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4 회)

제 2 편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이다

제 3 장

8

(2)

 

주위엔 적들의 시체가 너저분해졌다. 그래도 놈들은 기를 쓰고 덤벼들었다. 여기를 통과해야 도망칠 길이 열린다는것을 알기에 그야말로 필사적이였다. 마구 총포를 쏘아대며 덤벼들었다.

《안된다. 이놈들아. 네놈들은 여기서 한놈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안동수는 땅크에 의지하여 달려드는 놈들에게 연신 불벼락을 퍼부었다.

승조원들도 그의 옆에 엎드려 적들에게 몰사격을 퍼부었다.

안동수는 앞에서 달려드는 놈들에게 련속 명중탄을 안기면서 접전이 벌어지고있는 전장을 휘둘러보았다. 벌써 큰길과 좌우에는 파괴된 적들의 자동차와 포의 잔해가 너저분히 널려 불을 토하며 타번지고있었다. 적들의 시체도 한벌 깔렸다.

《그래도 뭐 <상승사단>의 특공대라고? 어림도 없다.》

전투승리는 불보듯 명백했다. 놈들은 마지막발악을 하고있었다. 안동수의 가슴엔 병사들에 대한 무한한 긍지와 자랑이 용솟음쳤다. 드디여 1대대땅크들 넉대가 양키들을 깔아뭉개며 안동수네가 싸우는 곳으로 돌파해들어왔다.

《장하오, 우리 땅크병들! 우린 승리했소.》

 

×

 

황대걸은 자기가 그처럼 믿었던 스미스특공대가 전투가 시작된지 불과 얼마 안되여 그렇게 깨끗이 전멸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황대걸은 총탄과 파편에 상한 머리와 왼쪽허벅다리를 붕대로 둘둘 감고 길옆 개울을 따라 벌렁벌렁 기여가고있었다. 눈앞에는 방금전까지만도 히죽히죽 웃으며 껌을 깨물던 메이어의 모습이 떠올랐다.

눈이 벌개져서 《쐇! 쐇!》하고 고함치다가 인민군땅크가 막 덤벼드는 통에 다리야 날 살려라 줄행랑을 놓던 그는 그만 땅크에 깔려죽었다. 그처럼 호언장담하던 그가…

문득 주문진앞바다에서 가라앉지 않는 떠다니는 섬이라던 《볼티모》중순양함이 단 네척의 인민군해군어뢰정에 물귀신이 된것도, 《하늘의 요새》 《B-29》가 인민군비행기와 맞서싸우다 땅바닥에 구겨박힌것도 죄다 사실일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과연 내가 그토록 믿던 미국이란 말인가.

조그마한 조선의 따벌한테 그 꺽두룩한 미군병정이 꼼짝 못하고 해괴망측한 춤을 추던 모습이 자꾸만 눈앞에서 얼른거렸다. 아래도리가 허옇게 벗어졌던 그 몰골…

그래 그것이 바로 미국의 전모였던지도 모른다.

(아, 미국도 결코 강한 나라는 아니였구나.)

갑자기 어떤 놈이 뒤덜미를 잡아일으켜세운다.

이젠 끝장이구나 하고 전률을 하며 눈을 떠보니 뜻밖에도 스미스중좌였다. 상통엔 온통 피칠갑을 하고 눈은 흰자위만 희번뜩거리는것을 보니 아예 미쳐버린것같다.

《당신 왜 우리를 이런 함정으로 끌고왔습니까.

당신 왜 우리를 이 지옥으로 유인했습니까.

당신은 유다, 사탄, 공산군스파이입니다.》

황대걸은 창황중에도 어이가 없었다. 제가 전투를 잘 지휘하지 못해 패하고도 날 스파이라니…

황대걸은 황황히 두손을 앞에 내저었다.

《아닙니다. 여긴 함정이 아닙니다. 이건 당신이 전술상… 전투지휘를 잘못…》

《노-노- 난 아직까지 져본적이 없습니다. 난 전투지휘를 잘못한적이 없습니다. 당신이 우릴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당신 지옥에나 가시오.》

두개 대대를 몽땅 잃은 스미스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였다.

스미스가 총구를 이마에 틀어박자 황대걸은 눈을 감았다.

방금전 자기네 미군의 패전모습을 찍는다고 기자까지 쏘아죽인 스미스였다.

저 도로쪽에서 《만세!》의 함성이 들려왔다. 그 함성은 주변들판과 산들과 협곡들에서도 들려왔다.

만세소리는 점점 더 높아지는듯했다.

(아, 북조선군은 어떻게 그렇게 강한 군대로 되였는가.)

불쑥 전국종합체육대회때 안동수네가 주석단을, 김일성장군을 우러러 열광적으로 박수를 치며 만세를 부르던 모습이 떠올랐다.

이 전투장에 울리는 만세소리가 그때의 그 만세의 메아리인듯 생각되였다.

만세소리는 더욱 커졌다. 그 만세소리때문인지 황대걸은 자기 이마에 대고 쏘는 그 총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는 죽으면서도 꼭 보름후인 7월 20일 대전에서 띤과 함께 마이클도 인민군대의 포로가 되고 애비 황병태와 송려애도 끈떨어진 뒤웅박신세가 되리라는것만은 모르고있었다.

 

×

 

안동수의 땅크가 파괴되였다는것을 안 류경수는 전속으로 땅크를 몰게 하였다. 100호땅크는 방어종심을 뚫고나간 101호를 향해 질풍같이 달렸다.

《빨리, 좀더 빨리!》

마음이 급했다. 빨리 그들을 도와야 했다. 자기들의 퇴로를 막고있는 안동수네에게 놈들은 피를 물고 달려들것이다.

류경수는 선두땅크로 나가는 안동수를 제지시키지 못한것이 후회되였다.

언제나 위험할 때마다 돌격전의 맨 앞장에 서서 전사들을 이끄는 그의 이신작칙은 그대로 가장 위력한 정치사업이였다. 그래서 더더욱 그를 따르는 병사들이였고 그래서 매번 안타까와하면서도 그의 앞길을 막지 못하는 류경수였다. 이번 전투도 그가 아니였다면…

마침내 1대대 땅크들이 안동수네 101호가 있는 계선까지 진입해들어가 퇴로를 완전 차단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대대들에서 전투보고들이 연방 들어왔다.

3대대, 2대대, 자동포대대… 땅크병들은 줄미리골안을 돌파한 제4사 18련대 보병들과 긴밀한 협동동작으로 118고지일대에서 발악하는 미제침략군놈들의 숨통을 조이기 시작했다.

류경수의 얼굴에 승리의 희열이 솟구쳤다.

여기저기에서 《만세!》의 함성이 터져올랐다.

(우리가 또 이겼구나. 스미스특공대를 몽땅 소멸했구나.)

저렇게 안동수문화부사단장이 직접 길목을 막고있으니 한놈도 살아돌아가지 못했을것이다.

콩볶듯하던 총소리도 점차 뜸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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