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8 회)
제 2 장
파도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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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김순일은 여기까지 이야기하고나서 눈굽을 훔치였다. 그의 이야기에 심취되여있던 쥬가노브도 감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첩우에 무엇인가를 부지런히 적어나갔다. 김순일은 계속 이야기하였다.
《이것은 결코 나 하나만의 이야기가 아니요. 우리 나라의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어슷비슷한 운명의 길을 걸어서
기자는 손벽을 치며 감탄하였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지금껏 당신이 어떤 사말적인 이야기나 하자는것인줄 알았는데 결국은 자기가 하지 못한 토론을 하신셈이군요. 우리 나라의 저명한 작가인 레브 똘스또이는 자기의 저서인 〈전쟁과 평화〉에서 이렇게 쓴바있습니다. 〈군사력이란 군사의 수에 그와는 다른 그 무엇 즉 미지의 Χ를 곱한것과 같다. 그 Χ란 군대를 이루고있는 매 개인의 투지와 위험속에 뛰여들려는 의욕의 왕성여하이다.〉 그러니 결국…》
《아니요!》
김순일은 주먹으로 가볍게 앞탁을 두드렸다.
《물론 맑스나 엥겔스와 같은 로동계급의
김순일의 이야기는 그날로 《쁘라우다》에 실렸다.
김순일은 그 신문을 읽어보지 못하였지만 다음날 아침 군사과학연구토론회 주최측으로부터 토론에 꼭 참가해달라는 정중한 초청이 날아왔다. 김순일의 토론은 만장의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았다.
…
김순일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다. 리철봉은 깊은 생각에 잠겨 묵묵히 걸었다. 무엇인가 커다란것이 가슴을 툭툭 쥐여박는것같았다.
《나는 토론회에 참가하여 정말 이름 못할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였소. 특히 내가 산악전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는 숱한 군사전문가들이 토론을 다시 반복해줄것을 거듭 요청했소. 이 큰 나라에
리철봉은 흥분이라는것을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뚝뚝해보이던 김순일이 주먹을 내흔들며 열정에 넘쳐 이야기하는 모습을 희한하게 바라보았다. 수많은 나라의 한다하는 군사리론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선망의 눈길을 모았다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부총장동지는 군사과학자로서나 교육자로서 대성공을 거두신셈입니다. 축하합니다!》
《아니, 아니요!》
김순일은 완강하게 도리머리를 저었다.
《이것은 나의 성공이라기보다 바로
리철봉은 가슴이 후두둑 뛰였다.
김순일이 언제
《나는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산악전과 같은 전법이 산이 많은 우리 나라에 국한된 군사리론이라고 생각해왔소. 때문에 나는 이것을 하나의
경험이나 특수한 지역에서의 전술적문제로 여기고 국제적인 군사과학연구토론회에 내놓을수 있는 쩨마로는 틀어쥐지 못했댔소. 그러나
리철봉은 김순일의 이야기를 들으며 뼈아픈 회오에 가슴이 저렸다.
그의 이야기가 옳다. 나도 그와 다를바없는 인생길을 걸어 오늘에 이르지 않았던가.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함께 이역의 산야를 헤매던 그 모진 나날들…
거지나 다름없는 행색으로 조국에 온 자기를 품에 안아 공부시켜주고 오늘은 새세대 장령으로 키워주고 내세워주신
그 은혜에 천만분의 일이라도 보답할 일념이 보다 더 뜨거웠다면!
다른 나라에 류학을 가기보다 조국땅에서 더 많이 배워
그의 이야기가 천만번 옳다. 자기 인민의 무궁무진한 힘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사랑, 거기에 기초한 무한한 창조성!
리철봉은 이 순간 자기가 우리 군인들의 정신력에 대하여, 우리의 바다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있으며 또 그에 대해 얼마나 깊이 생각했던가 하는 자책이 갈마들었다.
우리 식의 전법을 내놓아야 한다. 반드시 우리 식으로!
그들이 호텔로 돌아왔을 때 아래층홀에서 기다리고있던 최현이 반겨맞으면서 리철봉에게 물었다.
《철봉동무, 여기 국방상이 미싸일문제를 꺼내더군. 당장이라도 달라면 주겠다는거야.》
리철봉은 가슴이 시큰해나는것같았다.
《그런데 요구조건이 있소. 〈푸에블로〉호나
〈EC-121〉
김순일부총장이 웃음을 머금고 물었다.
《그럼 그 미싸일은 어떤 때 써야 한답니까?》
《쓰다니? 자기들처럼 진렬장에 세워놓구 위력시위를 하라는거지.》
최현이 퉁명스럽게 대꾸하고나서 리철봉에게 얼굴을 돌렸다.
《어때? 좀 달라고 해볼가?》
리철봉은 고개를 힘껏 흔들었다.
《아니, 민족보위상동지는 어떨지 저는 필요없습니다.》
최현은 어깨를 뒤로 젖히며 홀안이 떠나가도록 통쾌하게 웃었다.
《하하하… 그따위는 나두 필요없어. 아니, 우리 인민군대에 필요없는 물건이야. 차라리 돌멩이 한개라두 제 마음대루 던질수 있는게 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