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2 회)
제 2 장
파도소리
5
(2)
《그 말씀을 듣고 저도 정말 가슴이 서늘했습니다.
《최현동지가 정 그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최전연에 나다닐것같으면 다시 별을 떼서 체신상으로 보내든지 당결정으로 휴양을 보내든지 무슨 마련을 보아야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최현은 듣느니 모두 청천벽력같은 말씀들이여서 가슴이 섬찟섬찟하였으나 설마 하는 한가닥 기대로
《내 이번엔 죽을 죄로 잘못했으니 제발 그 당결정만은 내리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내 다시는
《그런 말씀은 제가 아니라
최현은 어깨를 푹 떨구며 한숨을 내쉬다가 고개를 쳐들었다.
《가만, 방금
《예, 모내기준비가 어떻게 되였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며 오늘 새벽에 황해도쪽에 나가셨는데 아마 며칠 있어야 돌아오실겁니다.》
잠시후
《그러지 않아도 방금 최현동지가 있어야 하겠다고 생각하던 참인데 오신김에 이걸 좀 보아주십시오.》
《최현동지, 어떻습니까? 이 방사포들이…》
최현은 입을 하 벌리고
쏘련제《까츄샤》를 한두번만 본것이 아니지만 그의 눈에 안겨든것은 전혀 다른 류형의 포였다. 하늘을 향해 비스듬히 뻗친 굴뚝같은 포신도 《까츄샤》보다 훨씬 더 길고 굵었다. 포탄은 포관속에 잠기였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금시라도 우뢰같은 굉음으로 대기를 찢으며 뻘건 불줄기가 하늘로 솟구쳐오를것만 같았다. 최현의 눈에는 그 불줄기뿐만아니라 우박같이 떨어지는 포탄세례로 죽탕이 되여버리는 적진도, 그속에서 콩가루처럼 박산나는 철덩이들도 다 보였고 하늘땅을 울리는 지진같은것까지 느껴졌다. 금방 보고온 전연의 산발들과 적들의 초소가 눈앞에 안겨오면서 이런것을 수십대쯤 가지고나가 한바탕 답새기고싶은 욕심에 등골이 욱신거렸다.
《우리 로동계급이 만들어낸 방사포입니다!》
이것이 어떤 무기인가를 최현은 너무도 잘 알고있었다.
방사포는 일반 포무기와 현저히 다른 개념의 무장이다.
그것은 점사격과 면적사격이라는 전술적개념의 차이보다 격발과 점화, 발사방식과 탄도학적원리로 볼 때 수백년간에 걸친 포무기의 발전력사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킨 포무기이다. 그 기술이 발전된것이기때문에 군사가들은 누구나 포가 전쟁의 신이라면 방사포는 포의 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아직 일부 대국들의 독점물로 되여있다. 전후에 쏘련도 우리와의 군사적협조에서 이 방사포의 수출을 코에 걸고 거만하게 놀아댔다. 그러한 포를 우리의 로동계급이 만들어냈다는것이다.
포탄은 아직 적진에 날아가지 않았지만 이 방사포는 이미 거만한 대국주의의 면상에 세찬 불줄기를 날린셈이다.
《지난해에 새형의 자동보총을 훌륭히 만들어
《이 동무들이 바로 이 방사포를 만들어낸 군수로동계급대표들입니다. 우리는 이 동무들에게 외국의 설계를 가져다준것도 없고 특별한 기술자를
보내준것도 없습니다. 그저 우리
《이 동무들이 지금 뭐라고 하는지 압니까?
최현은 뒤로 돌아서서 방금전에 쓸어만졌던 포관을 다시 쳐다보았다.
아까보다 훨씬 더 우람차고 믿음직해보인다. 미끈한 강철관들이 자기의 가슴 한복판에 빼곡이 들어차는것같았다. 최현은 흠뻑한 마음으로 돌아서서 군수로동계급대표들과 연형묵의 손을 잇달아가며 잡아흔들었다.
《동무들이 정말 다들 고맙소. 미끈하게 생긴 방사포를 보니 당장이라도 한바탕 싸움을 해보고싶구만! 우리가 아식보총을 가지고도 미국놈들의 코를 꺾어놨는데 이런 무장만 있으면야 아예 깝대기를 벗길수 있지. 허허허…》
최현의 어글어글한 눈에 진한 물기가 어리고 컬컬한 웃음소리도 축축해졌다.
《이제
최현은 수북한 장미를 쓸어만지며 고개를 크게 끄덕이였다.
《그야 물론 그래야지요. 어쨌든 요즘은 온통 좋은 소식뿐입니다. 이번에 21군단에 나가보니 리오송정치위원이 예비대를 얼마나 잘 준비시켰는지 전쟁이 일어나면 크게 한몫할것같습니다.》
《오송동지가요?》
최현은 두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군단장도 자기들의 빈구석을 메꾸어준 정치위원의 선견에 감탄하고있었습니다. 다
《리오송동지가 또 무슨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좋은 소식만 있다면서 얼굴색은 왜 그렇습니까. 혹시 해군사령부에 갔던 일때문에 그럽니까?》
최현은 자기 마음속을 환히 꿰뚫으시는것만 같은
《저도 들었는데… 해군에서는 미싸일을 수입하지 않으면 당장은 대규모함선집단타격이 어렵다고 생각하는것같더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임철정치위원이 미싸일을 수입하는건 우리 식이 아니라고 그렇게 강조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