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 회)
제 1 장
눈내리는 겨울
6
(3)
《방금 최현동지는
최현은 두눈을 슴뻑거리며
곁에 앉아만 있어도 힘이 된다고 하시는
《더구나
이렇게 서두를 떼신
《전략적인 문제란 말입니까? 그거 참 통쾌한 말씀입니다.》
최현의 수북한 장미가 쭝깃 일어섰다.
《그렇습니다. 우리 군대가 항일의 전통을 계승한다는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아니라 사상과 도덕, 전법과 전술, 군종과 병종의 모든 범위에서 실질적으로 계승한다는것입니다. 그러니 항일전의 로장인 최현동지가 단단히 한몫을 해야 할게 아닙니까?》
두주먹을 들어 무릎을 쿵쿵 내리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최현이 어찌된 일인지 자기를 바라보시는
《믿음은 고맙습니다만… 그게 헐치는 않을것같습니다. 제 방금전에두 고창렬이와 한창 론쟁을 하다가 오는 길인데…》
머리가 남달리 비상하고 비행술도 높은데다 배짱 또한 보통이 아니여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젊은 사람과 론쟁까지 하셨습니까?》
《얼마전에
《아,
그 문제라면
태평양함대소속 대형간첩비행기 《EC-121》호로 말하면 레이다정찰활동을 위하여 특별히 제작된 4발프로펠라추진식비행기로서 첨단급의 전파탐지회피기능과 강력한 방어능력을 갖추고 우리 나라와 로씨야의 원동지방, 중국의 동북지역까지 드나들면서 정탐행위를 감행하고있는 간첩비행기였다. 최신기술이 고도로 집약된 비행기인것만큼 포착과 추적이 헐치 않고 상승고도가 성층권을 벗어나기때문에 웬만한 반항공무기의 탄두나 전투기들은 가까이 접근할수도 없었다. 물론 우리에게 그만한 상승고도를 가진 전투기가 없는것은 아니였으나 적들은 교묘하게도 일본의 아쯔기공군기지에서 공해상공으로 들어오다가 우리의 고공전투기들이 발진하는것을 레이다로 포착하기만 하면 날쌔게 기수를 꺾어 달아나버리였다.
현대적인 정찰수단들로 우리의 비행장위치나 비행기들의 움직임을 피눈이 되여 감시하고있는 적들을 불의에 공격한다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였다.
쉽지 않은 일이였기때문에
거듭되는 사색과 무한한 환상을 거쳐
여러개의 몫을 지어놓은 카드무지들중에서 지정된 주패장이 반드시 왼쪽에 있을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놓고 오른쪽에서 꺼내들자면 어떤 눈속임이 필요한가. 흔히 요술사들의 손동작이 사람의 눈보다 빠르다고 하지만 요술의 본질은 관람자와 요술사의 두뇌전, 심리전이다.
자기들의 눈에 보이는것이 진실이라고 믿는 바로 여기에 관중의 실책이 있고 요술사가 성공할수 있는 공간이 있듯이 저들의 감시수단들이 항상 우리의 공격수단들을 지켜보고있다고 장담하고있는 여기에 적들의 약점이 있고 우리가 성공할수 있는 비결이 있지 않겠는가.
적들이 우리를 눈이 빠지게 지켜볼수록 좋다. 적들의 시선을 붙들어 이리저리 끌고다니다가 오리무중속에 내팽개쳐놓고 우리는 불의의 지점에서 벼락같은 공격을!…
《…고창렬이 그 대형정찰기를 쏴떨굴 방안을 놓구 이렇게 장황한 설명을 하는데 아무리 들어봐야 그건 우리 식이 아니란 말입니다. 아닌것은 분명한데 딱히 방도가 떠오르질 않아서 〈직사포를 고지우로 끌어올리던 방법같은걸 쓰면 안되겠나?〉했더니… 그러면 비행기를 하늘에 매달아놓겠는가고 들이대지 않겠습니까? 〈어쨌든 이건 비준 못한다!〉하구 눌러버리니까 대뜸 한다는 말이 대안이 없는 부결은 관료주의라는겁니다. 허허허…》
《바로 그것입니다!》
《저도 그동안 좀 생각해봤는데 조국해방전쟁시기 직사포를 고지우로 끌어올리던 그런 전법을 써야 합니다. 적들이 예측할수 없는 곳에 나타나 상상할수 없는 타격을 들이대는것이 바로 빨찌산식이 아닙니까!》
《적들의 시야가 아무리 넓다고 해도 거기에는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밤눈이 밝은 놈은 낮눈이 어두울수 있고 우에서 잘 내려다보이는것은 밑에서 잘 올려다보이지 않을수도 있는것입니다. 적들이 우리 비행기들의 발진위치를 알고있는것이 문제라고 하는데 오히려 적들에겐 그것이 약점으로 될수도 있지 않습니까?》
눈을 쪼프리고 고개를 기웃거리던 최현은
《역시…
최현은 두툼한 손바닥을 펼쳐들고 그 한복판에 자기의 주먹을 툭툭 쥐여박으면서 연방 탄성을 질렀다. 어쩌면 그렇게도 단박명쾌하신가!
항공전문가인 고창렬은 물론이고 빨찌산의 로장이라고 하는 자기
이것이
결국 나에게는 그런 신념, 그런 의지가 아직도 모자란다.
모자라거던. …
최현이 두툼한 눈섭을 쭝깃거리며 생각에 잠겼는데
《수적으로나 경제기술적으로 대비조차 할수 없는 적들과 정면으로 힘내기를 하는것은 론리적으로도 어불성설일뿐더러 우리 나라의 실정에 전혀 맞지
않는것입니다. 우리는 적들이 땅으로 기여오든 바다로 기여오든 모조리 빨찌산식으로 쳐갈기자는것입니다.
《이 늙은것이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난 그저 어떻게 하면
《그야 그렇겠지요 내가 생각이 좀 모자라 그렇지
《그렇다고 무리하시면 안됩니다. 저와 토론할 일이 있으면 여기로 오느라 하지 말구 꼭 전화로 찾으십시오. 내 자주 가보기도 하겠지만 최현동지가 찾는다면 만사불구하고 가겠습니다.》
최현은 흡족한 기분에 마음이 너누룩해져서 연신 고개방아만 찧다가 눈물이 그렁해졌다.
《사실 당중앙위원회 부장을 하다가 민족보위성으로 가자고보니 제일 섭섭한게
이때 다급히 문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신인하부부장이 급히 들어섰다.
《저…》
숨이 턱에 닿게 달려들어온것을 보면 무슨 바쁜 일이 생긴것이 분명한데 신인하는 최현이 곁에 있어서인지 인차 말을 못하고 숨만 헐떡거렸다.
최현이 거북한 눈치를 채고 나가려 했으나
《무슨 일입니까?》
《경기장에 나갔던 량남지도원이 일을… 저질렀습니다.》
《일을 저지르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