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 회)
제 2 장
파도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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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머리를 버쩍 올리깎아 쉰에 가까운 자기 나이보다 퍽 젊어보이는 우병국
아직 이른봄철이라 모두 검은 군복을 입었는데 그래서인지 사무실안은 해빛이 아낌없이 비쳐드는데도 어둑시그레하고 철덩이같이 무거운 공기가 흐른다. 이 협의회의 의제는 어제 오늘 제기된것도 아니다.
석달전, 인민군당전원회의 확대회의가 끝난직후에 해군사령부 참모장을 하던 우병국이
골자는 민족보위성에서 지시한 합동타격훈련 즉 당 제5차대회를 맞으며 대규모함선집단을 타격소멸하기 위한 훈련준비를 갖추는것인데 처음에는 전술을 창안하는 문제냐 장비를 개선하는 문제냐 하는것으로 시작되였던것이 차츰 장비문제에로 몰려갔다.
이렇게 되여 현재의 초중급함선들에 미싸일을 장비하는것으로 거의 락착되였던 협의회문제가 며칠전 항일투사 임철이 정치위원으로 파견되여오자 다시 뒤집히였다. 정치위원의 의견은 우리가 꼭 미싸일을 수입해야 하겠는가, 자체로 해결할 방도가 없겠는가 하는것이였다.
우병국은 이제 더 론의해보아야 뻔하다는 립장이였지만 빨찌산출신의 정치위원이 자기 주장을 철회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조건에서 형식상으로라도 협의회를 다시 시작하지 않을수 없었다.
최근에 조성된 정세로 보아도 이 문제는 속히 결말을 지어야 했다.
바로 열흘전, 우리의 령공에 기여들었던 미군 태평양함대소속 대형간첩비행기 《EC-121》호가 아군비행기의 불의기습을 받고 격추되였다. 비행기는 박산나고 거기에 탑승했던 30여명의 간첩들도 황천객이 되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적들은 또다시 도적이 매를 드는격으로 정세를 긴장시키기 시작하였다. 군사분계선을 마주한 전연지대들에 《MK-9》핵포탄을 발사할수 있는 280mm평사포를 비롯한 대구경포들로 무장한 포병부대들이 증강되고 괌도에서 해수욕을 하고있던 미군비행사들이 일제히 일본의 공군기지로 날아왔으며 윁남전선을 지원하기 위하여 중국대북남쪽수역으로 항행하던 태평양함대소속 항공모함 《인디펜던스》호와 《엔터 프라이즈》호가 조선서해를 향하여 선수를 꺾었다.
다른 모든 군종, 병종부대들과 마찬가지로 해군사령부에도 비상동원태세를 갖출데 대한 명령이 하달되였다. 그중에서도 기본은 아직까지 결말을 보지 못하고있는 대규모함선집단에 대한 타격전술방안을 시급히 완성하라는것이였다. 해군사령부의 쟁쟁한 작전전문가, 기술전문가들이 제나름의 주장을 칼날처럼 세워들고 론전을 일으켰다.
물론 이번에는 미싸일을 배제하는 조건에서의 토론이였다.
《지금은 적들의 공격을 제압할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세우는것이 급선무입니다. 좀 단순한것같기는 합니다만 방도는 오직 한가지, 현존하고있는 전투함선들에 구경이 크고 탄두위력이 강한 포무기를 올려놓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끊고 자르듯이 또박또박하게 울리는 작전부장의 발언을 들으며 종이우에 무엇인가 적고있던 임철정치위원이 그의 말을 끊고 물었다.
《나는 해군을 잘 모른다고도 할수 있는데… 구경이 얼마정도면 대규모함선집단을 타격할수 있습니까?》
《원체 초대형함선인지라 선체에 파렬구를 내자면 적어도…》
포의 구경에 대한 구체적인 수자가 나오자 정치위원의 곁에 앉아있던 부
《그만한 구경의 포이면 자체중량도 엄청나거니와 현재 우리가 보유하고있는 함선들에서 이런 대구경포를 발사하는 경우 그 반충때문에 선체가 깨질수도 있습니다.》
부
참모부일군들과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겸양을 하였을뿐이지 임철은 누구보다 함선물계를 잘 알고있었다.
지금 부
전투함선의 안정성을 담보하자면 포의 구경과 탄두질량을 줄여야 하는데 그런 상태에서 타격의 효과성을 높이자면 그만큼 대규모함선집단에 가까이 접근해야 한다. 구축함, 프리케트함, 미싸일정을 비롯한 호위함들이 전후좌우로 밀집되여있고 갑판우에 함재기들까지 전투준비를 갖추고있는 대규모함선집단가까이에 안전하게 접근한다는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하여 타격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먼거리타격을 하자면 어차피 탄두질량과 포의 구경을 늘여야 하고 이렇게 되면 방금 부
임철정치위원은 협의회시작부터 묵묵부답으로 자리지킴을 하고있는 우병국
어쩌면 기술적으로는 그의 주장이 옳을수도 있고 그것만이 유일한 방도일수도 있다. 그러나 임철은 그렇게 결론지을수가 없었다.
현재 장비하고있는 무기로 적들을 제압할수 있는 작전전술방안을 세우는것은 우리 나라의 물질기술적, 경제적조건과도 련관되지만 보다 중요하게는 혁명군대의 전략전술에서 원칙적인 문제로 나서는것이다.
적들의 수적, 기술적우세를 정치사상적, 전략전술적우세로 쳐이기는것이 두차례의 혁명전쟁에서 우리가 창조했고 앞으로도 계승해야 할 전통이
아닌가. 이것을 무시하고 군사기술적인 측면만을 강조한다면 나중에는 우리도 항공모함을 서너척 만들어보자는 주장이 나올것이다. 설사 우병국
현재 대규모함선집단을 타격할수 있는 원자탄급의 해상 대 해상미싸일은 군사기술이 발전되였다고 하는 나라들에서도 최신발명품이고 극비에 속하는 장비이다. 그런 장비를 그들이 우리에게 쉽게 넘겨주겠는가?
이미 7년전에 쏘련은 꾸바에 배비했던 전술핵무기들을 제손으로 걷어갔고 몇해전에는 중국과 철석같이 맺었던 전략무기기술이전과 관련한 조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였다. 옆집처녀를 믿고 장가를 못간 사람은 어리석다고나 하겠지만 우리가 군사문제에서 의존심을 버리지 못하면 나라의 운명문제를 놓고 책임을 져야 하는것이다.
《참모장동무!》
우병국
《아무리 부르고 써봐야 그저 그 소린데 더 길게 끌것 없이 참모장동무의 의견을 들어보기요.》
리철봉이 보기에 이 협의회는 겉으로 보면 함상포의 질적제고냐, 미싸일의 배비냐 하는 실무적인 문제이고 내용적으로 보면 우리의 능력으로 전쟁준비를
하느냐, 수입제무기에 의존하느냐 하는 문제였으며 아직 표면화되지 않은 내속을 파본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