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1 회)
제 2 편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이다
제 3 장
7
(1)
경기도 화성군 남동부, 평택군과 룡인군과의 사이에 위치한 오산은 북으로는 수원-서울방향, 남으로는 평택-대전을 잇는 자동차길과 철길이 있어 군사적으로 매우 중시되고있는 요충지의 하나이다.
미24사단 선견대를 오산으로 안내해온 황대걸은 스미스중좌와 함께 한창 방어시설들을 굴설하고있는 도로와 주변산들과 협곡들을 돌아보고있었다. 대전에서부터 동행한 유피통신사 기자가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대고 부지런히 사진을 찍으면서 뒤따라왔다.
대전에서 황대걸을 떠나보내며 마이클은 이렇게 말했었다.
《당신은 이 유피통신사 기자와 함께 행동하시오. 이 스미스선견대는 오산에서 공산군과 첫 격전을 벌리게 되오.
미 지상군의 첫 전투, 바로 이 첫 전투의 승리에 대한 기사는 대단히 중요한 의의가 있소.
이 기사는 세계적인 대센세이숀을 불러일으킬것이요. 이 기사는 여기 한국전선에 무력을 파하기로 내정된 <유엔>국지도부들에는 강한 메쎄지로, 충격제, 촉진제로 될것이요.
무력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파하는가 하는것이 바로 그 기사에 달려있다고도 할수 있소.
당신의 임무가 아주 중요하다는걸 명심하시오.》
황대걸은 또다시 사진을 찍는 기자를 흘끔 돌아보았다. 카메라는 그의 열댓발자국앞 산기슭에서 야포진지를 굴설하고있는 미군병사들을 겨누고있었다. 자기들을 찍는다는걸 알았는지 미군병사들이 공병삽이며 곡괭이를 머리우에 흔들며 《어어-!》하고 환성을 올렸다. 그옆에서 얼굴이 말상같은 소위가 두손을 호주머니에 찌른채 껌을 질근질근 씹으며 건들거리다가 사진기를 돌아보고는 누런 이가 드러나도록 활짝 웃는다. 야외훈련 나왔다가 기념사진이라도 찍는듯한 기분들이다. 오직 한사람, 키가 작고 몸이 앙바틈한 사병만이 땀을 뻘뻘 흘리며 부지런히 삽질을 하고있다. 그를 치하하려는듯 다가가던 스미스가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그자는 뜻밖에도 일본인이였다.
황대걸은 입가에 랭소를 지었다. 부산에서부터 그들을 안내해오면서 운전칸마다에 미군군복을 입은 일본인들이 타고있는것을 보고 기자가 놀라와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자동차만도 100여대가 잘되니 일본인이 100명은 훨씬 넘을것이였다.
스미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기자에게 설명했다.
《구황군장교출신 지원병들이요. 조선의 지형에 밝다면서 길안내를 자원해나섰소.》
하지만 지금 와서보니 저 일본군지원병들은 단순한 길안내뿐 아니라 당당한 전투원으로 이 전쟁에 참가하고있는것이다.
《소위, 왜 진지굴설을 늦잡는가?》
스미스가 일본군병사에 대한 치하대신 소위를 질책했다. 소위가 호주머니에서 두손을 뽑고 어깨를 으쓱하며 손바닥을 쩍 펴보였다.
《우린 저 요시다 하나면 충분합니다. 신통히도 일본수상과 이름이 같은데 결국 온 일본이 동원되여 저렇게 땅을 파는셈입니다.》
스미스가 날카롭게 그의 말을 중도에서 잘랐다.
《메이어! 롱질을 할 때가 아니야. 우린 전쟁을 하러 왔단 말이다.》
《중좌님, 명심하겠습니다. 하지만 념려마십시오.
공산군은 우리 미군 <상승사단> 선견대가 여기에 와 진을 쳤다는것만 알아도 꽁무니가 빳빳해서 도망을 칠것입니다. 그러면 저 일본국민은 괜한 고생을 하는셈이지요.》
그의 야유에 다시 삽질을 하는듯마는듯 하던 미군병사들이 일본군지원병을 손가락질하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일본군지원병은 입술을 옥물고 계속 삽질을 해댄다.
그에게는 공산군과의 싸움이 그렇게 식은죽먹기가 아니라는것을 이 미국인들에게 깨우쳐주어야겠다는 의무감이라도 있는듯싶었다.
황대걸은 어쩐지 등을 의지할 언덕이라도 생긴듯 마음이 든든해지는것을 느꼈다.
공산군과의 싸움을 그렇게
아시아의 맹주로 명성을 떨쳤던 저 일본군과 이 세상에서 제일 강대한 군대로 세계가 인정하는 미군이 힘을 합친 이 전쟁.
어느 누가 감히 이 강대한 힘과 맞설수 있단말인가.
이때 저우에서 갑자기 《아아아-》하는 괴상한 비명소리가 났다. 황대걸이도 스미스도 유피통신사 기자도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저 앞산릉선에서 전호작업을 하는듯 삽질을 하고있는 한무리의 미군들이 먼저 눈에 띄였다. 괴상한 소리는 그들이 있는 릉선아래쪽 골짜기에서 나고있었다. 키가 전보대같이 큰 미군사병 한놈이 한손은 바지를 움켜쥐고 한손은 머리우로 휘저으면서 마구 들뛰며 짐승같이 울부짖는다. 전호작업을 하던자들이 모두 허리를 펴고 의아해서 그자를 내려다본다. 그 키가 큰자는 제정신이 아니였다.
미처 바지혁띠를 묶을 경황도 없는듯 두손으로 괴춤을 더듬다가는 《아아아.》하며 두손을 머리우로 내휘젓고 그러다 바지가 쭉 미끄러져 내려가 그 곱지 못한것이 드러나면 또다시 괴춤을 움켜쥐고 껑충껑충 뛰면서 도로쪽으로 황황히 달려내려오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