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0 회)

제 2 편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이다

제 3 장

6

(4)

 

아버님이 왜 그랬대요?》

《귀한 외딸인데 골라골라 그런 고생살이집에 보내겠는가 하면서… 아예 딱 잘랐대요.》

《그래서요. 오빠는 어쨌대요. 오빠도 그걸 알았댔겠지요?》

《그럼요. 그런데도 우리 오빤… 글쎄 형님네 맏오빠 결혼식때 둘러리로 가서 잔치상에 척 앉았대요. 형님네 맏오빠하고 친했댔대요. 그러니 서로 짜고든 셈이지요.

그러자 우리 오빠와 형님사이를 잘 아는 옆집로인이 아버님에게 <그 집 사위감이 아주 의젓하게 잘생겼수다.> 하고 칭찬했다나요. 그 말에 아버님은 코웃음을 쳤대요. <흥, 사위는 무슨…> 하면서 말이예요. <자, 우린 술이나 듭시다.> 하구…

옆집로인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듯 <아니, 어제저녁에두 둘이 산보를 하던데요?> 하였대요.

그러자 기가 막혀 그 로인을 멍하니 쳐다보던 아버님은 술김에 참지 못하구 마당으로 뛰쳐나왔대요. 빨래줄을 버티는 장대기를 뽑아들고 <이년이 어디엘 갔어, 응? 이 애비가 그만큼 말했는데두 뭐 아직도 그 사람과 련애를 하며 돌아가. 내 이년 정갱이를 분질러놓을테다.> 하면서 어머님께 당장 가서 딸을 데려오라고 호통쳤대요.

형님네 어머니가 <령감 실성하지 않았수? 다 큰 딸에게 이게 무슨 추태요?> 하면서 막아섰지만… 아버님을 당해낼수가 없었대요. 그래서 몰래 삼촌네 집으로 형님을 빼돌렸다나요, 호호호. 형님은 며칠동안 삼촌네 집에서 자면서 꼴호즈사무실로 나가군 했는데…

집에서는 아버님과 어머님이 매일처럼 다투었대요.

아버님은 <그 집에 들어가야 고생바가지야. 우리 애를 무슨 고생을 못시켜서 그래.> 하면서 펄펄 뛰였고 어머님은 <그래, 고생을 좀 하면 어떻단 말이우. 둘이 마음만 맞으면 그만이지. 마음이 우러나서 하는건 고생이 아니라고 합디다. 솔직히 말해서 그 사람이야 얼마나 잘났수, 얼마나 똑똑하구. 그렇게 고생고생하면서두 언제 그런 티 한번 내보았수. 오히려 항상 웃으며 다니지 않수. 그러면서도 학교공청비서까지 했지요. 지금은 사범대학에까지 다니구… 난 그 사람이 앞으로 큰일을 할거라구 생각하우다. 우리 딸애가 눈이 바로 배겼지요.> 하며 형님편을 들구…

끝내 아버님도 승낙을 했대요.》

《어야나, 그거 정말 멋있는 얘기구만요. 호호호. 우리 부사단장동지 련애담이 어쩌면… 호호호.》

라정순은 너무 재미나서 입을 싸쥐고 웃었다. 위생차도 덜컹거리며 웃는듯 했다.

안금덕이도 웃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렇게 되여 결국 형님이 우리 오빠한테 시집을 오게 되였지요. 허지만…》

안금덕은 웃음을 거두었다. 차창밖을 내다보며 약간 갈린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정말 아버님의 말대로… 고생이 말이 아니였대요.

오빠가 늘 집을 떠나있다보니 그 많은 부담이 다 형님한테 차례졌지요. 자주 앓는 아버지와 엄마 병구완도 그렇구… 애들을 키우면서 꼴호즈일두 하느라 한번 편히 앉아볼새가 없었대요. 집에 들어와서두 집짐승을 키우구 터밭을 가꾸구… 늘 손이 젖어가지구 팽이처럼 돌아갔대요. 그러면서도 언제한번 얼굴을 찌프리지 않구 늘 생글생글 웃으면서 아버지, 어머니를 대하는데… 마을사람들이 다 칭찬했대요. 우리 아버지, 어머닌 그저 <우리 며느리, 우리 며느리> 하면서 얼마나 귀해하였는지…

정말 우리 형님같은분이 또 어디에 있겠어요.

형님이 그러길래 우리 오빠가 이렇게 마음놓고 조국에 나와서 나라를 위한 일에 헌신하는게 아니겠어요.》

라정순은 감심해서 고개를 끄덕이였다.

《정말 훌륭한분들이예요. 오빠두, 형님두 그리구 아버지, 어머니두 …》

라정순은 자기도 모르게 뜨거운것을 삼켰다. 안동수문화부사단장네 가정 매 사람들의 사람됨됨이 가슴을 울려주었다.

나라를 빼앗긴탓에 뿔뿔이 흩어져 그리도 고생을 해야 하였던 저 금덕이네 가정사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우리 조선사람모두가 그렇게 피눈물을 흘리며 살아왔다. 그런 민족이 장군님을 모시여 드디여 행복을 찾게 된것이다.

정녕 이 행복은 얼마나 귀중한것인가. 그랬다. 이 행복이 그리도 귀중하기에 모두가 판가리싸움에 떨쳐나선것이다. 방철호도 그래서 그 부상당한 몸으로 전투장으로 달려간것이고… 저 멀리서 쿵- 쿵- 따따당- 하는 총소리, 포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와릉와릉 하는 땅크발동기소리도 들려오는듯싶다. 그 소리에 귀를 강구던 안금덕이가 눈을 빛내이며 손벽을 쳤다.

《어마, 저게 땅크소리지요. 맞지요?》

라정순은 방긋이 웃었다.

《그래요, 땅크소리예요.》

《야, 이젠 오빠를 만나게 됐구나, 호호호. 글쎄 부소장동진 날보고 <이제부터 문화부사단장동지의 건강은 전적으로 안금덕동무에게 맡기오.> 하질 않겠어요? 호호호. 오빠도 날 보면 깜짝 놀랄거예요. 이제 이 전보까지 주면… 얼마나 기뻐할가.》

안금덕은 사기가 나서 흥얼흥얼 코노래를 불렀다.

 

나가자 인민군대 용감한 전사들아

인민의 조국을 지키자 목숨으로 지키자

 

이제 가면 오빠를 만나리라는 생각, 오빠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게 된다는 생각, 오빠앞에 어엿한 조선인민군 군인이 되여 나서게 된다는 생각으로 한껏 들떠있는 안금덕이였다.

《난 이제 오빠를 만나면 이렇게 말할테야요. <대좌동지, 대좌동지는 이제부터는 이 간호원 안금덕전사의 지시에 절대복종해야 합니다.> 하고 말예요. 그러면 오빤 뭐라고 할가요. 우스개소리를 잘하는 오빠니까 <알았습니다. 비편제담당간호원동지!> 하고 번쩍 거수경례를 할지도 몰라요, 호호호.》

위생차안을 울리는 명랑한 웃음소리.

그 금덕의 감정이 다 그대로 옮겨온듯 라정순이도 마음이 한껏 즐거워졌다.

《오빠에게 그 전보를 보여주면 뭐라고 할가?》

라정순이 흥미가 동하는듯 넌지시 물었다.

안금덕은 고개를 갸웃하며 새물새물 웃다가 살래살래 도리머리를 했다.

《글쎄요. 나한텐 형님칭찬을 한마디도 안한 오빠니깐… 그저 빙긋 웃기만 하겠지요.

야, 정말 엄마랑 형님이랑 보고싶네.

난 이제 엄마랑 형님이랑 오면 정말 잘 모실테야. 결국은 나때문에 그런 고생들을 한셈인데 내가 그만큼 행복하게 모셔야지. …》

라정순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의 생활은 이제 얼마나 더 즐겁고 보람차질가.

불쑥 방철호의 웃는 얼굴이 떠오른다.

《동무는 내 손에서 절대 빠져나가지 못해.》

《피!》

라정순은 자기도 모르게 코소리를 내려다가 정신이 번쩍 들어 안금덕을 쳐다보았다. 다행히도 처녀는 아무 눈치도 못채고 차창밖을 쳐다보며 행복한 명상에 잠겨있다. 라정순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였다.

(우리 관계는 정말 어떻게 될가.)

불쑥 안금덕이가 환희에 넘쳐 소리쳤다.

《준의동지, 거의다 온것같아요. 저기 리정표에 <평택 13km>라고 씌여있어요.》

아닌게아니라 총포소리가 더욱 가까와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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