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5 회)
제 2 편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이다
제 3 장
8
(3)
만세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류경수는 저으기 흥분했다.
저 앞에 101호땅크가 보였다.
(문화부사단장동무, 우린 이겼소. 또 승리했단 말이요.
이번 승리는 정말로 동무몫이요. 동무가 아니였다면…)
어느덧 류경수의 땅크가 101호땅크앞에서 멈춰섰다.
류경수는 땅크문우에 웃몸을 내밀고 서서 101호쪽을 살피다가 땅크가 멎기 바쁘게 훌쩍 뛰여내렸다.
순간 그는 가슴이 섬찍하는것을 어찌할수 없었다.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안동수문화부사단장이 땅크병들의 품에 안겨있었던것이다.
류경수는 급히 그에게로 다가갔다.
《어떻게 된 일이요?》
《사단장동지, 문화부사단장동지가… 글쎄 부사단장동지가 가슴에 치명상을…》
《뭐?》
누군가 울먹거리며 말했다.
양키놈들은 퇴로를 막고있는 안동수문화부사단장네를 향해 있는 총포탄을 다 쏟아부으며 미친듯이 달려들었다고 한다.
안동수는 《양키들에게 죽음을 주라! 한놈도 살려보내지 말라!》고 웨치며 경기관총을 휘둘러댔다. 놈들의 총포탄이 요진통에 자리를 잡고있는 안동수에게 집중되자 땅크병들이 그를 막아나섰다.
《부사단장동지! 위험합니다.》
그러나 안동수는 오히려 땅크병들을 한몸으로 막아서며 원쑤들에게 불벼락을 안기다가 그만 가슴에 흉탄을 맞았다.
땅크병들은 울면서 《부사단장동지는… 우리때문에… 우리를 보호하느라구 오히려…》하다가 더 말을 못잇고 눈물을 씻었다.
류경수는 와락 안동수를 붙안았다.
《문화부사단장동무, 부사단장동무.》
안동수는 눈을 감은채 대답을 못했다.
《부사단장동무, 동수, 정신차리라구…》
류경수는 목메여부르며 그를 흔들어깨웠다.
안동수는 이윽해서야 간신히 눈을 떴다.
《사단장…동무… 전…투…는…》
《승리했소. 미제양키들을 한놈도 남김없이 몽땅 소멸했소. 우리가 이겼단 말이요. 저 만세소리를 들어보오, 만세소리를…》
잠시 귀를 강구던 안동수의 눈에 한가닥 미소가 피여올랐다.
《우리… 전사들이… 정말… 장합…니…다.》
안동수는 또 눈을 감았다. 숨소리가 가빠졌다.
《난… 난…
《무슨 소리를 하오. 동무는 잘 싸웠소. 훌륭해. 동무때문에 우리가 이겼단 말이요. 자꾸 눈을 감지 마오. 죽어선 안되오. 응?
안동수는 흠칫하더니 다시 눈을 떴다. 두눈이 생기를 띠기 시작했다.
일어나려고 몸을 움씰거리기까지 했다.
《그래… 난 죽어선 안돼…
이때 사람들뒤에서 차마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있던 참모장이 《부사단장동무!》 하며 달려나와 모지름을 쓰고있는 그의 어깨를 잡아흔들었다. 황소울음같은 소리로 부르짖었다. 《부사단장동무, 이래선 안되오. 부사단장동무!》
리영복의 거밋거밋한 얼굴에서 눈물이 좔좔 흘러내렸다.
안동수는 고개를 돌렸다. 한동안 참모장을 쳐다보다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참모장동무, 우리에겐… 힘이… 있소. 우리… 힘은…
리영복은 몸을 떨었다.
《알겠소. 내 오늘에야… 정말 더 뼈저리게 느꼈소. 우리 힘이 얼마나 큰가를…》
안동수가 그를 쳐다보다가 슬며시 눈길을 돌렸다. 먼 북쪽하늘가를 이윽토록 바라보았다. 그러는 그의 눈귀로 맑은 눈물이 슴새여나와 주르륵 흘러내렸다.
《
《무슨 소릴 하는거요. 동문 가선 안돼.
류경수가 안동수의 얼굴을 두손으로 받들어쥐였다. 억이 막혀 안타까이 웨쳤다.
《부사단장, 절대 맥을 놓으면 안돼. 동무가 얼마나 할 일이 많다구… 당장 쏘련에서두 어머니와 아이들이 나올게 아닌가… 제수도 나오구… 응, 기다려야지?》
안동수는 눈이 감겨지는지 가느스름히 쪼프리다가 또다시 애써 크게 떴다.
《사단장동지… 내 안해와 자식들이… 이 아버지의 뒤를… 꼭…잇도록 부탁…》
《무슨 소릴 하는거요. 안돼, 난 그 말을 안듣겠소. 아, 마침 저기 위생차가 왔소. 평양에 갔던 라준의가 왔단 말이요. 저길 보오. 아니, 저게 누구요? 금덕이요. 금덕이까지 왔소. 동수! 금덕이가 인민군대가 되여 왔단 말이요.》
아닌게아니라 금방 도착한 위생차에서 뛰여내린 라정순이와 안금덕이가 황황히 뛰여오고있었다. 옆에서 지휘관들과 땅크병들이 알려주는 《부사단장동지!》, 《치명상》이란 말들을 들으며 달려온 라정순은 류경수의 품에 안겨있는 안동수를 보자 우뚝 멈춰섰다. 눈이 커질대로 커졌다. 버릇처럼 +표식이 붙은 위생가방을 앞으로 가져오다가 심상치 않은 기미를 느꼈는지 획 다시 뒤로 넘기고 황급히 안동수의 군복가슴을 헤쳤다. 가슴에 귀를 가져다대였다.
안금덕은 너무도 놀라 눈이 커질대로 커져 멍하니 라정순과 오빠의 얼굴을 번갈아보기만 할뿐이였다.
《부사단장동지! 부사단장동지!》 하며 안타까이 안동수의 몸을 잡아흔들던 라정순의 두눈에 눈물이 핑 괴여오르더니 주르륵 량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부사단장동지, 왜 이러십니까. 부사단장동지! 아-》
라정순이 눈을 감았다. 곁에서 겁에 질린 눈으로 그 모양을 쳐다보던 금덕이가 그제야 정신이 든듯 와락 라정순을 밀어제끼고 자기가 오빠의 가슴에 귀를 가져다대였다.
그의 눈이 점점 커지더니 마침내 뚝 멎었다. 그 둥그래진 눈으로 라정순을 쳐다보며 떨리는 소리로 물었다.
《오빠가 왜 이래요. 준의동지… 왜 이래요. 일없지요? 잠시… 부상이 커서… 이러지요?》
라정순은 차마 그 눈을 마주볼수가 없는지 눈길을 돌렸다. 그러는 그의 량볼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안금덕이가 완강히 고개를 가로 흔들었다.
《아니야, 이게 안야. 절대로… 이게 아니야…》
안금덕의 눈이 여기저기 헤번쩍이였다. 류경수에게 머물자 와락 그의 손을 잡았다.
《사단장동지, 우리 오빠가 왜 이래요. 일없지요, 예?》
류경수는 자기 품에 안동수를 꽉 그러안았다. 두눈에서 뜨겁고도 진한것이 줄줄 흘러내렸다.
《동수동무! 동무가 가면 난 어떻게 하란 말이요. 우리
그러나 안금덕은 계속 도리머리만 했다.
《준의동지! 우리 오빠를 살려주세요. 형님이랑 엄마랑… 이제 온다고 했는데… 전보가 왔는데… 오빠가 이러면… 난 어떻게 해요, 예? 우리 오빠를 살려주세요.》
라정순은 와락 안금덕을 그러안았다.
《금덕아!》
《아니, 아니예요. 이러면 안돼요.》
안금덕은 모든것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안타까이 오빠의 가슴을 어루쓸었다.
《오빠야, 오빠야, 엄마랑 형님이랑 이제 오겠다고 했는데… 우리가… 이제야 모여살게 되였는데… 오빠야… 이렇게 가면 난 어떻게 해. 오빠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는 1950년 7월 31일 안동수에게 공화국영웅칭호를 수여할데 대한 정령을 발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