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 회)

제 1 장

푸른 호수

6

(3)

 

그는 곧 정숙하면서도 침착한 태도로 말하였다.

《난 지금… 옛시절을 추억하자고 찾아온게 아니예요. 다만 정기사동무가…》

유상훈박사나 지배인처럼 정의성을 정기사라고 부르며 그는 찾아온 목적에 대하여 터놓았다.

《정기사동무가 소금밭이끼에 의한 새로운 첨가제를 만든다기에 찾아온거예요. 저의 직업상… 공장에서 진행되고있는 기술적문제들에 대해 알자고 말입니다.》

그의 말에 정의성은 허리를 조금 늘구었다.

송영숙의 말대로 그가 지나간 시절이나 추억하자고 찾아온것이 아님을 너무도 잘 알고있었지만 어쩔수 없는 죄의식으로 몸과 마음이 다같이 굳어졌던 그였다.

그는 따분하고 어색한 감정을 털어버리며 인츰 실무적인 어조로 말하였다.

《그건 뭐 별로 큰게 아닙니다. … 몇년전부터 염전에서 버리는 이 염전태, 다시말해서 소금밭이끼에 가금에게 필요한 좋은 성분들이 많다는걸 알구 먹이로 리용해보았지요. 점차 첨가제를 만들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구해보는중입니다.》

정의성은 소금밭이끼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상대방이 소금밭이끼에 대한 충분한 리해를 가질수 있도록 일반화학조성과 생물학적특성이며 그것의 리용분야에 대해서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송영숙은 진지한 태도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정의성이 소금밭이끼에 대하여 무척 폭넓고 깊이있게 연구하였다는것을 깨달았다. 지나간 그 시절에 벌써 그의 높은 탐구정신과 열렬한 학구열을 값높이 샀던 송영숙이 아니였던가.

이윽고 그는 자기가 관심하고있는 문제에로 화제의 방향을 돌리였다.

《연구를 시작한지 얼마나 되였나요?》

《3년이 좀 지났습니다.》

(나보다 조금 늦게 시작했구나. …)

송영숙은 의연히 긴장감을 느끼며 다시 물었다.

《첨가제성분들중에서 국내산원료는 어떤것들인가요?》

그의 물음에 정의성은 첨가제의 주요성분들을 이루는 몇가지 미량원소들과 다량원소들에 대하여 알기 쉽게 말해주었다.

한동안 차근히 설명하던 그는 자리에서 움쭉 일어났다.

조리실 한켠에 있는 벽장으로 다가간 정의성은 문을 열고 거기에서 휴대용콤퓨터를 꺼내였다. 이윽고 그는 화면을 펼치고 사진자료들을 현시하였다.

《이건 소금밭이끼를 전자현미경으로 확대촬영한 화상자료입니다. 그리구 이건…》

그는 소금밭이끼를 이루는 람조류와 록조류, 규조류들을 현미경상에서 고찰한 사진자료들도 손가락으로 가리켜보였다. 그리고 비타민의 분석과 에네르기가치를 평가한 자료에 대해서도 설명하였다.

그들은 한동안 일문일답식의 대화를 나누었다.

그와의 대화를 통하여 송영숙은 정의성이 찾아내고 연구한 성분들이 자기의것보다 기발하고 우월한 점이 많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러나 총체적으로 내가 앞섰다는것만은 명백하구나. 비록 거의 비슷한 점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저 동무의것이 우수한것도 있지만 내가 앞섰다는것만은 부정할수 없어. 저 동문 아직 섬유소분해균과 항생물질도 찾아내지 못한 상태가 아닌가?…)

송영숙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니 연구를 하면서 시험오리에게 적용시키겠군요?》

이윽고 그는 소금밭이끼에 의한 첨가제연구에 대하여 충분한 리해를 가진듯 콤퓨터를 밀어놓으며 침착한 어조로 물었다.

정의성은 머리를 끄덕이며 확신이 담겨진 어조로 말했다.

《현재까지는 수입첨가제를 먹이는 대조무리보다 새 첨가제를 적용하는 시험오리가 더 좋다고 볼수는 없지요. 하지만 신심은 생깁니다.》

자신심이 담겨진 그의 말에 송영숙은 도전적으로 얼핏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쑥 경쟁심리가 솟구쳤다.

그는 눈길을 떨구며 말없이 머리를 끄덕이였다.

잠시후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로운 첨가제에 대해 잘 알았습니다. 많이 배웠어요. 국산화에 대한 관점두 좋구 또 혁신적이군요.》

그는 례의를 지켜 첨가제연구를 더 잘하라고 말하였다.

《앞으로 많이 도와주십시오.》

출입문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그에게 정의성이 한마디 하였다.

송영숙은 아무런 응대도 하지 않았다.

정의성의 그 말 또한 진정이 아니라 례의를 차리는 기계적인 말에 불과하다는것을 느꼈기때문이다.

《그럼 안녕히…》

문밖을 나선 그는 말끝을 흐리며 약간 머리를 숙였다.

《또 오십시오.》

정의성도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

송영숙은 조심스레 닫기는 문소리를 들으며 걸음을 내짚었다.

그의 귀전에서는 새로운 첨가제에 대하여 열심히 설명하던 정의성의 목소리가 그냥 들려왔다.

우연한 일치로 서로가 꼭같은 연구목표를 안고있으며 더우기는 자기가 훨씬 앞섰다는것을 인정하면서도 마음은 결코 개운치 않았다.

(한공장에서 두사람이 하나의 꼭같은 연구를 하다니… 물론 기술자들사이에 과학기술경쟁도 하군 하지만…)

송영숙은 또다시 한숨을 내그었다.

하면서도 정의성에 대하여 새롭게 깨닫게 되는 그였다.

정의성이 비록 떳떳치 못한 감정을 안고있지만 비굴하거나 옹졸하지도 않았으며 젊은 시절처럼 과학앞에서는 무한히 성실하다는것이였다.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새롭게 느끼는 송영숙이지만 마음은 그냥 무거워졌다.

자기의것은 뒤전에 감추고 남의것을 엿보면서 자기가 한발 앞선데 대하여 위안을 느끼는 자기 자신이 무척 비렬하게 생각되였다.

다음순간 그의 가슴속에서는 또다시 경쟁심리가 북받쳐올랐다.

그는 숙였던 머리를 쳐들었다.

(과학기술경쟁! 바로 이것이다! 당분간 사업을 안정시킨 다음엔 나도 연구를 시작하겠어. 그때에는 내가 지금껏 연구해온것을 모두 공개할테야! 하여 정정당당하게 경쟁을 하겠어. 누군가의 말처럼 나는 결코 승리를 훔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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