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9 회)
제 2 편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이다
제 3 장
6
(3)
안동수도 반색을 하며 마주 달려갔다.
《외삼촌,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예요. 삼촌이 어떻게 여기엘 와서 살고있어요?》
순간 방문이 벌컥 열렸다.
《초산이라니… 그럼 우리 초산이가 왔단 말이냐?》
안동수는 몸을 획 돌렸다. 문지방을 짚고 일어서서 밖으로 나오려고 허우적거리는 녀인…
아- 안동수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목메여 불렀다.
《어머니!》
《초산아!》
어머니는 두팔을 벌리고 나오려다가 앞으로 어푸러졌다. 한팔을 내뻗치고 벌벌 기여나온다.
《초산아, 내 아들아!》
《어머니!》
안동수는 토방으로 뛰여올라갔다.
《어머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예요. 어떻게 여기에 와있어요?》
《초산아!》
어머니는 이렇게 목메여 부르기만 하면서 안동수를 붙안고 눈물을 쏟았다.
안동수는 그날저녁 외삼촌과 어머니로부터 기막힌 사연을 알게 되였다.
원동에 있을 때 금덕이에게 가려고 집에서 나와 쏘만국경을 넘던 어머니는 왜놈들에게 발각되였다. 어머니는 왜놈들에게 잡히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기를 쓰고 뛰였으나 놈들의 총알보다는 빠를수가 없었다.
왜놈들은 총에 맞아 쓰러진 어머니를 강물에 처넣었다.
다행히도 배사공로인에게 구원된 어머니는 종내 국경을 넘지 못하고 들것에 실려 외삼촌네 집으로 갔다. 척추를 상해 운신을 할수가 없었던것이다.
외삼촌이 아버지에게 알리겠다고 하자 어머니는 울면서 반대하였다. 가뜩이나 초산이가 아버지때문에 고생하는데 허리병신이 된 자기까지가 누우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면서 왕왕 목놓아울었다. 어머니는 아무리 치료를 해도 일어설 가망이 없었다. 어머니는 이렇게 된바엔 초산이라도 더 고생을 하지 않게 새 엄마를 맞이하도록 주선해주라고 외삼촌을 떠나보냈다. 그래서 외삼촌이 아버지를 찾아왔댔던것이다.
어머니는 여기 따슈껜뜨로 이주해올 림박에야 겨우 바깥출입을 할수 있게 되였다고 했다.
안동수는 눈물이 나와 견딜수가 없었다.
《어머니, 이게 무슨 일이예요. 아버지와 이 아들을 두고… 어머닌 어디에 와있어요. 왜 소식조차 없었어요. 내가 어머니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알아요?
가자요, 이제라도 가서 같이 살자요. 금덕이를 떼두고 온것만도 원통한데… 이렇게 남의 나라에 와서까지 갈라져살다니… 안돼요. 당장 가자요.》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초산아, 나까지 가서 너에게 얹혀서야 네가 힘들어 어떻게 살겠니?》
《어머니, 일없어요. 내가 이렇게 몸이 든든하지 않나요. 난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살기만 한다면 어떤 고생도 다 참고 이겨낼수 있어요.》
안동수는 외삼촌의 도움을 받아 어머니의 옷가지들을 꾸려가지고 다음날 아침 얀 기을시를 떠났다. 치르치크까지는 뻐스를 타고 오고… 부죤늬명칭 꼴호즈로 들어올 때에는 마차를 한대 얻어 어머니를 태우고 들어왔다.
그날따라 비가 구질구질 내렸다. 따슈껜뜨주에서는 보기 드문 비였다. 1년내내 무덥고 건조하고… 비가 오지 않아 참외를 따놓아도 썩는것이 아니라 말라버리군 하는 이곳에서 그날은 비가 내렸다. 어머니는 말파리우에 앉아 줄곧 울었다.
사람들은 안동수가 마차에 어머니를 태우고 주룩주룩 비를 맞으며 마을로 돌아오는것을 보고 누구나 혀를 찼다.
《저 울라지미르가 고생문이 열렸구나. 아버지가 병자인데 어머니까지 저러니… 하늘도 그래서 우는것같구나.》
그러나 안동수는 기뻤다. 이제는 자기도 아버지, 어머니와 한집에서 살게 된것이다. …
《정말 오빠가 고생을 많이 했겠구만요, 량부모가 다 그런 환자이니. … 더구나 남자가 학교에 다니면서… 학교공청비서까지 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가.》
라정순은 가슴이 저려드는것을 느끼며 감심한 어조로 말했다. 안금덕은 호- 하고 한숨을 내쉬였다.
《오빠는 공부도 할래 공청사업도 할래 그렇게 바쁘게 뛰여다니다가 집에 돌아오면 또 집일때문에 밤잠도 제대로 못잤대요. 어떤 때는 아버지를 업고 병원으로 뛰여가기도 하고 어머니를 업고가기도 하고…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좋은 약이란 약은 다 썼대요. 정성이 지극하면 돌에도 꽃을 피운다고 마침내 아버지는 원두밭에 경비를 서러 나갈수 있게 되였고 어머니도 집에서 웬만한 일은 할수 있게 되였대요.
그래서 오빠도 중학교를 졸업하자 따슈껜뜨사범대학에 갈수 있었고…
오빤 대학에 가서도 토요일 저녁마다 집에 오군 했대요. 200리도 넘는 길을 뻐스를 타고와서는 밤을 꼬박 새우며 일요일오전까지 집일을 해놓고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군 했대요. 매주 토요일마다 와서 밤을 밝히며 일하자니 오죽 힘들었겠어요.
아버지, 어머니가 병자들인데다가 오빠마저 대학에 다니다나니 살림살이형편도 한심했대요.
오죽하면 형님을 데려올 때 그 집에서 그렇게 반대를 하였댔겠어요?》
《형님네 집에서요?》
라정순이 눈을 크게 뜨자 안금덕은 새무죽이 웃었다.
《예, 박일남이란 사돈이 다 말해주더군요. 내가 그 집에서 중학교랑 의전이랑 다녔으니까요.
우리 형님네
《그래요?》
라정순은 호기심이 커져서 안금덕에게 더 바싹 다가앉았다.