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 회)

제 1 장

푸른 호수

7

(1)

 

송영숙은 직장장 방인화의 안내를 받으며 가공직장의 생산공정들을 차례로 돌아보았다.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현대화된 수천톤능력의 가공직장을 돌아보는 그의 마음은 류달리 흐뭇하였다. 극동과 절임, 훈제 등으로 가공된 제품들을 보니 마음이 즐거워졌고 기쁨과 자랑으로 가슴이 뿌듯해졌다.

처녀시절부터 수십년간 가공직장에서 일해온 방인화는 덕스럽게 생긴 얼굴에 노상 웃음을 담고 공정별로 기사장을 안내하였다.

송영숙은 방인화의 설명을 들으며 공정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생산직장들에서 판매에 넘긴 크고 살진 오리들은 체류장을 거쳐 털가공장이며 할복장치를 비롯한 흐름식공정을 따라 순간에 가공처리되였다.

알에서 까나와 45일이 되는 오리들은 판매를 거쳐 가공직장에 넘겨지는데 이때 오리의 몸무게는 2. 5~3kg이 된다. 혹시 3kg이상 나가는 오리들도 있었다.

송영숙은 걸개에 걸려 가공장으로 흘러드는 오리들을 지켜보았다.

원래 오리의 조상은 청뒹오리라고 하는 날짐승이였다고 한다.

오리는 지금으로부터 기원전 1세기경부터 압록강중류지역에서 수만마리 길렀다고 하는데 세계적으로 오리품종은 천여종으로서 고기생산용과 알생산용, 알과 고기겸용품종이 있다.

수십년전만 하여도 오리는 물이 있는 곳에서만 키우는것으로 되여있었는데 지금은 륙지사양관리를 도입하고 속성비육방법으로 수천수만마리를 공업적방법으로 기르고있다.

물을 좋아하면서도 습기를 싫어하고 무리지어 사는 습성이 있는 오리는 닭보다 겁이 많고 또 둔하였다. 그러나 병에 대한 저항성이 높으면서도 단백질요구량이 적은 우점을 가지고있었다.

닭은 60일간 자래웠을 때 체중이 1. 5kg이라면 오리는 45일이면 3kg이 되니 경제적효과성도 높았다.

가공직장의 흐름식공정을 바라보면서 송영숙은 자기는 아직 오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것을 느끼였다.

같은 가금이지만 오리와 닭은 고기의 맛과 영양가치는 물론이고 사양관리나 가공방법에 대해서도 많은것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1차가공만 보더라도 겁이 많은 오리가 도살전에 강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콘베아에 실려와 전기마비를 잘못하게 되면 고기의 질부터 떨어지는것이다.

생각에 잠긴 송영숙의 발걸음은 털가공장에서 다시 멈추어졌다.

한줌의 털이라도 허실할세라 말끔히 수집하는 기대공들의 깐진 일솜씨며 세척과 탈수 그리고 건조와 포장을 다그치는 가공공들의 모습을 그는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지금 공장에서는 오리털을 팔아서 그 자금으로 수입첨가제를 사온다고 한다. 그러나 높아지는 고기생산계획을 수행하자면 오리털을 몽땅 팔아도 필요한 수량을 사오기 힘들다고 한다.

송영숙의 마음은 첨가제에 대한 생각으로 무거워졌다.

그는 고기와 알의 절임이며 훈제 그리고 순대를 비롯한 2차가공공정까지 다 돌아보고서야 가공직장을 나섰다.

사무실로 돌아온 그는 가공직장의 흐름식공정들을 한동안 눈앞에 그려보았다. 또다시 털가공장에서 보았던 탈모기기대공들과 가공공들의 모습이 확대되여 안겨왔다.

이윽고 그는 량수책상밑에 넣어두었던 첨가제실험일지묶음을 끄집어내였다. 그리고 실험일지를 한장한장 펼쳐보았다.

닭공장에서 지배인으로 사업하면서도 시간을 쪼개가며 연구하던 소금밭이끼에 의한 새로운 가금먹이첨가제연구일지였다.

수년간의 고심어린 땀방울이 슴배인 손때묻고 누렇게 탈색된 실험일지를 펼쳐드니 새삼스럽게 가슴이 울렁거리였다.

또다시 탐구의 낮과 밤을 바쳐 첨가제를 기어이 성공시켜야겠다는 결심으로 가슴이 뿌듯해지기도 하였다.

야심을 실천으로 증명하는 사람만이 승자가 될수 있는 법이다.

그의 생각은 또다시 정의성에게 미쳤다.

지금도 정의성은 긴장한 연구와 시험으로 시간과 시간을 보내고있을것이였다.

며칠전 시험호동에 찾아가 그를 만나고 돌아온 다음부터 송영숙은 어느 하루도 첨가제에 대한 생각을 잊은적이 없었다. 그날에는 자기가 앞섰다고 스스로 자부했었지만 엄밀히 따져보니 그 반대였다.

오리와 닭은 같은 가금이지만 생리적조건과 먹이조성 등 모든것이 다른것만큼 첨가제 역시 달라야 하는것이다.

그러니 오리에 대한 파악이 부족한 자기가 정의성보다 뒤떨어졌다는것은 불보듯 명백했다. 하면서도 목적의식적으로 과학기술경쟁을 해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기어이 정의성보다 앞서야겠다는 야심은 더더욱 강렬해지였다.

한동안 소금밭이끼의 필수아미노산함량분석자료에 눈길을 두고있던 그는 귀에 익은 손전화기의 신호음소리를 들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하고 부르는 소녀의 맑은 노래소리였다.

송영숙은 손짐작으로 손전화기를 꺼내들었다.

생산부서들에서 걸어오는 전화려니 했는데 뜻밖에도 김춘근당비서의 목소리가 귀전에서 울렸다.

《당비섭니다. 지금 어디 있습니까?》

《사무실에 있습니다. 문건과 자료들을 보고있습니다.》

그는 당비서가 앞에 서있기라도 한듯 펼쳐놓은 실험일지를 가리키였다.

《바쁘지 않다면 좀 내려와주시오. 내 마당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송영숙은 머리를 끄덕이였다.

《예, 곧 내려가겠습니다.》

손전화기를 주머니에 넣은 그는 서둘러 실험일지들을 정리하였다.

자기가 첨가제연구를 해왔다는것을 공개하기 전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작정이였다.

당비서가 자기와 함께 현장에 가보려고 찾는다고 생각한 송영숙은 인츰 사무실을 나섰다.

사무청사마당에 내려가니 김춘근은 승용차옆에 서서 기다리고있었다.

《나하구 빨리 집에 가기요.》

그는 구레나룻자리가 퍼릿한 너부죽한 얼굴에 웃음을 담으며 승용차를 가리켰다. 송영숙은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집이라니? 어느 집 말입니까?》

《기사장동무네 집이지 누구네 집이겠소? 오늘 새벽에 이사짐을 실으러 갔던 자동차가 방금전에 도착했단 말이요.》

《벌써 이사한단 말입니까?》

송영숙은 잘 믿어지지 않아 당비서를 쳐다보며 움직이지 못했다.

《벌써가 뭡니까? 전 기사장이 며칠전에 아들을 따라 이사갔는데 집을 그냥 비워둘순 없지 않습니까? 자! 어서 갑시다!

지배인동무와 이미 토론이 있었습니다.》

김춘근은 제 먼저 승용차에 올랐다.

그는 전 기사장이 이사간 다음 몇사람에게 말하여 집을 잘 꾸리게 했고 오늘은 이사짐까지 실어오도록 하였다는데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송영숙은 당비서의 재촉을 받고서야 차에 몸을 실었다.

《나두 젊어서 여기저기 이사다녀봤는데 사람은 우선 가정생활이 안착돼야 일을 잘할수 있더군요. 녀성들인 경우야 더하지요.》

승용차가 미끄러지듯 달리자 차창밖을 내다보며 김춘근이 말하였다.

송영숙은 아무 말도 못하였다.

어느덧 그들이 탄 승용차는 전 기사장이 살던 집앞도로에서 멎었다.

승용차에서 내려 집쪽을 바라보니 마당에는 벌써 이사짐을 싣고온 자동차가 서있었다. 어느 부서 사람들인지 청장년 서넛이 가구들을 맞들고 집안으로 날라들이느라 분주히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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