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3 회)

제 2 장

파도소리

5

(3)

 

김정일동지께서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시였다.

《그래서 철봉동무에게 그렇게 험한 욕을 하고왔단 말입니까? 듣자니 뭐 네가 리영찬의 아들이 맞긴 맞느냐. 당장 성을 갈아라!했다면서요?》

최현은 굳어진 눈으로 그이를 우러렀다. 화룡유격대 정치위원이였던 리영찬은 항일무장투쟁시기 수령님께서 내놓으신 자력갱생의 사상을 받들어 연길폭탄을 만드는데서 큰 역할을 한 지휘관이다. 최현의 입당보증인도 바로 리영찬이였다. 그래서 맨손으로 연길폭탄을 만들어낸 아버지를 절반도 못닮았다고 리철봉이를 욕한다는것이 그만 《성을 갈라》는 험한 말까지 하고왔던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자기가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없는것이 아니였는데 어느새 그이께서 그 일을 다 알고 나무람절반으로 말씀하시니 최현은 자기가 무엇인가 큰 실수를 했다는 생각으로 하여 가슴이 허우룩해지는것같았다. 그러면서도 리철봉에 대한 고까움이 채 풀리지 않아 심각한 기색으로 말씀올렸다.

《그러니 글쎄 철봉이가 그럴수 있습니까? 아버지의 피줄도 피줄이지만 수령님께서 그렇게 믿고 해군의 전쟁준비를 맡기셨는데…》

김정일동지께서는 격하게 달아오른 최현의 울기를 눅잦히시려는듯 그의 팔에 서둘러 손을 얹으시였다.

《최현동지가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시는것같습니다.》

그이께서는 포차옆에 서있는 일군들이 들을가봐 저어하시듯 약간 목소리를 낮추시며 최현을 정원등이 서있는 잔디밭가녁으로 이끄시였다.

《내 아까 임철정치위원동지에게도 이야기했지만 아버지가 혁명가라고 해서 아들이 저절로 혁명가가 된다면야 얼마나 좋겠습니까? 철봉동무의 아버지도 그렇고 최현동지나 임철정치위원 같은분들은 간고한 시련속에서 자기 힘이 제일이라는것을 실체험으로 느껴보았기때문에 어버이수령님께서 내놓으신 자위적군사로선을 리론으로가 아니라 신념으로 간직하였을것입니다. 그러나 새세대 지휘관들은 아직 그렇지 못합니다. 그들에게 아버지세대들이 지녔던 혁명정신을 심어주는것은 앞으로 우리가 품을 들여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더우기 철봉동무는…》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말씀을 멈추고 멀리 하늘가쪽을 바라보시다가 최현에게로 돌아서시였다.

《우리 해군에서 아직 한번도 해보지 못한 새로운 작전안을 준비하고있는것만큼 기술실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고충이 많을것입니다. 보신주의로부터 오는 소극성과 높은 책임감으로부터 생겨나는 신중성, 그래 최현동지 보기엔 리철봉동무가 이 둘중에서 어느쪽일것같습니까?》

최현은 그이의 한마디한마디가 모두 가슴속에 쿡쿡 박혀들어 얼굴을 들수가 없었다.

《말씀을 듣고보니 철봉이를 앉혀놓고 힘이 되는 말 한마디라도 해주고 오는걸 그랬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발라스트사건때 배를 마사먹은 전적도 있으니 철봉이가 심사숙고하자고 했을건 뻔한데 제가 괜히 급한 생각만 앞세우면서… 실언을 했는가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시였다.

《그것 보십시오. 사람을 믿고 보면 그렇게 모든것이 명백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어버이수령님의 뜻을 관철하는데서 사소한 타협이나 에누리도 몰라야 하지만 능력이 모자라 미처 따라서지 못하는 사람들의 진심까지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그이께서 말씀을 더 이으시려는데 중앙현관쪽에서 회색양복을 입은 젊은 일군 한명이 다가와 그이께 정중히 인사를 올리였다.

《협의회에 참가할 일군들이 다 모였습니다. 그리고 김순일부총장동지는 방에 대기시켰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팔소매를 걷어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시고나서 10분만 더 기다려달라고 이르시더니 최현에게로 돌아서시였다.

《시간이 없는데 간단히 말합시다. 이제 최현동지는 외국출장을 갈 준비를 해야 하겠습니다.》

최현은 꿈쩍 놀랐다. 때아닌 때에 외국출장을 떠나다니?

전연에 조성된 정세로 보아 아무래도 자기가 버티고앉아서 해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무슨 급한 일이 있어 외국에 가라고 하시는가?

《이번에 발뜨해의 뽈스까연안에서 와르샤와조약기구의 군사연습이 있는데 사회주의나라 국방상들을 거의다 초청하였다고 합니다.》

최현은 와르샤와조약기구라는 말에 알릴듯말듯 미간을 찌프리였다.

최현은 처음에 이 기구가 창설되였을 때 제국주의련합세력의 공격에 사회주의나라들의 단결된 힘으로 맞선다는데 대하여서는 정치군사적으로 일정한 의의가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쏘련을 비롯한 대국주의자들이 우리 나라를 그 기구에 가입시키기 위해 압력을 가해올 때부터는 그것을 바로보지 않았다. 우리 나라가 지구의 동반구에 위치한 나라로서 서부도이췰란드를 비롯한 서방의 압력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낸 조약기구에 들어야 할 필요도 없었지만 정치적인 측면은 둘째치고 군사적측면에서만 놓고보아도 이 조약에 가입하는것은 어불성설이기때문이였다.

이 조약기구의 해군은 모두 덩지 큰 유라시아대륙을 사이두고 태평양과 동떨어져있는 발뜨해에 집결되여있고 륙군은 우리 령토로부터 수만리밖에 있으며 공군은 연유를 만탕크 넣고도 절반거리밖에 날아올수 없는 작전반경밖에 있다. 이런 나라들과 군사적으로 협조한다는것이 도대체 어떤 의의가 있겠는가. 더구나 우리와 같이 작은 나라가 미국, 남조선, 일본과 군사적으로 직접 대치하고있는 상태에서 서부전선에까지 눈길을 돌릴 형편이 되지도 않거니와 마치도 와르샤와조약기구가입 강요가 우리를 도와주려는 의도인것처럼 행세하는 이웃나라의 행태는 최현에게 역스러운 감정까지 불러일으켰다. 떡을 줄것이면 그저 줄것이지 의형제를 맺고서야 주겠다는것인가?

수령님께서도 이미전에 우리는 《쎄브》에도 들 필요가 없고 와르샤와에도 갈 일이 없다고 하시였다. 그런데

김정일동지께서는 최현의 속을 들여다보신듯 웃으며 말씀하시였다.

《최현동지도 알고있겠지만 이미전부터 쏘련과 정치군사로선상의 근본적차이로 하여 기구의 모든 사업에 거의 참가하지 않고있던 알바니아가 지난해 9월에 이 기구에서 정식으로 탈퇴하였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로므니아, 심지어 동북아시아에 위치한 우리 나라까지 이 기구에 끌어들이지 못해 등이 달아하던 쏘련인데 가입국이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었으니 속이 편하겠습니까? 쏘련의 눈치를 보면서 마지못해 이 기구에 참여하던 일부 다른 나라들도 탈퇴움직임을 보이고있다고 합니다.》

최현은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거 쏘련사람들의 꼼무나가 문제는 문제입니다. 련합이요, 협동이요 하면서 싹 긁어모아놓구는 큰형이랍시구 자꾸 호통만 치니 동생들이야 같은 흘레브두 빌어먹는것같애서 어디 살로 가겠습니까?》

《그래서 이번에 와르샤와조약기구의 합동군사연습을 크게 조직하고 사회주의나라 국방상들앞에 위력시위를 좀 해서 알바니아때문에 흐려진 영상을 개선해보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허참… 그러니 글쎄 제가 그런 싱거운 잔치에 꼭 가야 합니까? 쏘련량반들의 체면이나 세워주러 그 먼데까지 왔다갔다한다는게…》

김정일동지께서는 도리머리를 젓는 최현을 바라보며 느슨한 미소를 지으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우리가 대국주의자들의 손탁에 놀아나는것을 반대하시지만 때로는 큰것을 위해 희생할줄도 알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속내야 어떻든 이번 군사연습이 사회주의나라들의 단결을 표방하는 행사인것만큼 우리도 외면할것이 아니라 국제주의적단합에 적극 기여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 군사연습은 그 출발목적으로부터 품을 들여 준비하는것만큼 현대적인 군사기술과 무장장비도 많이 출현할것입니다. 우리야 쇄국주의자들도 아닌데 배울것이 있다면 천리든 만리든 가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수령님께서 그렇게 말씀이 계셨습니다.》

최현은 두손을 앞으로 맞잡으며 어줍은 웃음을 지었다.

《글쎄 수령님께서 결심하셨다면야… 허허허…》

《참, 이번 길에 리철봉동무를 함께 데리고가는게 어떻겠습니까?》

최현은 그게 무슨 말씀이시냐고 펄쩍 뛰였다.

《가뜩이나 다른 나라에서 미싸일을 들여오자고 하는 녀석을 그런데 보낸단 말입니까?》

《가서 다른 나라의 실태를 직접 보고 오게 하자는것입니다. 오히려 그것이 열백마디의 말보다 더 큰 효력을 낼수도 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지 않습니까?》

최현은 아무래도 미타한지 그냥 고개를 기웃거렸다.

《그래도…》

《범의 굴에 들어가도 제정신만 잃지 않으면 됩니다. 나는 철봉동무를 믿기도 하거니와 최현동지가 함께 가는데 걱정할게 있습니까? 마음놓고 함께 떠나도록 하십시오.》

최현은 깊은 생각끝에 말씀대로 하겠다고 대답을 올리였다.

이틀후 최현은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군사과학기술토론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떠나는 김순일 군사대학 부총장, 해군사령부 참모장 리철봉과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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