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 회)

제 1 장

푸른 호수

5

(2)

 

다음순간 밤이 퍼그나 깊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영숙은 공장에 온 첫날부터 기술준비소 소장 유상훈박사를 만나 인사도 하고 공장앞에 나선 기술적문제에 대하여 의논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새 직무에 착수하느라 바쁜 일들이 겹친데다가 유상훈박사자신이 연구소며 대학에 초청되여서 오늘까지 만나지 못했다.

유상훈박사는 가금학계의 권위자이며 축산부문 학위학직심의위원회 위원으로서 몇년전 송영숙의 학위론문을 심의해준 잊을수 없는 스승이기도 하였다.

(오늘은 농업대학에 초빙강의 나갔다고 했지. 래일은 공장에 출근한다니 꼭 만나야겠어. …)

가금업의 력사가 오래고 과학기술력량이 굳건한 이 공장에서 현재 진행되고있는 연구사업의 실태를 파악하려면 우선 기술준비소 소장부터 만나야 한다.

더우기 닭공장에서부터 연구하기 시작한 우리식의 새로운 첨가제를 완성시키자면 유상훈박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다음날 송영숙은 알깨우기직장옆에 자리잡은 기술준비소를 찾아갔다.

크지 않은 단층건물의 현관에 들어서던 그는 관리공인듯 작업복을 입고 마주나오는 젊은 녀인을 띄여보았다. 서정옥이였다.

송영숙은 그에게 소장동지방이 어딘가고 물었다.

《우리 공장에 처음 오신게지요?》

남편의 점심식사를 가지고 왔던 정옥은 복스러운 얼굴에 웃음을 담고 송영숙에게 되물었다.

송영숙은 빙긋이 웃으며 부드러운 어조로 대답했다.

《난 기사장이예요. 소장동지를 만나러 왔답니다.》

서정옥은 당황해하면서도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였다.

《기사장동지라구요? 아이참, 내가 그만… 미안해요. 제 미처 몰라보고… 참, 소장동진 저 끝방에 계십니다.》

그는 한옆으로 비켜서서 복도 끝방을 가리켰다.

지금 그 방에서는 소장과 자기 남편이 담화를 하고있었다.

정옥에게는 기사장이 자기 남편을 만나러 온것같이 생각되였다.

한공장에서 일하게 된 기쁜 마음으로 반갑게 만나리라는 생각에 그의 마음은 자못 즐거워졌다.

《고마워요. 그럼 후에 또 만나자요.》

송영숙은 친절한 녀인에게 눈인사를 한 다음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방앞에 이른 그는 가볍게 손기척을 하였다. 곧 응답소리가 들려왔다.

송영숙은 기쁜 마음으로 출입문을 열고 들어섰다.

책상에 마주앉은 유상훈박사를 띄여본 그는 가볍게 머리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소장동지!》

누군가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박사는 안경너머로 방문객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머리를 기웃거렸다.

《누군지…》

《접니다. 송영숙입니다.》

그의 소개말을 듣고서야 박사는 가볍게 탄성을 올리였다.

《아! 이게 누굽니까, 예?》

박사는 의자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기사장에게로 다가갔다.

《그동안 건강하셨습니까?》

송영숙은 자기의 손을 마주잡고 기뻐하는 박사에게 친절히 물었다.

박사는 머리를 끄덕이였다.

《나야 그저 이렇게… 참, 우리 공장 기사장으로 왔다지요? 잘됐습니다. 정말 잘 왔습니다.》

유상훈박사는 송영숙을 진심으로 반겨주었다.

《자, 여기 앉으십시오. 여기, 여기…》

박사는 자기의 옆의자를 가리키며 친절을 표시했다.

이때 출입문을 등지고 앉아있던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소장동지! 그럼 전 돌아가보겠습니다.》

그만에야 송영숙은 그가 정의성이라는것을 알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호- 한숨을 내쉬였다.

정의성의 존재를 무시하려는 생각에 도전해나선듯 그는 어디 가나 눈에 띄웠다. 한공장 종업원이니 어쩌는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 저녁에 다시 만나기요. 내가 시험호동에 가던지.》

유상훈박사가 정의성에게 하는 말이였다.

이윽고 송영숙을 돌아보며 목소리를 높이였다.

《참, 인사했소? 새로 온 기사장동무요.》

박사의 말에 정의성은 약간 머리를 끄덕이였다.

《알구있습니다. 며칠전에 현장에서 만나 인사했습니다. 저…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정의성은 인츰 방에서 나갔다.

송영숙은 그가 나간 문쪽을 쳐다보며 다시금 한숨을 호- 내그었다.

이윽고 그는 의자에 앉아 박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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