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5 회)
종 장
(1)
그때로부터 십년세월이 흘러 10월이였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논벌과 과수원들이 덮여있는 둥그스룸한 야산들, 언덕들사이의 골짜기들에 박혀있는
마을들을 둘러보시며
《여기 어디에 선도리라고 하는 마을이 있겠는데 운전사동무, 모르겠소?》
오래전 봄날에 들리시였던 선도리라는 마을이름을 기억하고계시는
《이 산모퉁이만 돌아가면 됩니다.》
운전사가
승용차가 야산을 지나 골짜기를 지나는데 과연 그곳 지세가 이전에 보신 낯익은 고장임에 틀림없었다.
《저 마을입니다.》
《잠간 들렸다 가자구.》
승용차들은 큰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들어 풍요한 논벌을 지나 마을앞에 멈추어섰다.
(여기가 이전에 들렸던 고장이 옳긴 옳은가?)
차에서 내리신
언젠가 농업상으로 임명되여 쏘련에 갔다온 한룡택이 그 나라의 농촌마을들에 대해 감탄해마지 않았는데 여기 이 농장의 풍경을 보면 뭐라고 하겠는가.
놀이터에서는 유치원아이들이 미끄럼대와 그네를 타며 명랑한 웃음을 터뜨리고있었다. 길을 지나던 붉은넥타이를 매고 학생복을 단정하게
입은 소학교 남학생들이 멈추어서며
《학교갔다 오느냐?》
《그렇습니다. 아버지
《몇살들이지?》
《아홉살입니다.》
《너희들 어느집에서 사니?》
《성남이는 저기 3층아빠트 1층에서 살고 기호는 2층아빠트 2층에서 삽니다. 저는 저기 보이는 저 단층문화주택에서 삽니다.》
그중 똑똑해보이는 학생의 대답이였다.
(아빠트에서 산단 말이지!)
《집에 불은 잘 드니?》
《잘 듭니다. 구들이 덥습니다.》
곤색작업복을 산뜻하게 입은 처녀가 붉은 머리수건을 벗어들고 달려왔다.
《안녕하십니까,
《아, 처녀관리
그의 손을 잡아주시는데 그 손바닥이 땅땅하고 굳은 힘살이 느껴졌다.
《언제부터 관리
《지난해부터 합니다.》
《이 고장 태생이요?》
《저는 선도리태생입니다. 저의 어머니는 14년전
《생각나오, 생각나! 그러니까 그때 방안에서 공부하고있던 녀학생이였구만. 그때 교복도 입지 못하고있었지.》
《예,
너무도 감격에 겨워 처녀는 눈물을 머금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구만. 그때의 그 처녀애가 오늘은 관리
처녀는 산탁의 아담한 문화주택을 가리켜드리였다. 하얀 벽, 빨간 기와, 반짝이는 창문, 뒤뜨락에서 자라는 돌배나무, 앞뜨락의 살구나무…
《
《어머니는 아직 계시오?》
《예, 집에서 집짐승들을 칩니다.》
《아버지는 전쟁시기에 잘못됐다고 했던가?》
《예…》
《아버지없이 어머니가 고생스럽게 키운 딸이 이렇듯 관리
《아닙니다.
처녀는 머리수건으로 눈물을 씻었다.
《동무같은 피살자가족들이 고향을 지켜 일하고있으니 우리 농촌의 계급진지, 핵심진지가 굳건한거요. 지난해에 벼농사를 괜찮게 했겠지?》
처녀관리
《대단하오! 대단해! 선도리처럼 못살던 농장이 이렇듯 부유한 농장으로 되였으니 우리 인민들이 흰쌀밥에 고기를 먹고 비단옷입고 기와집에서 살 날이 멀지 않았소!》
《
처녀관리
《일을 많이 했소. 뜨락또르는 몇대나 가지고 있소? 작업반마다 다 가지고있소?》
이전에 오시였을 때 뜨락또르가 겨우 한대 작업하고있던 생각이 나시여 물으시였다.
관리
《뜨락또르와 자동차가 농촌에 더 들어가야 해. 매 분조에 한대씩은 더 들어가서 작업해야 해. 그래서 종합적기계화를 실현해야지.》
《벼탈곡을 하고있습니다.》
《탈곡장에 가봅시다.》
탈곡장에 이르시니 탈곡기가 돌아가는 소리는 요란했다. 녀인들이 머리수건을 눈두덩이까지 푹 내려쓰고 탈곡기에 벼단을 풀어 섬기고 탈곡기에서 쏟아져나오는 황금같은 낟알을 곽삽으로 푹푹 퍼서 넘기고있었다. 한편 뜨락또르가 벼단들을 논벌에서 날라와서 부리우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