나도 그와 다를바없는 인생길을 걸어 오늘에 이르지 않았던가.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함께 이역의 산야를 헤매던 그 모진 나날들…

거지나 다름없는 행색으로 조국에 온 자기를 품에 안아 공부시켜주고 오늘은 새세대 장령으로 키워주고 내세워주신 수령님과 어머님. …

그 은혜에 천만분의 일이라도 보답할 일념이 보다 더 뜨거웠다면!

다른 나라에 류학을 가기보다 조국땅에서 더 많이 배워 수령님의 해군건설구상을 받드는 역군이 되라고 등을 떠미시던 그 깊으신 뜻을 한번만이라도 깊이 새겨보았다면!

그의 이야기가 천만번 옳다. 자기 인민의 무궁무진한 힘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사랑, 거기에 기초한 무한한 창조성!

리철봉은 이 순간 자기가 우리 군인들의 정신력에 대하여, 우리의 바다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있으며 또 그에 대해 얼마나 깊이 생각했던가 하는 자책이 갈마들었다.

우리 식의 전법을 내놓아야 한다. 반드시 우리 식으로!

그들이 호텔로 돌아왔을 때 아래층홀에서 기다리고있던 최현이 반겨맞으면서 리철봉에게 물었다.

《철봉동무, 여기 국방상이 미싸일문제를 꺼내더군. 당장이라도 달라면 주겠다는거야.》

리철봉은 가슴이 시큰해나는것같았다.

《그런데 요구조건이 있소. 푸에블로호나 〈EC-121〉호같은것이 다시 들어와두 자기네 미싸일을 쓰지 말아달라나.》

김순일부총장이 웃음을 머금고 물었다.

《그럼 그 미싸일은 어떤 때 써야 한답니까?》

《쓰다니? 자기들처럼 진렬장에 세워놓구 위력시위를 하라는거지.》

최현이 퉁명스럽게 대꾸하고나서 리철봉에게 얼굴을 돌렸다.

《어때? 좀 달라고 해볼가?》

리철봉은 고개를 힘껏 흔들었다.

《아니, 민족보위상동지는 어떨지 저는 필요없습니다.》

최현은 어깨를 뒤로 젖히며 홀안이 떠나가도록 통쾌하게 웃었다.

《하하하… 그따위는 나두 필요없어. 아니, 우리 인민군대에 필요없는 물건이야. 차라리 돌멩이 한개라두 제 마음대루 던질수 있는게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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