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회)

제 1 장

푸른 호수

3

(1)

 

《여보! 새로 온 기사장이 우리 직장에도 왔댔다지요?》

시험호동 관리공 서정옥이 남편에게 물었다.

해빛이 따스하게 비쳐드는 놀이장앞에 서서 시험오리들을 유심히 살펴보던 정의성은 안해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새로 온 기사장이 당신의 첨가제연구를 잘 도와줄가요?》

정의성이 국산화된 우리식의 새로운 첨가제를 연구하기 위해 꾸려놓은 크지 않은 시험호동에서 관리공으로 일하는 서정옥은 또다시 기대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정의성은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남편의 관심이 오로지 시험오리에게 가있는것을 알고있는 정옥은 복스럽게 생긴 얼굴에 방그스름히 웃음을 담았다. 하면서도 기어코 자기의 호기심을 풀어볼 심산인지 그 특유의 명랑하고 청고운 목소리로 노래부르듯 말꾸리를 풀었다.

《여보! 사람들이 그러는데 새로 온 기사장이 배우처럼 잘생기구 또 성격도 참 좋대요. … 맞아요?》

정옥은 놀이장주변에 소독용표백분가루를 뿌리면서 남편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의 호기심을 풀어준 사람은 남편이 아니였다.

《옳다! 네 말이 다 옳아!》

뒤쪽에서 울리는 서정관의 대답이였다. 어느새 들어왔는지 그는 놀이장입구에 서서 안쪽을 바라보고있었다.

정옥의 얼굴은 확 밝아졌다.

《오빠였군요. 여기 와앉아요. 어서요.》

정옥은 얼른 배합먹이창고앞에 있는 접이의자를 가져다가 그앞에 놓아주었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면서도 누이동생과 매부가 일하는 시험호동에는 거의 찾아오지 않는 서정관이여서 정옥은 여느때없이 반갑게 맞이했다.

서정관은 놀이장앞에 서있는 정의성과 눈인사를 나누고는 곧 누이동생쪽을 돌아보았다.

《새로 온 기사장에게 관심이 대단하구나. 녀자들이란…》

접이의자를 당겨앉으며 서정관은 가볍게 혀를 찼다.

정옥은 어리광스러운 몸짓을 하며 오빠를 곱게 흘겨보았다.

《나야 새로 온 기사장이 일철이 아버지를 잘 도와주었으면 해서 그러는거지요 뭐. 첨가제연구를 말이예요.》

그는 변명삼아 말하고는 쑥스러운듯 방긋이 웃었다.

지금껏 말없이 서있던 정의성이 칸막이를 한 다른 시험오리들쪽으로 다가가면서 핀잔투로 한마디 내던졌다.

《그러니 도와주지 않으면 그만두겠다는거요?》

그의 말은 퉁명스럽기 그지없었다.

서정관이 제꺽 그의 말을 긍정했다.

《하기야 누가 기사장이 되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 모두 제앞의 일이나 잘하면 되는거지. 저 일철이 아범이…》

서정관은 턱짓으로 정의성을 가리켰다.

《…새로 온 기사장과 오래전부터 잘 아는 사이라지만 저 사람의 일을 기사장이 대신해주는건 아니니까.》

서정관의 그 말에 정옥의 눈은 커졌다.

새로 온 기사장에 대해 시답지 않게 말하는 남편과 오빠를 보며 의아한 생각에 잠겼던 그의 얼굴은 확 밝아졌다.

《예? 새로 온 기사장과 저이가 잘 아는 사이라구요?》

그는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였다. 서정관은 대답하지 않았다. 웃거나 말할 때마다 보이군 하던 송곳이도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출입문쪽으로 돌아서다말고 누구에게라없이 말했다.

《퇴근길에 집에 들려라. 네 형님이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더구나.》

그 말에 정옥은 곧 랑패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유! 내 정신 좀 봐! 오늘이 오빠생일인걸 깜박 잊었네.》

오빠의 생일때마다 선손을 떼우군 하는 자기자신이 민망스러워 그는 짐짓 울상을 지었다.

《벌써 가겠소?》

정의성은 처남이 출입문쪽으로 나가는것을 보고 눈길을 들었다. 서정관은 여전히 아무 응대도 없이 호동에서 나갔다.

정옥은 문밖에까지 나가 오빠를 바래우고 인츰 호동으로 들어왔다.

정옥은 남편쪽을 쳐다보며 혼자 웃었다.

(새로 온 기사장은 저이를 힘껏 도와줄거야. 아무렴 오래전부터 잘 아는 사이였다는데 어련할가?…)

복스럽게 생긴 얼굴처럼 마음씨도 비단결인 정옥에게는 높은 직위와 명예를 지닌 새 기사장이 한없이 돋보이였다. 비록 만나지는 못했어도 어쩐지 친언니처럼 정답고 친근하게 느껴지기까지 하였다.

그날 저녁 시험호동을 함께 관리하는 리봄순에게 호동을 인계한 정옥은 서둘러 직장구내를 나섰다.

기술준비소에 들려보니 남편도 마침 퇴근준비를 하고있었다.

탁아소에서 아들애를 안고나온 정옥은 남편과 함께 오빠의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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