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1 회)
제 2 장
파도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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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혹시 공장일군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해 그러는게 아니요? 본인들앞에서 말을 못하겠다
《제기할 문제라는게 영화를 하나 좀 보여주십사하는 청인데… 실은 그 영화의 제목을 잘 몰라서 저러는것입니다.》
《제목을 모른다? 그래도 꼭 짚어서 〈그 영화〉라고 할 때야 뭔가 알고있기에 하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이번에는 작업반장도 머밋거렸다.
《저… 돌아가는 말을 들은것이여서 꼭 짚을수는 없지만
앉을가말가하고 주춤거리던 청년이 《을남이도 나오구 갑순이도 나오는 영화랍니다.》하고 불쑥 끼여들었다.
《아, 〈피바다〉!》
이제껏 전설처럼 외우던 영화의 제목을 처음으로 듣게 된 로동자들이 《피바다》, 《피바다》하고 저저마다 한번씩 입속으로 외워보았다.
《그러니 그런 영화가 나온게 사실은 사실입니까?》
반가움에 젖은 작업반장의 눈길을 마주하신
《지금 우리 영화예술인들이 그 영화를 하루빨리 완성하기 위하여 전투를 벌리고있는것은 사실입니다. 머지않아 영화가 나옵니다.》
작업반장은 끝내 자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럼 됐습니다. 그 영화가 나오면 우리 제강소에 제일먼저 보내주십시오. 이게 바로 우리가 하자던 청입니다!》
《제기할 문제가 그뿐이란 말입니까? 영화 한편만 보내달란 말이지요?》
반백의 작업반장이 머리에 썼던 모자를 벗어 두손으로 모두어잡으며
《그런것을 어떻게 한편의 영화라고만 하겠습니까? 우리
《그렇습니다!》
로동자들이 목청을 합쳐 큰소리로 대답하였다.
그 대답소리를 듣는 순간
토스레옷을 입고 치마저고리를 입은 그 시절의 모습들이 포연에 그슬린 군복으로 바뀌면서 가렬했던 조국해방전쟁시기 전략적인 일시적후퇴의 길에 오른 병사들의 모습도 떠오르시였다.
그 대오속에 흐르던 그리움의 세계가 오늘은 여기 제강소에도 넘치고있는것이 아닌가!
갑자기 어떤 아픔같은것이 가슴에 엄습해오시였다.
아직 나오지도 않은 영화를 찾는 로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인민의 의사와 념원을 외면하고 문학예술부문에 막대한 해독을 끼친
반당수정주의분자들에 대한 격분과 함께
《앞으로 영화를 내려보내면 어디서 보여주겠습니까?》
생산에만 밀리워 낡은 회관을 아직 보수하지 못하고있는 실태를 념두에 두고 하시는 말씀이였다. 당비서가 한걸음 나서며 대답올리였다.
《우리가 그동안 회관보수를 사로청에만 맡겨놓고 관심하지 못했습니다. 당조직과 근로단체조직들을 발동하여 곧 보수하겠습니다.》
《보수라…》
잠시 생각에 잠기셨던
지배인과 당비서는 그렇게 해보겠다고 대답을 올렸으나 어조는 그닥 시원치 못했다. 로력이 긴장할것이다. 생산과제만 수행하재도 아름찬 이들이 아닌가. 그러나 혁명이란 언제나 대담한 결단을 전제로 하는것이다.
《금봉휴양소로 갑시다.》
운전사는 발동을 걸면서도 걱정스러운 눈길로 슬그머니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금봉휴양소가 여기서 200리쯤 떨어져있으니 도착하면 날이 밝을것이다. 길우에서 밤을 밝히는셈이 되겠지만 오히려 그 시간에 휴양소에 들어서는것이 깊은 밤에 들어가 사람들을 깨우기보다 나을것같았다.
그곳에서는 지금 권정웅, 석윤기를 비롯한 4. 15문학창작단의 작가들이 총서 창작전투를 벌리고있었다.
1932년…
초고를 보시면서 작품에서 울려나온 필자의 주장에 감동하면서도 무엇인가 모자라고 서운하셨던 느낌이 다시 갈마드시였다.
그해의 의미는 결코 우리
조선인민이 자기의 첫 혁명적무장력을 가지고 조국해방을 위한 투쟁의 첫걸음을 떼였다는 거기에만 있는것도 아니다.
그 봄에 울린 항일빨찌산의 첫 총성은 일제에 대한 선전포고인것만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아름답고 선한것을 내키는대로 모욕하고 짓밟아온 력사의 죄악들을 징벌할 번개였고 인류에게 새봄을 알리는 봄우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