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 회)
제 2 장
인생의 봄시절은 흘러갔어도
2
(1)
도목장관리국에서 소집한 회의는 어두워서야 끝났다.
회의에서는 150일전투기간 관리국산하 모든 공장, 기업소들의 계획수행정형이 총화되고 련이어 진행되는 100일전투에서도 승리를 이룩하자는것이 토의되였다.
회의참가자들의 뒤를 따라 천천히 회의실을 나서던 송영숙은 관리국장이 찾는다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곧장 국장방으로 갔다.
관리국장은 눈매가 서글서글하고 둥실한 얼굴에 웃음을 담고 송영숙을 반겨맞아주었다.
《어머니는 건강하시오? 세대주는 여전하겠지?》
그는 친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송영숙은 빙긋이 웃으며 집식구들모두가 건강하다고 대답하였다.
관리국장은 기사장사업이 힘들지 않는가고 묻더니 제기되는 문제가 있거나 자기의 도움이 필요되면 어려워말고 제기하라고 말했다.
송영숙은 여전히 웃음담긴 얼굴로 없다고 대답하였다.
도목장관리국 국장은 오래동안 닭공장에서 지배인으로 사업하다가 송영숙에게 자기의 사업을 인계하고 관리국장으로 온 사람이였다.
그는 자기의 후임으로 지배인을 하는 송영숙을 언제나 힘자라는껏 도와주었고 지금도 그의 사업과 생활에 왼심을 쓰고있었다.
《오늘은 우리 집에서 쉬고 가오. 우리 집사람도 기뻐할텐데…》
그는 따뜻이 권고하였다.
송영숙은 그의 권고가 진심으로 고마왔다. 하지만…
《후에 찾아뵙겠습니다. 오늘은 기계공장에 가야 합니다. 그래서…》
《이밤에 기계공장으로 간단 말이요?》
관리국장은 은근히 놀라는 얼굴이였다.
송영숙은 첨가제연구와 생산에 필요한 일부 설비들을 기계공장에 주문하였는데 지금 그곳에서 설비부기사장이 기다린다고 말했다.
관리국장은 머리를 끄덕이며 무리하지 말고 일하라고 당부하였다.
국장의 방을 나선 송영숙은 곧장 마당가 한켠에 세워둔 자동차곁으로 다가갔다.
운전칸에 앉아있던 운전사가 그를 보고 차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이제 또 기계공장에 가야겠지요?》
운전사가 별스레 시쁘둥한 목소리로 물었다.
기다리기에 어지간히 지친듯 했다.
운전칸에 오르려던 송영숙은 주춤하였다. 그도 지금 집으로 빨리 가고싶었다. 원인모르게 몸이 무겁고 피곤했던것이다. 며칠전에도 그랬는데 오늘 회의때에도 배가 몹시 아파서 겨우 참고있던 그였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 눕고싶었다. 그러나 인츰 머리를 끄덕이였다.
《가야 해요. 설비부기사장동무가 기다리고있을텐데요.》
그는 어서 가자고 재촉하듯 운전칸에 올랐다.
공장을 떠날 때부터 계획했던 일이여서 운전사도 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자동차는 곧 도목장관리국 정문을 벗어나 기계공장쪽으로 달렸다.
불빛찬란한 도소재지의 야경이 차창밖으로 흘러갔다. 층높은 아빠트들과 덩지 큰 건물들의 창가마다에서 아이들의 노래소리가 흘러나오고있었다.
송영숙은 차창밖을 내다보며 설비부기사장이 지금 자동차를 얼마나 애타게 기다릴가 하고 생각하였다. 풀절단기를 수초배에 설치하는 일로부터 시작해서 첨가제연구에 필요한 새 설비들을 설계하고 제작하기 위해 두달가까이 자기와 손발을 맞추어 뛰여다닌 그였다.
송영숙이 그동안 지내보니 설비부기사장 최금천은 무척 성실한 사람이였다. 공장의 동력부원으로 일하던 그는 지난해에 설비와 동력, 건설을 책임진 설비부기사장으로 되였다고 한다.
《우리 아버진 한생 수의사로 살았는데 난 집안에 없는 기계쟁이가 됐습니다.》
평양기계대학 졸업생인 그는 풀절단기를 완성하는 날 이렇게 말했다.
송영숙이 얼마전에 알았지만 설비부기사장 최금천과 생산부기사장 서정관 그리고 호수건너편 종금1직장장 임광일은 소꿉시절부터 막역한 친구들이였다.
그들의 아버지들은 전쟁로병들로서 전승광장을 나서는 길로 여기 오리공장으로 달려와 호수가 진펄에 축사를 일떠세우고 포연내 슴배인 군복앞자락에 새끼오리를 품어안고 고기생산을 시작한 공장의 첫 세대였다.
어제날의 수의사, 지배인, 직장장이였던 아버지들의 뒤를 이어 최금천과 서정관, 임광일은 다같이 군사복무를 마치는 길로 대학으로 갔고 다시 공장에 돌아왔다.
최금천이 성실하고 재간있는 사람이라면 서정관은 약삭바르고 사교적이면서도 가벼운 사람이였고 임광일은 대바르고 웅심깊었으며 묵직하였다.
성격도 취미도 생김새도 서로 달랐지만 그들은 모두 공장의 기둥감들이였다.
《기계쟁이라도 오리공장 기계쟁이가 됐으니 근본은 잊지 않은셈이군요.》
그날 수초배에 풀절단기를 설치하며 송영숙은 이렇게 말했었다.
최금천은 성글어진 머리를 긁적이며 벙글 웃었다. 팥죽같은 땀을 뚝뚝 떨구며 세괃게 나사못을 조이던 그의 거쿨진 모습을 그려보는 송영숙의 마음속엔 최금천에 대한 믿음이 바위처럼 자리잡혔다.
어느덧 자동차는 기계공장 정문앞에 이르렀다.
송영숙이 운전칸에서 내려 불빛이 환한 정문앞으로 걸어가는데 누군가가 불쑥 그의 앞에 다가섰다.
《오긴 오누만요.》
목소리를 들으니 최금천이였다.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암만이구 기다려두 소식이 없길래 회의가 끝나는 길루 그냥 돌아간 모양이라구 생각했습니다.》
《돌아가다니요?》
송영숙은 눈을 치떴다. 그는 아침에 약속한 일이여서 회의가 늦더라도 꼭 찾아오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밤에 소낙비가 온다기에 정문앞에 내놓았던 설비들을 모두 다시 들여갔습니다.》
최금천은 공장의 젊은이들을 동원하여 정문안쪽으로 옮겨놓고 꼼꼼히 방수포를 씌운 설비들을 가리켜보였다.
《미안해요, 회의가 끝난 다음에라도 전화를 걸어주었으면 이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였을텐데… 정말 미안해요.》
그의 말에 최금천은 제켠에서 몸둘바를 몰라하였다.
《미안하기야 뭘… 저… 내 그럼…》
최금천은 곧 돌아서더니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인츰 젊은이들을 서너명 뒤에 달고 다시 나타났다. 그는 곧 젊은이들과 함께 설비들을 자동차곁으로 옮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