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회)
제 1 장
푸른 호수
6
(2)
시험호동은 청년직장구내의 제일 뒤켠 조용한 곳에 자리잡고있었다.
정문에서 작업복을 받아입고 손소독을 하면서 수의방역초소원처녀에게 물으니 정의성이 방금전에 들어갔다고 했다.
송영숙의 가슴은 자꾸만 후둑후둑 들뛰였다. 그는 심호흡을 하면서 자기
(…용감하자! 운명은 용감한자에게 손을 내민다고 했어. 그리고… 그리고 어떤 환경에서든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내색하지 말자. …)
그는 작업복주머니에 두손을 깊숙이 찌르고 천천히 걸었다.
드디여 《성원외 출입금지!》라는 표말이 있는 시험호동앞에 이른 그는 다시한번 심호흡을 하며 출입문을 열었다.
정의성은 마침 먹이조리실안에 있었다.
그는 안해인 서정옥과 리봄순이라고 불리우는 얼굴이 갸름하고 수집음을 잘 타는 처녀관리공에게 새로운 먹이처방에 대하여 설명해주고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송영숙은 열려진 먹이조리실문가에 다가서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누구에게라없이 인사말을 하였다.
예고없이 찾아온 기사장을 보고 세사람은 다같이 굳어졌다.
잠시후 두 관리공은 자기들의 호동을 찾아준데 대한 황송한 마음과 고마움을 제나름으로 표시하였다.
송영숙은 서정옥이 기술준비소복도에서 만났던 얼굴이 복스럽고 친절한 녀인임을 제꺽 알아보았다.
《우린 여기서 또 만났군요.》
그는 다정한 웃음을 지었다. 순진하고 살뜰한 마음이 엿보이는 정옥을 대하고보니 어쩐지 긴장감이 풀리는듯 했다.
정의성은 처음 웬 불청객이냐 하는 마뜩지 않은 눈길로 돌아보더니 인츰 례의에 어긋나지 않게 몸가짐을 바로가지며 약간 머리를 숙여보였다.
송영숙은 언제든 주도권을 잃지 않고 자기의 의도대로 그를 만나야 한다고 다짐하며 여유있는 태도로 세사람에게 다가갔다.
《시험호동에서 일을 잘한다기에 찾아왔습니다.》
그는 밝게 웃으며 관리공들을 쳐다보았다.
기사장의 말에 정옥이와 봄순은 서로 마주보며 웃다가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였다. 아직까지 자랑할만한 일을 해놓지 못했다는 자격지심때문이였다.
《호동관리를 참 잘하는군요.》
송영숙은 먼저 호동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먹이조리실이며 위생소독실은 어느 구석이나 흠잡을데 없이 깨끗했다. 꽃무늬레자를 깔아놓은 휴계실도 살림방처럼 정가로왔다.
휴계실벽에 걸린 타원형의 거울을 빨갛고 노란 꽃으로 곱게 장식한것을 바라보니 두 관리공의 알뜰한 일솜씨도 느껴졌다.
《호동에서 키우는 오리가 모두 몇마리나 되나요?》
송영숙은 호동안쪽을 쳐다보며 곁에 선 정옥에게 물었다.
《시험무리와 대조무리까지 모두 3천마립니다.》
《일나이별로 갈라놓고 기르겠지요?》
《예. 시험오리들을 모두 세 부류로 갈라놓았습니다.》
서정옥은 공손히 대답했다.
《그럼 무리별로 먹이조성도 다르겠군요? 저에게 좀 설명해주실수 없습니까?》
이번에는 정의성의쪽을 쳐다보며 물었다.
정의성은 눈길을 떨구며 앞머리카락을 두어번 쓸어올렸다.
송영숙은 그 손동작이 어색하거나 따분할 때의 손동작이라는것을 잊지 않고있었다. 불쾌하거나 성이 나면 그 손동작이 더 빨라진다는것을 상기한 그는 그런 하찮은것에 마음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정의성의쪽으로 조금 더 다가섰다.
눈치빠른 정옥은 새로 온 기사장이 시험호동의 일을 료해하려 한다는것을 깨닫고 뒤켠에 서있는 리봄순에게 나가자고 눈짓하였다.
《우린 좀 할일이 있어서…》
정옥은 봄순이와 함께 조심스럽게 조리실을 나섰다.
정의성은 놀이장으로 들어가는 두 관리공을 따라나가며 새끼오리먹이시간을 정확히 지키라고 당부하였다. 그는 인차 다시 들어왔다.
《자, 앉으시지요.》
그는 송영숙에게 의자를 내놓으며 또다시 앞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사양않고 의자에 앉은 송영숙은 조리대우에 쌓여있는 배합먹이를 쳐다보았다. 조리대 한켠에 놓인 검누런 소금밭이끼에 시선이 닿는 순간 온몸이 싸늘해지였다.
송영숙은 거기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며 《첨가제생산용인가요?》 하고 실무적인 어조로 물었다. 정의성도 소금밭이끼를 보며 대답했다.
《예. 시험오리에게 먹이는겁니다.》
송영숙은 말없이 머리를 끄덕이였다.
한동안 그들사이엔 숨막힐듯한 침묵이 흘렀다.
잠시후 정의성이 먼저 침묵을 깨뜨렸다.
《결국 우린… 다시 만났군요. 난 동무가 우리 공장에 올줄은 몰랐습니다. 어떻든 다시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
그는 눈길을 떨구고 자기의 정확한 발음으로 책을 읽듯 또박또박 말하는것이였다.
《동무와 마주앉아 가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니… 닭공장에서 생활하던 그때가 생각나는군요. 그땐 제가…》
정의성은 앞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말끝을 흐리였다.
보드랍게 분쇄한 소금밭이끼를 한줌 쥐고 내려다보던 송영숙은 눈길을 들었다. 정기어린 커다란 눈에서 류다른 광채가 번쩍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