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2 회)

제 2 편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이다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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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황대걸은 그제야 그 미군병사가 변을 보려다가 그만 따벌둥지를 다쳤다는것을 알아차렸다.

미군병사들도 그때에야 사연을 알았는지 고개를 뒤로 젖히고 흐아흐아 웃어댔다. 그 덩지 큰자가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따벌들에게 혼뜨검 당하는것이 그렇게도 재미있는 모양이였다. 부지런히 삽질을 하던 그 일본사병도 벌레먹은 누런 이를 드러내며 히히히 웃는다. 공산군과 맞서싸우겠다고 진지굴설을 하던 미군과 일본군모두가 큰 구경거리나 만난듯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어댄다. 이러다가는 진지굴설장전체가 웃음판이 되여 전투준비에 큰 영향을 미칠수 있었다.

유피통신사 기자까지 그자에게 사진기를 돌려대자 얼굴이 새파래서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던 스미스가 《노우-》하며 사진기를 막아나섰다. 권총을 뽑아들더니 그 해괴망측한 춤으로 《존엄높고 신성한》 미군의 위신을 진탕판에 구겨박고 싸움준비를 방해하고있는 그자를 향해 서슴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땅.》하는 메마른 총성과 함께 그자는 흠칫 멈춰섰다가 《아-》하는 짐승같은 괴이한 소리를 지르며 따벌에게 항복을 하듯 두손을 쳐든채 바지가 훌렁 밀려내리는것도 모르고 나가너부러졌다.

허리를 그러안고 눈물까지 찔금거리며 웃어대던 놈들이 모두들 흠칫흠칫 굳어졌다.

스미스가 허공중을 향해 또다시 한방 갈기고는 서리차게 소리쳤다.

《공산군이 코앞에 다가왔다. 빨리 진지들을 굴설하라. 그대들 운명은 모두 이 스미스가 책임질것이다.》

황대걸은 찬물벼락을 들쓴듯 금시 온몸이 싸늘해지는것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놀라운 눈길로 스미스를 쳐다보았다.

자기가 거느리고있는 사병을 향해 서슴없이 총을 갈기는 저 장교.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숨이 가빠졌다. 그렇다. 미군은 《신성한》 존재이다.

이 세상 그 무엇도 미군의 권위를 허물지 못한다.

문득 미군사고문들속에서 쉬쉬- 하며 돌아가는 말을 얼핏 들은 생각이 났다.

《주문진》, 《볼티모》, 《중순양함》, 《어뢰정》, 《4척밖에 안되는 공산군》, 《B-29》, 《비행기 한대 …》

그들자체도 이 황대걸이 들을가봐 수군수군하면서 믿어지지 않는듯 고개를 기웃거렸었다.

그들의 말을 종합하고 추리해보면 주문진앞바다에서 미군 《볼티모》중순양함이 공산군어뢰정 4척한테 격파되였고 경순양함은 격상되였으며 《하늘의 요새》라고 자랑하는 《B-29》전략폭격기가 공산군 비행기 한대와 맞서싸우다 추락되였다는 소리인데 도무지 믿을수가 없었었다.

그것은 황대걸이가 온 운명을 걸고 믿어온 우상이 허상이였다는것을 립증하는것과 같은 허무하기 그지없는것이였다.

어떻게 그렇게 강대한 미군이 정규군으로 발전된지 2년밖에 안되는 청소한 인민군대한테…

황대걸은 절대로 그럴수 없다고 자기 주장을 믿었었다.

바로 그 믿음을 저 스미스의 총소리가 더욱 굳게 해준것이다.

사병들이 흘깃흘깃 스미스를 훔쳐보며 삽질을 계속했다.

황대걸이도 후- 하고 모두숨을 내쉬며 저 멀리 수원쪽을 쳐다보았다. 포성이 가까와오고있었다. 아스라하게 보이는 저 앞산굽이를 에돌아 땅크 한대가 얼핏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땅크의 동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황대걸은 자기의 가슴도 드릉드릉 점점 크게 울리는것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땅크 한대가 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산굽이를 에돌아 왼쪽으로 삐죽 나온 돌출부에 땅크들이 나타나자면 얼마간 시간이 걸릴것이다.

황대걸은 어쩐지 그 땅크들이 죽음을 향하여 질주해오는듯이 생각되였다. 불쑥 안동수의 얼굴이 떠오른다.

은파산전투때 보병총을 꼬나들고 돌격해내려오던 그 군관이 지금에 와서는 꼭 그 안동수처럼 보이였다.

자기가 죽을줄도 모르고 달려오는 저 맨 앞땅크에 어쩌면 그 안동수가 탔을지도 모른다. 마침내 저 앞돌출부에 그 첫 땅크가 나타났다. 속도가 보통이 아니다.

좋다. 속도를 높일수록 죽음에로의 길이 더 빨라지는것이다.

불쌍하기 그지없는것들…

저들이 그래 이 미국을 모른단말인가.

100여차의 전쟁에서 단 한번도 패한적이 없는 미국, 제2차 세계대전의 전승국이며 원자탄을 비롯하여 비행기와 함선과 땅크와 포들도 가장 현대적인것들로 무장한 미국,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등 온 세계를 무른 메주밟듯 하며 현대전의 경험을 쌓을대로 쌓은 최강의 군대를 저들이 어쩐단 말인가.

일본의 가혹한 식민지통치로부터 나라가 해방된지 겨우 다섯해밖에 안되고 저 땅크부대가 생긴지도 두해밖에 안되며 전사들도 현대전경험이 전혀 없는 생둥이들인데… 저 땅크부대가 려단으로 된지는 여덟달, 저 안동수가 문화부려단장으로 임명된것도 도제 여덟달되나마나하다.

문득 전국종합체육대회때 일이 눈앞에 떠오른다.

김일성장군 만세!》를 목청껏 웨치며 주석단을 향해 열광적으로 박수를 치던 그의 열정적인 모습… 옆의 사람들도 모두 같았다.

자기들의 최고수뇌인 김일성장군을 우러러 만세를 부르고 환호를 올리는 그 얼굴들엔 한점의 티도 가식도 보이지 않았었다.

보이는것은 그들의 량볼을 타고 좔좔 흘러내리던 감격의 눈물뿐이였다.

그처럼 순진하고 순결하고 열정적인 그들이 지금 죽을둥살둥 모르고 돌진해오고있는것이다.

마침내 땅크들이 연방 나타나기 시작했다. 포사격이 시작되였다.

《쐇! 쐇!》하는 구령소리와 함께 온갖 포와 중무기, 엠완총, 카빈총들까지 일시에 불을 뿜어댔다. 여기저기 돌아보며 기자는 연방 사진을 찍었다. 반땅크로케트포를 쏘는 그 메이어네도 찍고 저앞에서 달려오는 땅크도 찍었다.

땅크앞뒤에서 흙기둥들이 일어서고 불꽃들이 펑끗거린다. 검붉은 연기와 뽀얀 흙먼지가 도로주변에 가득찼다. 쾅쾅 포소리들이 울린다. 사진기는 연방 번쩍거린다.

황대걸은 가슴이 터져나갈듯 벅차졌다.

《그렇다. 이 전투는 력사에 남을것이다. 력사는 이 황대걸의 공적도 잊지 말아야 할것이다. 이건 단순한 공명이나 꿈이 아니다. 이제 우리가 이 전쟁에서 이기면 저 안주 100리벌은 물론이고… 아버지는 도지사로 군림할것이고… 이 황대걸은… 저 만주나 씨비리까지 평정한 다음에는…웨스트포인트-륙군대학류학은 먼 래일의 일이 아니다. 제국대학졸업에 륙군대학까지 나오면… 저 우둔한 채병덕이처럼 그 누구의 제물로 되지는 않을것이다.

미국이 이 전쟁에서 승리한 다음에는 이 황대걸을 잊지 않을것이다. 누가 이 승리에 기여했는가를…

누가 앞으로도 미국을 위해 승리를 계속할수 있는가를…

문득 송려애에게서 전화를 받던 날 마이클이 하던 말이 떠올랐다.

《당신이 서울에서 후퇴하면서 부인을 떨구고갔기에 부득불 내가 피신시켰소. 아무리 전쟁이라도 제 사람이야 돌봐야지.…》

황대걸은 속으로 쓴 웃음을 지었다.

황대걸이 한강다리를 넘어서기 바쁘게 다리가 폭파되였었다.

그럼 그 계집은 언제 어디로 빠져나왔단 말인가.

어쨌든 그가 어디에 있건 아깝지 않았다.

대의를 위해서라면야 그까짓 계집 하나가 뭐란 말인가.

오히려 이 황대걸의 승진에 디딤돌만 된다면야…

《쐇! 쐇!》 포들은 승벽내기로 불을 토했다.

황대걸은 두주먹을 부르쥐며 부드득 이발을 갈았다.

인민군땅크들은 여전히 기세충천해서 죽음의 함정으로 돌진해오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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