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 회)
제 2 장
인생의 봄시절은 흘러갔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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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즈음 서정관의 마음속에서는 기사장에 대한 불만이 터질듯 팽팽히 차올랐다.
수입첨가제보다 더 좋은 첨가제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새 설비를 들여온다, 건설을 벌린다 하면서 못견디게 분주탕을 피우는 기사장이였다.
(아무러면 수입첨가제가 수입첨가제지 그보다 더 좋은걸 어떻게 만들어낸다구 저 모양인지. …)
서정관은 매부인 정의성과 맞바람을 일구며 뛰여다니는 기사장을 아니꼽게 흘겨보며 코웃음을 쳤다.
며칠전 공장 행정참모부회의에서는 기술준비소옆에 새로 미량첨가제생산실을 짓는 문제가 토의되였다.
앞으로 첨가제연구가 완성되여 본격적인 생산을 진행하자면 필요한 설비들을 갖춘 큰 작업장이 있어야 한다는것이다.
《새 설비들도 가져왔구 또 필요한 설비들을 더 마련해주자고 해도 첨가제생산실을 크게 짓는건 응당한 일입니다. 앞으로 첨가제연구가 성공하면 하루에 수백키로씩 생산해야 할텐데 잘 짓자요.》
송영숙기사장은 그날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하여 말하면서 기술자들의 사업조건을 잘 보장해주자고 강조하였다.
회의에서는 생산부기사장 서정관이 첨가제생산실건설을 직접 맡아할데 대하여 토론되였다.
설비부기사장은 새 설비들도 더 마련해야 하고 알깨우기직장의 랭온풍기제작때문에 건설까지 맡아할 시간이 없다는것이다.
서정관은 분담된 사업에 대하여 헌헌히 접수하였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기사장의 처사를 괘씸하게 생각했다.
(사업상한계를 따진다면 생산부기사장은 생산과 기술을 담당하고 설비나 동력문제 그리고 건설과 건물관리는 설비부기사장의 몫이다.
첨가제연구가 기술문제이고 생산과 관련된 사업이기는 해도 건설이야 어디까지나 건설이 아닌가. …)
그러나 울며 겨자먹기였다.
그는 되려 선진적인 태도로 의젓하게 말했다.
《모두 공장을 위한 일인데 새세기에 맞게 훌륭히 지어줍시다.》
다음날 서정관은 차오르는 불만을 애써 누르며 기사장과 함께 기술준비소로 갔다.
첨가제생산실을 새로 크게 건설한다는 말을 듣고 고지식한 유상훈박사는 자책에 겨운 표정을 지었다.
《우리 기술준비소가 많은 일을 해야 할텐데… 하지만 우리도 그렇고 정기사동문 꼭 좋은 첨가제를 만들겁니다.》
소장의 말을 서정관이 약삭바르게 제꺽 받았다.
《사실 정기사야 은인을 만났지요. 호화주택같은 생산실에 새 설비까지 갖춰주면서 떠밀어주니 그 사람에게야 호랑이 날개달아준격이 아닙니까?》
기사장과 소장의 마음이 다같이 흡족해지도록 그는 아주 호걸스럽게 껄껄 소리내여 웃었다. 금빛의 송곳이가 오래간만에 바깔구경을 하며 반짝 빛났다. 그러나 무척 억지스러운 웃음이여서 인츰 사라져버렸다.
서정관은 은근히 두사람의 눈치를 살폈다.
지금껏 기사장의 말에 자못 황송한 표정을 짓고있던 유상훈박사도 그의 너스레는 들은척 않고 딴전을 부렸다. 기사장도 서정관의 로골적인 아첨이 불쾌한지 건설부지를 앞서서 돌아보면서 자재량을 타산하느라 입속말로 중얼거릴뿐이였다.
서정관은 메사했지만 내친김에 박사의 호감을 사보려고 한번 더 옆구리를 찔렀다.
《요즘 기술준비소에 좋은 일만 생기니 소장동진 더 젊어지는것같습니다.》
《그런가?》
기사장의 뒤를 따르던 유상훈박사가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그럼요.》
서정관은 제꺽 머리를 끄떡이며 재빨리 뒤말을 이었다.
《젊어진다는게 얼마나 좋습니까. 앞으로도 건강해서 더 많은 학위학직소유자들과 기술자들을 키워내야지요.》
다음순간 서정관은 자기의 혀를 깨물었다.
(아뿔싸!)
그는 눈을 꼭 감았다. 어색하고 따분한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 부러 소장을 춰올리며 화기로운 분위기를 마련한다는것이 도리여 제켠에서 지나간 일을 상기시키는것으로 된것이다.
아닐세라 유상훈소장은 쓰거운 표정으로 흠 흠 코바람을 내불었다. 마뜩지 않거나 불편스러운 자리에서 내군 하는 코소리라는것을 서정관은 너무도 잘 알고있었다.
서정관의 얼굴은 화끈 달아올랐다.
그의 눈앞에는 문득 몇년전의 그 불쾌한 일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
그때 서정관의 마음은 순편치 못했다. 오래동안 동력부원으로 일하던 소꿉친구인 최금천이 얼마전에 일약 설비부기사장으로 임명되였던것이다.
그의 뒤를 따라 호수건너편 종금1직장에서 작업반장을 하던 임광일이 또 아버지처럼 직장장사업을 하게 되였던것이다.
서정관의 마음은 초조해지기까지 하였다. 은근히 조바심이 났다. 세친구들중에서 자기가 제일 높이 발전했다고 은근히 어깨를 높이던 그가 자기만이 제자리걸음을 하고있음을 깨달았던것이다.
(어느 철학가의 말대로 인간이란 자기 개선의 력사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눈을 재게 깜빡이며 발전과 개선의 출로를 모색하였다.
결과에 찾은 답은 행정일군으로 더 높이 발전하려면 그리고 자기의 지위를 공고히 하자면 시대의 흐름에 맞게 자기
그러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였다.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던것처럼 자기의 가정환경과 뒤배경을 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갑작골을 쓰던 그는 송곳이가 다 드러나도록 하하하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자기를 적극 도와줄수 있는 둘도 없는 적임자를 찾아냈던것이다.
그는 다름아닌 유상훈박사였다.
가금학계의 권위있는 실력가인 유상훈박사야말로 자기의 꿈과 리상을 현실로 되도록 도와줄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였다.
사실 그의 지도를 받아서 공장은 물론 농업대학이나 가금전문학교 교원들과 학생들속에서 적지 않은 학위학직소유자들이 자라나지 않았던가. 더우기 박사를 남달리 신임하였던 전 지배인의 얼굴을 봐서라도 그의 아들인 자기를 모른다고 할수 없을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