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회)
제 1 장
푸른 호수
4
저녁 7시부터 지배인방에서는 4월생산계획수행총화와 함께 150일전투계획이 토의되였다.
행정참모부 성원들과 각 직장 직장장들, 생산지휘성원들과 보조단위 책임자들이 한자리씩 차지하고 앉은 지배인방은 여느때없이 비좁아보였다.
모임이 시작되자 장병식지배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4월생산계획수행정형을 총화하였다. 매달 초마다 진행되는 모임이지만 이번 총화는 시작부터 분위기가 여느때와 달랐다.
온 나라에 거세차게 타오른 150일전투의 불길과 드벅찬 그 숨결이 여기서도 느껴지는것같았다. 지난해에 비하여 훨씬 높아진 전투계획을 무조건 수행해야 한다는 자각과 책임감으로 하여 모두의 마음은 긴장되여있었다.
거기에다가 새로 온 녀성기사장이 처음으로 모임에 참가하여 분위기는 한결 새롭게 느껴지였다.
사람들은 지배인의 총화보고를 들으면서도 이따금 지배인의 앞쪽에 사업수첩을 펼쳐놓고 단정한 자세로 앉아 무엇인가를 적어가고있는 송영숙의 모습을 건너다보았다.
큰 공장의 기사장이라는 쉽지 않은 직분을 가진 미모의 녀성이 모두의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것이다.
누구의 입에서 흘러나왔는지 새로 온 녀성기사장이 남자들도 찜쪄먹을만큼 과격한 성격에 손탁과 배짱이 보통이 아니여서 닭공장 당비서도 그앞에서는 손을 들었다는 소문이 쉬쉬 돌아가고있는터였다.
그러나 지금 송영숙은 자기에게 쏠려지는 그 눈길들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있었다.
그는 지배인이 발표하는 4월생산계획수행정형을 직장별로 하나하나 새겨들으며 사업수첩에 적어넣었다. 이따금 실적수자밑에 줄을 그어놓기도 하면서 구체적으로 따져보았다.
송영숙은 지배인이 3, 4월수의방역월간에 나타난 편향에 대하여 지적할 때에야 자료에서 눈길을 떼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지배인은 방역대에서 포르말린이나 표백분을 비롯한 소독약보장사업을 더 책임적으로 조직하는것과 함께 외부성원들에 대한 출입질서를 그 어느때보다 강화하여 조류독감을 비롯한 전염병을 미리막기 위한 사업을 계속 틀어쥐고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몇몇 직장들에서 소독사업에 무관심한 현상을 지적한 다음 모임은 150일전투계획토의로 넘어갔다.
지배인은 공장앞에 맡겨진 150일전투계획과 함께 직장별전투계획을 발표하였다.
장내는 술렁거리기 시작하였다.
송영숙은 방안을 둘러보았다. 아름찬 전투계획을 받아안고 입을 딱 벌린채 굳어졌던 배합먹이직장장이 기사장과 눈길이 마주치자 입을 다물고 황황히 눈길을 떨구었다. 나란히 앉아 무엇이라고 수군거리던 종금직장장들도 슬그머니 기사장의 눈길을 피하군 하였다.
술렁거림이 약간 잦아들무렵 알깨우기직장장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지난겨울에 중단했던 랭온풍기제작을 빨리 끝내야 알깨우기실을 모두 만가동시킬수 있다고 제기하였다.
장병식지배인은 알깨우기직장장이 제기한 문제를 요약해서 사업수첩에 적어넣으며 공장에서 대책을 취하겠노라고 말한 다음 가공직장장을 불렀다.
송영숙의 뒤쪽에 앉았던 방인화직장장이 큰 몸집을 일으켜세웠다. 지배인은 그에게 극동실보수가 어떻게 진척되는가고 물었다.
공장에 유독 한명뿐인 녀성직장장 방인화는 하루이틀후면 생산에 들어갈수 있다고
지배인은 만족한듯 머리를 끄덕끄덕하며 가공직장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다고 하였다.
가공직장장 방인화가 자리에 앉기 바쁘게 생산1직장장이 일어났다.
그는 높아진 고기생산계획을 수행하기 위한 배합먹이보장대책에 대하여 물었다. 그와 나란히 앉았던 청년직장장도 같은 생각인지 목을 뽑고 지배인을 쳐다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지배인은 그에게 배합먹이문제는 여전히 긴장하다고 말해주었다.
장내에서는 또다시 약간의 술렁거림이 일었다.
술렁거림이 잦아들기를 기다리고있던 지배인이 석쉼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에서 공급되는 배합먹이에만 매달려서는 언제가두 계획을 할수 없습니다. 직장단위별로 원천을 적극 탐구동원해서 비알곡먹이비중을 높이는게 중요하다는거야 다들 알지 않습니까?
생산2직장을 보시오. 거기서 계획을 넘쳐하는 비결이 딴데 있습니까? 보충먹이원천을 확보하구 자체로 발효먹이도 많이 생산하기때문이란 말이요.》
지배인은 생산2직장의 경험에 대하여 말한 다음 직장장을 불렀다.
창문쪽에 앉아있던 생산2직장장 윤흥식이 도수높은 안경을 추슬러올리며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배인은 그에게 높아진 고기생산계획을 수행할수 있는가고 물었다. 윤흥식은 그 특유의 갈린듯한 목소리로 어렵고 힘들기는 해도 무조건 수행하겠다고 한마디 하고는 수집음 잘 타는 처녀처럼 얼굴을 붉히며 얼른 자리에 앉았다.
송영숙은 얼핏 윤흥식직장장을 돌아보았다.
그가 처음 공장에 와서 지배인의 안내를 받으며 공정별로 직장들을 돌아볼 때에도 그랬고 며칠전 생산료해를 위해 그곳에 가서도 느꼈지만 윤흥식은 확실히 경제적실리를 따져가면서 생산조직을 짜고들줄 아는 능숙한 일군이였다.
사실 생산2직장은 다른 직장들에 비하여 생산활동조건이 여러모로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가금의 전염병피해를 막기 위한 분산사육을 진행하면서 공장과 10여리 떨어진 호단리에 위치하고있어서 배합먹이운반이며 전력공급도 불리했고 호수의 청사료덕도 크게 보지 못하는 직장이였다.
그러나 자체실정에 맞게 생산조직을 짜고들면서도 축산과 농산의 고리형순환생산체계를 적극 받아들여 오리배설물로 온실이며 부업농사를 잘 지었다. 겨울에는 빈 호동들에서 농부산물로 버섯도 많이 재배하여 종업원들의 식생활에도 도움주면서 그것으로 배합먹이원천도 확보하였다.
계단식호동의 아래쪽에는 양어못도 만들어 자체로 알받이까지 하면서 메기며 칠색송어도 길렀다. 그뿐아니라 호동주변과 사이길에 수종이 좋은 감나무와 키낮은사과나무를 많이 심어서 그 덕도 톡톡히 보고있었다.
그래서 공장일군들은 무엇이든 넘쳐나고 가득가득 쌓여있는 생산2직장을 《다람이네 고간》이라고 불렀다.
생산2직장의 계획수행의 비결에 대하여 말하던 지배인은 이윽고 실한 웃몸을 약간 솟구고 장내를 둘러보았다.
《기술준비소!… 기술준비소에선 참가하지 않았소?》
지배인이 큰소리로 두어번 물어서야 출입문쪽에서 누군가 일어났다.
그는 소장이 농업대학에 초빙강의 나갔기때문에 자기가 대신 참가했노라고 대답하였다.
송영숙은 그 목소리가 귀에 익어서 저도 모르게 그켠을 보다가 인츰 눈길을 돌리였다. 그는 다름아닌 정의성이였다.
《초빙강의 나갔다?!》
지배인이 정의성의 말을 되뇌이였다. 하더니 공장기술준비소에서 생산하는 복합발효균을 직장들에서 가져가는가고 물었다.
《생산2직장에서는 매번 가져가군 하는데 다른 직장들에서는 별로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의 대답에 지배인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보오! 배합먹이가 부족하다구 우는소린 잘하면서두 찾아먹을건 먹지 않으니 이게 배부른 타령이 아니요? 가만히 앉아서 입에 떠넣어주기만 기다린단 말이요. 기술준비소에서 만드는 발효균으로 농부산물을 발효시켜 먹이라고 그만큼 떠드는데 이건 그저 지나가는 바람소리로 듣고있지 않소?》
지배인의 말에 청년직장장과 생산1직장장은 목을 움츠러뜨렸다.
지배인은 이미 자리에 앉은 정의성을 다시 불러 소장이 언제 오는가고 물었다.
《래일 출근합니다. 강의는 어제와 오늘 이틀이랍니다.》
그의 대답을 들은 지배인은 높아진 150일전투계획수행을 위해 기술준비소에서도 혁신을 해야 한다면서 복합발효균을 중단없이 계속 만들어 직장마다 공급하라고 말하였다.
이윽고 지배인은 목소리를 낮추고 앞쪽에 앉은 기사장에게 할말이 없는가고 물었다.
이때 여위고 키가 껑충한 방역대장이 긴 허리를 늘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공장에 전염병이 돌면 방역대성원들만 죽일 놈이 된다면서 명절이나 휴식날이면 공장가족들의 치마바람때문에 죽을 지경이라고 제켠에서 울상을 지으며 우는소리를 하였다.
울상을 짓고 하는 그의 말에 장내에서는 가벼운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누군가가 몸집이 우람찬 방역대장의 마누라가 공장출입이 제일 잦은것 같다고 말하여 또다시 폭소가 터졌다.
송영숙도 손으로 입을 가리고 호호 웃었다.
방역대장은 자기의 말이 웃음으로 무마되는것같아 량쪽을 흘깃흘깃 하더니 털썩 자리에 앉아버렸다. 그리고는 자기도 우스운지 씨물씨물 웃었다.
웃음이 잦아들자 지배인은 방역대장이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다고 하였다.
《생산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수의방역도 중요합니다. 수의방역이 공장의 생명이라고 말은 하면서도 잘 집행하지 않고있단 말이요. 모두 첫째도 둘째도 방역이라는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지배인은 수의방역의 중요성을 재삼 강조하면서 그루를 박았다.
송영숙은 지배인의 말을 들으며 온 나라의 축산부문 기업소들에 나붙은 위생방역사업을 더욱 강화할데 대한 표어가 바로
그는 언제나 방역사업을 관건적고리로 틀어쥐고 사업조직을 잘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이윽고 지배인은 온 나라에 타오르는 대고조, 대비약의 봉화가 오리공장에서도 세차게 타오르게 하여 150일전투를 승리적으로 결속하자고 호소하였다.
회의는 밤이 이슥해서야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