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회)

제 1 장

눈내리는 겨울

3

(2)

 

리철봉은 승용차의 경적소리에 와뜰 놀라 상념에서 깨여났다.

꾸둑꾸둑하게 얼어붙은 논판우에 야외가설막을 쳐놓고 과일나무들이 줄지어선 산기슭쪽에 목표판을 세워놓은 사격훈련장이 차창밖으로 내다보였다. 실내훈련장을 새로 꾸리는 동안 림시로 리용하는 훈련장이라지만 천막도 방정하고 목표판들도 질서있게 세워져있어 어설픈데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안에서 난로불을 피우는지 천막우에 푸르스름한 연기가 감돌았다.

김정일동지께서 차에서 내리시자 야외가설막앞에서 대기하고있던 한명의 장령과 두명의 군관이 달려왔다. 먼저 달려온 군관들은 이미전부터 낯을 익히고계시는 2. 8국방체육단 사격감독들이였고 뒤에 선 장령은 엊그제 총정치국 부국장으로 임명된 로일수였다.

《로동무는 벌써 와있었구만! 안영환동무는?》

《인민군협주단에 회의지도를 나갔는데 전화를 거니 벌써 회의가 시작되였다고 해서 혼자 왔습니다.》

그이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로일수와 인사를 나누시다가 뒤쪽에 서있는 연형묵을 알아보고 놀란 표정을 지으시였다.

《부부장동무는 어떻게 여기에 와있습니까? ㅈ공장에 지도사업을 나갔다는 이야길 들었는데…》

《여기 국방체육단동무들이 ㅈ공장에 수리해달라구 맡겨놓았던 사격기재들이 있길래 평양으로 올라오는 길에 제창 싣고왔습니다.》

《국방체육단사업에 관심이 높은걸 보니 역시 군수공업부문을 담당한 당일군이 다릅니다. 난 요즘 우리 사격선수들의 훈련성적이 시원치 않다고 하기에 나왔는데 무엇이 걸렸는지 어디 함께 방도를 찾아봅시다. 자, 주인들이 앞서시오.》

감독들을 앞세우고 걸음을 옮기시려던 김정일동지께서는 꾸어온 보리자루처럼 외따로 서서 머밋거리고있는 리철봉을 띄여보시고 손저어 부르시였다.

《철봉동무도 이리 오시오. 군대가 사격훈련장에 왔다가 천막구경만 하고 가겠습니까?》

그가 가까이 오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로일수와 리철봉을 량옆에 끼고 가설막안으로 이끄시였다.

《이번에 인민군대의 중요부문에 새로 임명받은 동무들을 조용히 만나보고싶었는데 인차 수령님의 명의로 대외에 파견할 예술단의 공연준비때문에 짬을 내지 못했습니다. 마침 여기로 나오는 길에 동무들 생각이 나기에 만나자고 했는데, 어떻습니까? 군인들이야 어디 다른데보다 이렇게 화약내나는 사격장에서 만나는게 좋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박달목같이 단단하고 어깨가 버그러진 리철봉에 비해 머리 하나만큼 키가 더 커보이는 로일수는 벌써부터 사격의 쾌감을 느끼는지 두손을 썩썩 맞부비며 싱글거렸다.

리철봉이 김일성종합대학 물리학부에 다니다가 전쟁이 일어나기 전해에 해군에 들어가 무관이 되였다면 로일수는 전쟁시기 최현군단의 문화부대대장으로 락동강까지 나갔다온 정치일군출신으로서 전후에는 사단장을 하다가 몇해전부터 총정치국에서 사업하고있었다. 두사람의 경력에는 문과 무가 엇비슷이 섞여있지만 생김새나 성격은 판이하였다.

리철봉이 무슨 일에서나 침착하고 참을성있는 대신에 얹힌것을 속에 묻어두는 성격이라면 로일수는 자기 마음을 도무지 감출줄 모르고 와락와락 퍼내야 씨원해하면서도 뒤가 없는 그런 성격이다. 그이께서 두 장령과 나란히 사격장안에 들어서시자 겨울군복을 입은 사격선수들이 좌지를 차지하고 선것이 보였다. 난로불을 피워서인지 천막안은 맵싸한 연기냄새가 풍기면서도 후끈후끈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좌지 뒤쪽에 있는 감시대쪽으로 물러서시면서 감독이 올리는 쌍안경을 받아들고 물으시였다.

《오늘은 무슨 종목 훈련을 합니까?》

《속도권총 2종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시작합시다.》

잠시후 김정일동지께서는 사격좌지쪽에서 첫 총성이 울리는것과 함께 쌍안경을 휘끗 들어올리시였다. 총성이 한방씩 울릴 때마다 그이께서는 련방 감독에게 감시결과를 알려주시였다.

《7번선수가 3시 방향으로 계속 편차됩니다. 권총손잡이를 마주잡은 왼손에서 맥을 풀라고 하시오. 6번은 7시방향, 4번은 5시방향, 1번은 상하류동이 심한걸 보니 또 선옥동문게로구만. 저 동문 늘 봐야 방아쇠에 손가락거는게 틀렸거던.》

3번… 2번…

마치도 그이자신이 사격감독이 되신것같았다.

사격이 끝나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좌지쪽으로 걸어나가시였다. 감독들이 따라서고 리철봉과 로일수도 뒤따랐다. 그이께서는 걸음을 옮기시면서 감독들에게 이야기하시였다.

《무슨 종목에서나 마찬가지로 명중사격의 비결도 기본은 훈련입니다. 일부 선수들이 무기타발, 조건타발을 한다는데 그런 관점부터 바로잡아주어야 합니다. 수령님께서는 오늘 아침에 우리 군대 사격선수들의 국제경기성적이 시원치 못하다는 보고를 받으시고 못내 걱정하시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무슨 말씀인가를 더 하려고 하시다가 불그스레해진 얼굴을 푹 수그린 감독들을 띄여보시고 시선을 돌리시였다.

좌지에 이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탁우에 주런이 놓인 경기용무기들을 죽 훑어보시고나서 리철봉과 로일수를 부르시였다.

《자, 왔던김에 동무들도 한번 쏴보시오. 철봉동무 솜씨는 잘 모르겠지만 부국장동무야 전쟁때만두 탄알을 한가마니쯤 쏴봤겠으니 자신있겠지요?》

로일수는 탁에 놓인 무기들을 한아름에 다 걷어안을듯이 걸탐스레 훑어보더니 커다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전 이런걸 쏴본적이 없어놔서 잘 모르겠습니다. 아식보총이라든가, 58년식자동보총같은것이 있으면 좋겠는데…》

김정일동지께서는 밝은 안색으로 로일수를 쳐다보시였다.

《역시 전쟁참가자가 다릅니다. 사실 총이야 그렇게 꽝꽝 소리가 나는걸 쏴야 제멋이지요. 그러지 않아두 내 오늘 목갑총을 한자루 가지고 나왔는데 그걸루 한번 쏴봅시다.》

그이의 말씀이 끝나기 바쁘게 뒤쪽에 비켜서있던 운전사가 앞으로 나서더니 기름대우를 낸것처럼 반들거리는 싸창 한자루를 탁우에 올려놓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멀찌감치 관람석쪽에 몰켜서있는 선수들을 큰소리로 부르시였다.

《자, 동무들도 거기 서있지만 말구 모두 이리 오시오.》

그이의 부르심을 받은 선수들이 와르르 몰려오자 로일수는 우쩍 신바람이 났다. 오래간만에 쥐여보는 싸창이지만 전장에서 다스린 솜씨야 어디 가겠는가. 자신만만하게 목표를 겨누고 련거퍼 다섯번이나 방아쇠를 당겼으나 이상하게도 목표지에는 탄환자리가 두개밖에 나지 않았다.

그것마저도 한개는 6점환에 찍혔고 다른 한개는 점수환을 벗어나 흰판모서리를 찢고 지나갔다. 선수들속에서 아쉬운 한숨이 새여나오자 로일수는 꺽두룩한 장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허둥거리다가 면구스러운듯 허허 웃으며 애매한 싸창만 이리저리 뒤집어보았다.

《몇해전만 해두 이 정도는 아니였는데…》

한다하는 로일수가 이렇게 우는소리를 하고보니 리철봉은 아예 뒤전에 물러서고말았다.

《그럼 이번엔 어디 전문가들의 솜씨를 한번 볼가?》

김정일동지께서 선수들쪽을 빙 둘러보시자 상위견장을 단 사격감독이 패기있게 나섰다.

《제가 한번 쏴보겠습니다.》

새 목표가 제시되고 다섯방의 총성이 울렸다. 사격창구만 열어놓은 천막안에는 알싸한 화약냄새가 꽉 차올랐다.

《몇점이요?》

사격을 끝낸 감독이 제가 먼저 감시경쪽에 대고 급하게 물었다.

《8점 7시 방향, 6점 3시방향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목표를 맞힌것은 겨우 두발뿐이였다. 사격감독은 그럴수 없다는듯 미간을 쪼프리고 싸창만 뚫어지게 내려다보았다.

《그만하면 다들 잘 쐈소. 그건 일반총과는 다르오.》

김정일동지께서는 감독에게로 다가오시여 싸창을 받아드시였다.

그러시고는 총구가 우로 향하게 세워들고 거기에 총탄 한개를 꺼꾸로 올려놓으시였다. 총탄이 탄피채로 쑥 미끄러져들어가더니 격발기쪽에서 잘칵 하고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들 눈들이 휘둥그래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총을 다시 거꾸로 흔들어 탄알을 뽑아내시였다.

《이건 우리 수령님께서 항일무장투쟁시기부터 리용하시던 총이요. 하도 오래되다보니 이렇게 총알이 통채로 들락날락할만큼 총신이 넓어졌소.》

그제서야 모두 명중이 되지 못한 리유를 알아차렸다.

《결국 이 총은 사수의 감각으로 겨누는 수밖에 없게 됐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새 탄창을 절컥 갈아끼우고 사격좌지앞에 나서시였다. 한눈을 감지도 않고 목표를 응시하시다가 슬며시 방아쇠를 당기시였다.

첫 총성과 거의 동시에 《10점!》하고 웨치는 탄성이 감시경쪽에서 울렸다. 한곳에 몰켜있던 선수들은 너무 놀라서 입을 하 벌린채 서로 얼굴들을 마주보았다. 련이어 울리는 총성 그리고 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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