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1 회)

제 2 장

인생의 봄시절은 흘러갔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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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출판물보급원은 과학자, 기술자들의 친근한 방조자라는 생각으로 지금껏 자신을 위안하고 정당화해왔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머리를 쳤다.

문득 리병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기가 그토록 멸시하면서 주대없는 인간이라고 비웃어준 사람…

하지만 그도 자기의 지혜와 열정을 바쳐가며 기술자의 본분을 다하려고 애쓰고있다. 그것이 비록 크건작건 공장의 발전과 나라의 가금업발전을 위해 인간적인 불행을 이겨내고있는것이다. 그런데 나는…

수정의 얼굴에 씌여진 마음속생각을 읽은듯 송영숙은 눈가에 웃음을 담으며 말하였다.

《수정아! 난 너두 발전하기 바란다. 너야 어릴 때부터 뛰여난 수재가 아니였니? 그리구 좋은 안해가 되구 또 살뜰한 엄마가 되였으면 해.》

그의 목소리엔 한없는 진정이 담겨져있었다.

하지만 수정은 또다시 발끈하여 도전적인 눈길을 쳐들었다.

《그래 넌 내가 어쨌으면 좋겠니? 아마 그 잘나구 멋있는 사람과 다시 살았으면 할테지?》

그는 입귀를 실그러뜨리며 랭소를 지었다. 방금전까지 정답고 허심하던 그가 순간에 거만해지고 야비해졌다. 또다시 이지러진 성격이 되살아난것이다.

송영숙은 심리적안정마저 잃어가는 수정의 얼굴을 아픈 마음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크게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인간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두 그렇구 또 녀성으로서 행복을 찾기 위해서두 그 수의사와 다시 가정을 합쳐야 한다구 생각해.》

그 말에 수정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밉살스런 표정을 그렸다.

그러거나말거나 송영숙은 수정의 마음속 금선을 살뜰히 튕겨보았다.

《그래두 너 수의사와 1년동안 함께 산 정이야 있겠지? 응?》

《정? 무슨 정?》

차수정이 차겁게 되물었다. 하더니 다시 코방귀를 뀌였다.

《잘난 제 딸 눈치보느라 색시한테 헛손질 한번 못하는 위인인데두?》

수정은 려염집아낙네처럼 상스럽게 되물었다.

자기의 처지가 이 지경으로 굴러떨어진것이 분하고 화가 난 모양이였다. 이윽고 수정은 즐겁지 못했던 부부생활의 세부적인것까지 시시콜콜 털어놓기 시작하였다.

송영숙은 그만 아연하여 입을 딱 벌렸다.

지나치리만큼 솔직한데다가 꺼리낌없이 말하군 하는 그에게서 미적지근한 리병우와의 부부생활에 대한 말을 듣는 그의 얼굴은 화끈화끈 달아올랐다. 도리여 제켠에서 면구스럽고 민망스러워 차마 눈길을 들지 못했다. 그가 리병우에 대한 험담을 제발 그만두기 바라며 괜히 잠자는 딸애의 머리만 쓰다듬었다.

그러나 수정은 내친김에 첫 남편과 대비하면서 리병우에 대한 불만을 터놓았다.

송영숙은 더이상 그의 말을 듣고있을수 없었다.

《수정아!》

그는 수정의 말허리를 뚝 꺾었다. 그리고 자기의 생각을 터놓았다.

《나도 너의 그 남편이 훌륭한 사람이였다는걸 잘 알아.

얼음구멍에 빠진 아이들을 구원하고 희생되였다는 그 한가지 사실만 보아도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니? 그런 사람을 오늘까지 잊지 못해 추억하는 너도 그 사람 못지 않다구 봐.

하지만 난… 수의사 역시 훌륭한 사람이라구 생각해. 겉보기엔 수수하고 다정한 말 한마디 할줄 모르지만 그 사람에겐 우리의것을 사랑하구 공장을 위해 자기자신을 깡그리 다 바치려는 보석같이 아름답구 또 귀중한 마음이 간직되여있더구나. 그러니…》

《그러니… 너라면 용서하겠다는거지?》

차수정이 깔끔한 눈빛으로 말꼬리를 홱 나꾸어챘다.

송영숙은 진정을 담아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서 넌 정의성동무도 용서했니?》

수정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내쏘았다.

순간 송영숙은 급소를 찔리운듯 상체를 흠칫 떨었다. 수정은 역시 상대방의 약점과 요진통을 면바로 겨냥할줄 아는 명사수였다.

송영숙의 얼굴은 삽시에 화끈 달아올랐다. 그러나 인츰 자기를 가다듬고 수정에게 말했다.

《난 그를… 용서하지 않았어. 다만 공장의 종업원으로만 생각할뿐이야.》

그러나 수정은 송영숙의 말과 행동의 불일치를 환히 꿰뚫고있었다.

그의 눈은 이렇게 말하고있었다.

《하지만 넌 자주 그를 찾아가 힘자라는껏 도와주더구나! …》

수정의 깔끔한 눈빛에서 그 속대사를 읽은 송영숙은 호- 한숨을 내쉬였다. 어떻게 내 마음을 헤쳐보일가? … 이윽고 그는 지금껏 남편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터놓지 않았던 자기의 생각을 그앞에 헤쳐보이리라 결심했다.

《수정아! 너두 정동무가 첨가제연구를 하고있는줄 알지?》

송영숙은 조용히 물었다.

그리고 자기가 닭공장에서부터 시작한 소금밭이끼에 의한 국산화된 새로운 첨가제연구가 우연한 일치로 정의성의것과 거의 같다는것을 말했다. 얼마전부터는 자기의것을 완전히 포기하고 지금껏 연구했던 자료들을 모두 정의성에게 넘겨주었다는것을 숨기지 않고 터놓았다.

《첨가제의 항생물질이나 일부 미량성분들은 의논하거나 튕겨주는 방법으로 넘겨주었단다. …》

송영숙의 말에 차수정은 처음 불판에라도 올라선듯 화들짝 놀랐다.

다음에는 잘 믿어지지 않는지 머리를 기웃거렸다.

송영숙은 소금밭이끼라는 우연한 일치는 고려식물성성장촉진제를 연구하는 과정에 그것의 리용가치에 대하여 알게 된것이고 정의성은 문헌자료를 통하여 그 연구를 시작했다고 자초지종을 말해주었다.

《그러니 의성동문… 네가 자기의것을 완전히 포기하구 자료들을 몽땅 넘겨주었다는걸 정말 모르구있니?》

어지간히 흥분된 수정은 가쁜숨을 몰아쉬며 다우쳐물었다.

송영숙이 머리를 끄덕이자 수정은 곧 랑패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경아 아버진 이런걸 아예 모르겠지?》

그는 자못 심중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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