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 회)

제 1 장

푸른 호수

5

(1)

 

퇴근준비를 갖추고 사무실을 나선 송영숙은 합숙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합숙마당앞에 이르니 어쩐지 들어가고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그는 발길을 돌려 천천히 걸었다.

한동안이 지나서야 그는 호수가로 향한 길에 들어선 자기를 발견하였다. 봄날의 청신한 바람이 가벼웁게 불어오고 밤하늘에는 뭇별들이 그 무슨 하많은 사연을 속삭이듯 끝없이 반짝이였다.

송영숙은 별많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냥 걸음을 옮겼다.

생각이 깊어지는 밤이였다. 오리공장에 와서 처음으로 생산총화에 참가했던 그였다.

그는 오늘에야 비로소 공장의 경영활동과 생산조직을 비롯한 전반적인 기업관리에 대하여 깊이 파악한듯한 생각이 들었다.

공장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파악을 하니 150일전투계획수행과 그 방도에 대하여 나름의 계획도 세워지는듯 하였다.

하면서도 큰 공장의 생산과 기술을 틀어쥐고 높아진 인민경제계획과 전투계획을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인민경제계획은 곧 법이다. 죽으나사나 관철해야 할 과업이다.

지금 당에서는 올해에 경제건설에서 결정적전환을 이룩하여 당창건 65돐이 되는 다음해에 보다 큰 성과를 이룩하기 위하여 온 나라에 150일전투를 선포하였다.

그리고 전체 인민이 전투적으로 살며 투쟁할것을 요구하고있다.

송영숙은 《전투… 150일전투…》 하고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비상한 각오를 가지고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두주먹이 불끈 쥐여지기도 하였다.

문득 그의 귀전에서는 배합먹이문제에 대하여 지배인에게 제기하던 생산1직장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년직장장의 기대어린 눈길도 떠올랐다.

송영숙은 그들이 전투계획을 수행하는데서 나서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였다고 보았다.

축산부문에서 생산전투는 곧 배합먹이생산전투였다. 아무리 우량품종의 종자라고 해도 배합먹이를 떠나서는 생산을 담보할수 없는것이다. 그래서 닭공장에서도 일년 열두달 배합먹이생산전투로 날과 날을 보내였던 송영숙이다.

국가에서 계획분으로 공급받는 배합먹이를 가지고서는 고기생산계획을 수행할수 없기때문이였다.

송영숙은 우선 기업관리와 경영활동에서 경제적타산과 실리를 첫자리에 놓고 사업을 짜고들었었다.

그때 송영숙은 알곡먹이기준을 훨씬 낮추면서도 닭의 증체률을 높이기 위해 비알곡먹이가공설비를 갖추어놓고 배합먹이와 보충먹이원천을 탐구동원하였다.

자신이 고려성장촉진제를 연구하고 토착미생물에 의한 발효먹이를 연구하여 생산에 도입하였고 수입첨가제대신 국산화된 새로운 첨가제를 만들기 위해 연구의 낮과 밤을 보내기도 하였다.

닭공장에서의 나날들을 더듬어보던 그는 현재 오리공장의 경영활동에 대하여 투시해보았다.

지난 기간 자기의 사업경험에 비추어볼 때 이곳 오리공장에서는 경제적실리를 중시하면서 경영활동을 하지 못한다는것을 깨달았다.

가능성과 예비를 총동원하여 생산조직을 해야 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구체적이고도 적극적인 조직사업은 부족하였다. 그러다보니 더 많은 고기와 알을 생산할수 있는 굳건한 토대우에서도 계획수행에 대하여 락관하지 못하고 우는소리를 하는것이다.

송영숙에게는 지금처럼 고기생산을 할바에는 차라리 그만두는것이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천수백명의 로력이 시간과 품을 들여 수많은 전기와 설비를 동원하여 수백톤의 배합먹이를 가공하고 수입첨가제까지 사들여서 오리를 기르는데 비하여 생산량이 너무 적기때문이다.

그럴바에는 여러 비육직장들과 종금직장들, 알깨우기직장들이 차지하고있는 수백정보의 드넓은 땅에서 고스란히 농사만 지어도 국가에 큰 리익이 아니겠는가.

송영숙의 머리속에는 문득 며칠전에 읽어보았던 어버이수령님의 현지지도교시의 구절구절이 떠올랐다.

《눈물의 호수》, 《감탕포》로 불리우던 호수가에 오리공장을 세워주신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우리 인민들에게 고기를 더 많이 먹이기 위해서는 오리를 길러야 한다고, 오리를 기르는것이 돼지를 기르는것보다 밑지는 장사라고 하는데 국가가 좀 밑지더라도 오리를 꼭 길러야 한다고 간곡히 교시하시였다.

어버이수령님의 이 교시에는 흰쌀밥에 고기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잘살아보려는 우리 인민들의 세기적인 숙망을 풀어주시려는 위대한 인민사랑이 담겨져있었다.

《그러나…》

송영숙은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정보산업시대인 오늘날에 와서 국가가 밑지면서까지 고기생산을 하게 해서는 안된다. 절대로!》

그는 속다짐하듯 머리를 끄덕이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 터전을 잡아주시고 그이의 가르치심을 받으며 오리기르는 방법을 배웠고 위대한 장군님의 현명한 령도아래 새 세기의 현대적인 축산기지로 전변된 오늘까지 공장에서 절대로 국가에 밑지게 생산을 해서는 안되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도 공장일군들에게 경제적실리를 따져가며 기업관리를 깐지게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가르쳐주시지 않았던가.

어버이수령님의 교시를 후더운 마음으로 되새겨보던 송영숙은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그렇다! 정보산업시대인 오늘날 보다 큰 경제적실리를 얻기 위한 중요한 고리는 바로 과학기술의 힘에 있는것이다. 과학기술의 힘! 이것은 무궁무진하다. …)

송영숙의 귀전에는 느닷없이 지난 4월초 조국의 북변에서 터쳐올린 인공지구위성 《광명성2》호발사의 장쾌한 뢰성이 들려오는것같았다.

우주강국의 위용을 떨치며 대지를 박차고 광활한 우주로 날아오른 우리의 《광명성2》호!

그 력사의 순간을 TV화면에서 보면서 온몸에 굽이쳤던 민족적긍지와 애국적인 자부심, 환희와 격정이 또다시 온몸을 쩌릿하게 해주었다.

그날 송영숙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웨쳤다.

(아! 내 나라는 얼마나 강대하고 존엄높은가!

위대한 수령을 모신 내 조국, 슬기롭고 용감한 민족이 사는 내 나라는 얼마나 큰 나라인가!…)

송영숙은 우리의 공화국을 고립압살시키기 위해 미쳐날뛰는 제국주의련합세력들을 보기 좋게 답새기면서 하늘높이 인공지구위성을 쏘아올리고 우리 조국을 세계에 우뚝 올려세운 과학자, 기술자들에게 충심으로 인사를 보내였다.

그들이야말로 사회주의조국수호전의 맨 앞장에 서서 과학기술의 장검으로 조국을 지키고 빛내이는 투사들이였다.

인공지구위성 《광명성2》호가 지구를 박차고 창공높이 날아오른 그날의 감격을 되새겨보는 송영숙의 마음은 설레이기 시작하였다.

자기의 힘과 열정도 조국의 부강번영에 깡그리 다 바쳐갈 굳은 결의가 북받쳐올랐다.

그리고 오늘의 150일전투도 사회주의조국수호전이며 이 전투에서 반드시 승리자가 되리라는 생각으로 가슴이 후더워졌다.

송영숙은 이 걸음으로 기술준비소 소장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호수가쪽으로 옮기던 걸음을 기술준비소쪽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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